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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곤] 이제 해외에서 승부해야할 때

[[img1 ]]제 2의 IMF사태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합니다.
원화는 세계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주가는 연일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 자산은 심각한 가격하락에 내몰렸습니다. 24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고도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듯 합니다.

국민들은 환율 때문에 오르는 생활 물가에 떨고, 집과 사업을 위해 빌린 돈의 이자 때문에 떨고, 그렇게 구입한 자산의 가치가 떨어져서 떨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활의 터전이 되는 직장의 위태로움 때문에 떱니다.



그러나 조금 냉정한 시선으로 상황을 다시 보면 이런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발견됩니다.
지금의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우리 게임 산업에 다음과 같은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외로 나가라, 그것만이 살 길이다”

이미 국내 게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제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업계 관계자들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은 늘 해오던 패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법이죠. 친숙한 국내 시장의 성공에 집착하게 되고 아무래도 낯설고 잘 알지 못하는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은 뒷날의 기약으로 미뤄두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 상황은 더 이상 게임 업체의 해외 진출을 미룰 수 없는 당장의 현안으로 강요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 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늘어납니다. 새로 나온 게임에 과감하게 도전하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게임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죠. 새로 나온 게임의 성공 가능성은 점점 낮아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자리 잡은 게임을 쉽게 바꾸지 않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과 이미 포화된 시장 규모, 거기에 최근의 경제상황에 의한 보수성, 안정지향성이 더해지면 결과는 뻔합니다.

“한국에서 신작이 성공할 확률은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지나가기 보다 어렵다”

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어떤가요?
신작이 성공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국내 상황과는 다르게 해외에서의 성공가능성과 사업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상대적으로 앞선 기술력과 개발 역사로 인해 게임 산업은 이미 수입보다는 수출이 훨씬 더 많은 산업이며, 폭락한 원화 가치를 고려하면 해외에서 이전과 같은 수준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해도 앉아서 더 많은 수익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게임 산업은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핵심인 산업이라 인력의 채용과 운용의 편리성 때문에 개발 및 서비스의 본거지가 대부분 한국에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 있는 현지 공장에서 제작하여 수출하는 자동차처럼 환율에 의한 이익을 놓치지 않습니다. 부품이나 장치가 차지하는 비용 비율도 낮아서 수익의 대부분이 부품값이나 장치값으로 고스란히 다시 해외로 나가는 전자 산업과도 다릅니다.

불경기는 게임 산업 종사자들의 이직을 자제시키고 신규 인력 채용을 용이하게 만들어주어 사람이 없어서 일이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을 줄여줍니다. 그만큼 개발과 서비스의 안정성이 높아집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사람들의 야외 활동을 위축시키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여가 활동이 가능한 게임에 대한 관심을 더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 동안 포화된 한국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으로 다져진 체력은 해외 시장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 주었습니다.

이제 해외에서 승부를 해야 할 때입니다.
겨우 4800만 명의 인구에 무려 수 백 개의 온라인 게임이 서비스 중인 한국에서만 아웅다웅할 때가 아닙니다. 13억 인구의 중국과 10억 인구의 인도 시장, 아직 콘솔게임 밖에는 접해본 적이 없는 유저가 대부분인 일본 시장, 이제 태동기에 불과하지만 가능성이 엄청난 미국시장, 그밖에 유럽과 동남아시아, 러시아, 남미, 중동 등의 무한한 시장이 한국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이 즐기는 게임의 해외 진출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국내 유저들의 마인드도 변해야 합니다. 최근 온라인 게임들은 한국 시장에서만의 성공으로는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투자가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게임 업체는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컨텐츠를 개발하고 서비스하게 되는데 이때 개발된 컨텐츠는 한국에도 당연히 적용됩니다. 결국 게임 업체의 해외 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수록 그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더 많은 컨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또 해외에서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한 게임 업체는 상대적으로 훨씬 더 까다로운 국내 유저들의 주머니는 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해외 시장에 신경을 쓰느라 국내 서비스가 소홀해질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해외 시장에서 좋은 조건에 서비스 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의 성적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방치할 업체가 있을 리 없죠.

결국 게임 업체의 해외 시장 진출은 업체와 국내 유저 모두에게 혜택을 가져다 줍니다.
그 동안 휴대폰과 반도체, 조선 사업이 한국 경제의 해외 진출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였다면 앞으로는 게임이 그 자리를 차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전통적인 산업외에도 소프트웨어 산업, 그 중에서도 가장 창의성이 중요한 게임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면, 게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부 시선들도 하나 둘 사라지게 될 겁니다.
우리 게임산업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경제 상황이 그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이제 모두 밖으로 나가야 할 때입니다.

- 김태곤 –
게임개발자
엔도어즈 개발총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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