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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소비자원의 판단,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img1 ]]기업에 비해 약자인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소비생활의 향상을 도모하는 소비자원의 역할은 그 어느 공공기관보다 중요하다. 항상 소비자 편에 서서 기업의 부당한 권리 침해를 예방해 온 소비자원의 공적 업무는 칭송 받아 마땅하지만, 이번 판단은 이 사안이 가진 파급력을 고려할 때 아쉬움이 남는다.

오토 프로그램은 게임산업을 망치는 가장 큰 적으로 부각 된지 오래다. 오토 프로그램은 정당한 권한 없이 게임 캐릭터의 속도를 증가시키거나 에너지 소모 없이 사냥 등의 행위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게임 본래의 시스템을 와해시키고 대다수 정상적인 이용자에게 피해를 준다.

이러한 오토 프로그램은 게임 아이템을 현금화 하는 소위 ‘작업장’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은 노력 없이 획득한 결과물로 현금화하여 배를 채우고 있다. 이전 게임산업진흥법에서도 이러한 현금 거래를 업으로 하는 작업장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개정된 법에서도 이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오토 프로그램은 용납해서는 안될 ‘악(惡)’으로 규정되어 있고,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당연히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때문에 항상 게임사로 하여금 오토 프로그램 단속에 힘을 더 써주기를, 그래서 더 나은 게임 플레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항상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소비자원의 판단은 이런 근간의 사정과 업체들 및 선의의 게이머들의 바람을 저버린 것이다. 한 명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소비자원의 판단은 이해할 수 있으나, ‘리니지’ 오토 사용자들은 소비자원의 판단처럼 ‘선한’ 이용자는 없을 것이다.

오토 프로그램이 얼마나 지능화 되고 있고, 이를 이용하는 악의의 유저들도 철두철미한 준비와 증거로 게임사를 괴롭히고 있는 실정을 소비자원은 놓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을 활성화 시켰다는 비난을 받는 ‘리니지’에 사용되는 많은 오토 프로그램 중 ‘패왕’은 플레이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거나 인위적으로 조작을 할 정도로 발전했다.

게임사에서 치명적인 증거로 제시하는 ‘로그’ 기록까지 조작할 수 있을 정도니 이들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한 이용자들이 ‘선한’ 이용자로 둔갑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게임사 입장에서 보면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용자들 역시 계정비를 지불하니 매출을 발생시키는 고객이다. 그럼에도 이들을 단속하는 이유는 이들로 인해 대다수 선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굳이 자기들의 매출을 감소시키면서 까지 악의적인 이용자들을 솎아내는 작업을 하는 것은 대다수의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고 건전한 소비환경을 만들기 위함임을 소비자원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게임사들은 일정한 원칙 하에 불건전 고객들을 걸러내는 작업에 대해 소비자원은 신뢰를 해야만 한다. 자신들의 매출 감소를 생각하면 얼마나 신중의 신중을 기하면서 울며 겨자먹기 처럼 계정들을 압류 조치를 하지 않았겠냐 말이다.

또한 이번 사안은 ‘리니지’와 엔씨소프트 개별 사안이 아니다. 게임업계 전체와 모든 게임들로 확대될 여지가 불 보듯 뻔하다. 선의의 고객으로 ‘가장’한 작업장들이 들고 일어나 게임 마다 블록된 계정을 돌려달라고 아우성을 칠 것이고, 게임사는 자신들의 정당함을 증명하기 위해 서비스 개선에 투여할 인력들을 이 지리한 싸움에 끌고 들어갈 것이다.

결국 오토를 단속해야만 하는 게임사도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오토 사용자들은 다시금 활개를 칠 것이다. 게임을 사람이 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아닌, 기계가 게임을 하며 돈을 버는 희한한 상황이 생기게 될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혹시 있을지도 모를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조용한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선례를 소비자원이 남기지 않기를 게임업체들과 정말 선의의 사용자들은 바라고 있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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