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 멍하니 앉아 있던 아르미안 2세가 자이로 백작에게 물었다.
“20명이라고 했습니다”
“그들 모두…… 근위 기사들이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그러하옵니다”
아르미안 2세가 눈을 질끈 감았다.
제국의 근위기사들은 하나하나가 소드마스터로 알려져 있다. 보통의 기사단이라고 해도 부담스러운 마당에 근위 기사단이라니?
“전군을 동원하면 상대하지 못할 것도 없사오나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그 이후?”
“우리에게는 제국과 전면전을 치를 군사력이 없사옵니다”
백작의 말에 아르미안 2세가 씁쓰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칼로스 왕국은 삼면이 스피어 산맥으로 막혀 있다. 덕분에 지난 수 백 년 간 외세의 침입이 없었다. 그것은 군사력의 약화로 이어졌다. 지금은 칼로스 왕국은 치안을 유지할 정도의 전력만 유지하고 있었다. 솔직히 제국의 근위 기사단을 상대로 하는 싸움조차 결과가 불확실했다.
“그야 그렇다 해도……. 어차피 제국과 전면전을 치룰 군사력이 있는 나라가 어디 있겠소?”
물론 자존심이 상해서 던져본 말이다.
하지만 당장 병력을 지휘해야 하는 자이로 백작은 냉정했다.
“전하, 기사단 하나를 상대하는 것과 제국을 상대하는 것은 다른 의미이옵니다. 만약 제국에서 정식으로 파병을 하면 왕국은 멸망하고 말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머리를 숙이자는 말이오? 영토를 제국의 기사단에게 갖다 바치라는 거요?”
“그것이 아니오라……”
자이로 백작은 말을 맺지 못했다.
싸우자고 할 수도 없고, 제국의 말에 따르자고 할 수도 없다. 약소국가의 현실 앞에 마음만 무거웠다.
고민하고 있는 자이로 백작의 귀로 아르미안 2세의 혼탁한 음성이 들려 왔다.
“일단은 지켜만 보십시다. 오든 가든 지켜볼 밖에……”
“하지만 전하, 윌리엄 남작이 의전행사를 요구할지도 모르옵니다”
“내일부터 내가 와병(臥病)중인 것으로 하십시다. 그들이 밀고 오더라도…… 조용히 주둔하는 방향으로 백작께서 손을 써 주시오”
“예”
“그들의 주둔지를 잘 감시해 주시구려. 그들이 갑자기 스피어 산맥을 노리는 이유를 알아야겠소. 정말 동맹군의 낙오병들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겠습니다”
자이로 백작이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제국 기사단이 머나먼 칼로스 왕국에까지 와서 설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황혼이 질 무렵 거대한 배 한척이 칼로스의 항구 이스트에 도착했다.
여느 때처럼 인부들이 배에 달라붙어 짐을 내렸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북적거리던 짐꾼들이 썰물처럼 사라졌다.
곧이어 칼로스 왕국의 경비대 백여 명이 나타나 배 주위를 철통 같이 에워 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