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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국제게임쇼 어디까지 왔나①

한국 게임산업 글로벌화를 위해 야심차게 기획된 국제게임쇼 '지스타'가 올해로 출범 4년을 맞았다.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지스타 전시회는 국내 군소 게임전시회를 흡수 통합함으로써, 일본 도쿄게임쇼나 중국 차이나조이를 제치고 아시아 대표 게임쇼로 거듭나겠다는 게 당초의 목표였다.

하지만 지난 3년의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첫해 행사가 열린 2005년만 해도 참가 업체 수나 관람객 등 외형은 국제 규모였지만 내용은 여타 군소 게임쇼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국제 게임쇼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글로벌한 게임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스타 조직위는 이후에도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지스타 전시회는 결국 과거의 대한민국게임대전 수준으로 빠르게 전락했다. 전시회 외형과 모양만 만들려 했던 정부의 간섭과 국제게임쇼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업무를 추진해 왔던 조직위원회와 사무국의 무능이 부른 결과였다.

특히 이달 13일부터 열리는 2008 지스타 역시 지난 3년과 다를바 없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게임 업계 내부에서는 진작부터 지스타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행사 참여 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새정부 눈치를 보느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나왔다는 말도 들린다.

이런 상태라면 지스타는 '국산 게임의 글로벌화 지원'이라는 출범 취지는 고사하고 게임산업에 폐해로 평가될 공산이 크다. 온라인게임을 대표하는 국제게임쇼 성공의 해법은 없는지 지난 3년을 돌아 본다.
<편집자주>

◆2005년 요란한 출발
지스타는 정부(구문화관광부, 구정보통신부) 주도하에 서울게임엑스포, 대한민국게임대전 등 난립하던 게임전시회들을 들을 통합해 새롭게 만들어낸 게임전시회다. 지스타는 국내 게임 전시회들을 통합해 국제적인 게임 전시회로 거듭나겠다며 일본 TGS, 미국 E3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게임쇼가 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글로벌 게임쇼'를 표방한 지스타는 2005년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킨텍스 에서 대망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나흘간 진행된 지스타는 15만명이나 되는 관람객이 찾아 성황을 이뤘고 2000여명의 해외 바이어들이 수출상담을 진행해 2억 달러의 수출상담 실적을 올렸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국제 게임쇼이기 때문에 문제점도 노출됐다. 국내 첫 국제 게임전시회를 표방했지만 해외 기자단이나 바이어들을 위한 영문 프레스 킷, 영문 전용 PC등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또한 이런 외국인들을 안내할 도우미도 턱없이 부족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글로벌 게임업체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한 점이다. 출발 전부너 요란을 떨었지만 EA, MS, THQ, 비벤디 등 유수의 게임 업체들은 지스타를 외면했다. 그나마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대규모로 참여했다는 사실만이 위안거리였다. '글로벌 게임쇼'라 하기엔 국내 업체 비중이 너무 높았다.

2개 정부부처가 함께 관여하다 보니, 지스타 전시 사무국이 불필요한 일에 매달리게 되고 정작 게임 업체 유치나 전시 기획 등 핵심 업무를 소홀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전시회 모양을 좋게 만들겠다고 게임관련 협단체를 모두 참여시켜 조직위를 구성했지만, 이들 대부분 목소리만 높였지 정작 전시회 성공에 도움을 준 조직은 드물었다.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 보니 전시회 장소도 코엑스가 아닌 일산 킨텍스로 밀려야 했다. 킨텍스는 넓은 공간을 활용해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근처에 숙박시설이나 편의 시설이 턱 없이 부족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치명적 한계를 지닌 곳이다.

◆2006, 2007 알고도 못고친 문제들
지스타의 가장 큰 문제는 첫해에 드러난 문제가 2회, 3회 전시회에서도 계속됐다는 점이다. 정부와 조직위와 사무국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지스타는 이름만 국제전시회일 뿐, 내용은 그저 그런 국내용 게임전시회로 전락해 버렸다.

가격대비 효과 면에서도 국내외 게임 업체들이 굳이 지스타를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부스가격이 E3나 동경게임쇼 보다 비싸지는 않았지만 투자대비 효과가 밑돌았기 때문이다. 관람객 수나 해외 바이어들과의 수출실적에서 지스타가 다른 유명 게임쇼를 앞서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2회 부터는 일정 문제도 제기됐다. 매년 11월에 열린 지스타는 세계 유명 게임쇼인 E3, GC, TGS를 거치고 난뒤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 게임업체들의 참여율이 더욱 저조해 졌고, 상대적으로 국내 게임 업체들의 부담은 늘었다. 지스타의 외형 축소를 우려한 정부 측으로부터 참가 종용을 받았기 때문이다.

◇2006년 지스타를 방문한 김명곤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2008 전시회에 예년과 달리 많은 게임 업체들이 참여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정부 주도 사업의 실패를 민간 업체가 떠안고 있는 셈이다.

국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지스타의 설립, 출범 취지는 좋았지만 불과 3년만에 관주도 전시 사업의 한계를 드러냈다"며 "진정한 글로벌 게임쇼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관이 주도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국제적인 게임 퍼블리셔 유치 전략을 수립해 처음부터 다시 접근할 필요가 이다"고 지적했다.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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