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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98. 전장(戰場)의 지배자(4)

전장(戰場)의 지배자(4)

아틀라스와 엘리시안은 식당에서 가장 싸구려 음식을 시켜 먹은 뒤에 이스트 항구로 떠났다.
이스트 항에서 엘루아로 가는 선박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전쟁 특수라서 엘루아로 출항하는 배는 하루에도 몇 척씩 있었다.

배는 많았지만 두 사람은 멀뚱멀뚱 눈뜨고 구경만 해야 했다.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산맥을 넘은 두 사람에게 엘루아로 갈 배 삯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자신들을 받아줄 배를 찾기 위해 저녁까지 뛰어 다녔다.

그리고 늦은 밤에야 스파르탄 호(號)의 선장과 계약을 할 수 있었다.

계약은 쉽지 않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스파르탄 호의 선장은 “일손이 부족하니 누군가 배에 짐을 싣고 내리는 일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용병의 자존심에 썩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아틀라스는 그 조건을 받아 들였다. 최대한 빨리 왕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렇게 해서 한때 용병왕을 꿈꾸던 아틀라스는, 비록 임시라지만, 스파르탄 호(號)의 일용직 잡부가 되어야 했다.


다음날 오후 아틀라스와 엘리시안은 엘루아에 도착했다. 엘루아의 항구도시 미노스는 상인과 용병들로 북적 거렸다. 항구를 들락거리는 거대한 범선은 쉬지 않고 물품과 용병들을 쏟아 내고 있었다. 아틀라스와 엘리시안이 타고 온 스파르탄 호도 그 중 하나였다.

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98. 전장(戰場)의 지배자(4)

멀리 무리지어 서있는 공국의 모병관(募兵官)들이 보였다. 정복을 착용한 그들은 용병들에게 열심히 뭐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아틀라스는 저도 모르게 엘리시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엘루아는 제국과 친분을 유지하던 만큼 세밀한 곳까지 신경 써야 했다.

엘리시안은 팜크로스에서 싸구려 옷을 구해 갈아입었다. 그래도 미처 버리지 못한 제국의 장비가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꼼꼼히 살폈지만 그녀가 제국기사라는 것을 알릴만한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아틀라스는 의식적으로 어깨를 펴고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모병관들의 앞쪽을 지나 갈 때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아틀라스의 염려는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엘루아의 모병관들은 덩치 큰 용병들에게 신경을 쓰느라 상대적으로 작고 어린 아틀라스와 엘리시안에게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모병관들을 지나치자 엘리시안이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여기도 전쟁이군요”

이기적인 생각인지 몰라도 어떤 형태로든 전쟁이 끝나 있기를 바라던 엘리시안이다. 하지만 끝날 것 같던 전쟁은 오히려 더 크게 번져 있었다. 제국기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여자로써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전장으로 다시 떠날 아틀라스 때문이다.

미노스의 중앙대로(中央大路)에서 두 사람은 머뭇거렸다.

그곳은 제국과 크로노스 왕국으로 가는 길이 갈리는 지점이었다. 제국은 서쪽, 크로노스 왕국은 북쪽으로 가야 했다.

엘리시안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전쟁이 끝나면 알죠?”

아틀라스가 엘리시안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남작가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엘리시안이 아틀라스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나를 잊으면 안되요”

“죽어도 잊지 않아요”

아틀라스는 엘리시안의 손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영원히 엘리시안의 작고 부드러운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그제야 비로소 이별이 실감 났다. 이 작고 부드러운 엘리시안을 떠나보내야 한다.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 졌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던 날 만큼이나.

한참 만에 아틀라스가 손을 놓았다.

자신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 마탑의 연금술사들에게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득 밥 일림의 마르티오가 떠올랐다. 어쩌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과 마르티오가 하는 일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었다.

마르티오도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진 체, 외롭게 자신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것일 게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기운이 났다.

엘리시안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제 정말 이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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