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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93. 신(神)의 문(門)(9)

신(神)의 문(門)(9)

두 사람 모두 젊었고, 상대에 대한 호감이 넘쳤으며, 무엇보다 매일 매일의 긴박함이 서로의 몸을 탐하게 했다.
덕분에 하룻 동안의 이동 거리는 짧아 졌지만, 그만큼 안전해 졌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최대한 좋은 길로만 다닌 덕분이다.

다시 열흘이 지나자 아틀라스와 엘리시안은 자신들이 스피어 산맥을 거의 넘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선 공기에서 살을 에는 듯 한 냉기가 사라졌다.
하얀 설원 사이로 드문드문 잡목림도 보였다.

협곡 사이로 도도하게 흐르는 푸른 강물을 보며 엘리시안이 중얼 거렸다.

“우리, 죽음의 회랑을 통과 한 거 맞는 것 같죠?”
“네. 저 강이 아마 테베 강일 거에요”

“테베요?”

“신전의 도서관에서 스피어 산맥을 넘으면 테베 강이 보인다는 글을 본 것 같아요”

“와아~ 보기와 다르네요. 신전 도서관에는 언제 다녔데요?”

엘리시안은 용병이라는 이유로 아틀라스가 무식할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가끔씩 하는 말을 들어보면 거의 모르는 게 없는 것 같다.

“신전의 고아원에서 자랐거든요”

“아, 맞다. 그랬다고 했지. 거긴 어땠어요? 지낼 만 했나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놨다고 생각해 봐요. 어땠을 것 같아요?”

“음, 힘들었을 것 같아요”

아틀라스가 피식 웃으며 엘리시안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엘리시안의 작은 어깨가 손바닥에 잡혔다.


“언젠가 내 꿈을 물은 적이 있었죠?”

“네, 없다고 한 것 같은데, 갑자기 생기기라도 했어요?”

“아니요. 잊고 있던 꿈이 생각났어요. 몰랐는데, 나에게도 꿈이란 게 있었더라고요”

“어머! 그게 뭐에요?”

“가족이요. 가족들과 함께 살겠다는 게 일생의 목표였어요. 신전의 고아원에서 사는 내내 말이죠. 그걸 왜 잊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잊은 게 아니다. 가족을 잃어 버려 그 꿈 자체가 소멸 된 것 뿐이었다. 하지만 엘리시안과 함께 있는 동안 그 꿈이 되살아났다.

아틀라스가 엘리시안의 눈을 차마 보지 못하고 허공에 대고 말했다.

“만약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평생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에요”

그것은 아틀라스의 진심이었다.

“저기, 그런 말은, 무릎을 꿇고, 상대의 눈을 보면서…….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 그런가요?”

아틀라스가 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사뭇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엘리시안, 만약 당신이 허락한다면, 평생 당신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좋아요. 허락하겠어요”

대답과 함께 엘리시안이 아틀라스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당신은 정말 운이 좋은 남자인 줄 아세요. 내 이름의 뜻이 천국이니까, 당신은 이제 천국에서 살게 된 거라고요”

“아, 그런가요? 그럼 나는 천국을 떠받치고 있는 남자가 된 셈이군요”

“후후, 얼마나 잘 떠받치는지 두고 보겠어요”

가만히 웃던 엘리시안이 돌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가요! 강물을 보니까 도저히 못 참겠어요. 목욕이라도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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