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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야 포터블' 김배헌 디렉터 "닌텐도 재미 넘어서겠다"

인기 콘솔게임의 온라인화 시도는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온라인게임의 콘솔 이식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은 상황이다. '디제이맥스 포터블' 시리즈 외에는 시장에서 성공한 타이틀도 별로 없다.

엔트리브소프트는 Wii용 '스윙골프 팡야' 시리즈에 이어 PSP용 '팡야 포터블'을 출시해 콘솔시장 본격 공략에 나섰다. '팡야 포터블'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국내에 정식 출시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엔트리브소프트 김배헌 디렉터는 온라인게임 '팡야' 개발에 관여하다 Wii용 '스윙골프 팡야' 시리즈와 PSP용 '팡야 포터블'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김배헌 디렉터는 "닌텐도에 필적할 재미를 보장하는 게임을 만들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팡야 포터블'의 국내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판매 현황은 어떤가.
▶예약판매를 성황리에 마치는 등 초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지금은 판매량이 줄기는 했지만 꾸준히 나가고 있다. 초판 물량을 1만 장 정도 찍었는데 시장에서 거의 다 소진된 상황이다. 추가 주문을 준비하고 있다.

-판매량 목표가 있나.
▶무조건 많이 팔리는 것이 좋지 않겠나. 개발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개발 비용도 그에 비례해 많이 투입됐다. 정확한 수치를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많이 팔려야 한다. 오랜 기간 꾸준히 팔려나가는 타이틀이 되기를 희망한다.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의 판매 데이터에서 롱런의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크다.

-개발 기간이 길어진 이유는.
▶'팡야 포터블'은 '팡야'가 출시된 플랫폼 중에서 제약이 가장 많았다. 알다시피 PSP의 사양이 낮지 않나. PSP가 휴대용 기기 중에서는 뛰어난 스펙이지만 일반 PC나 Wii와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제한된 스펙의 하드웨어에 그보다 더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플랫폼에서 돌아가던 게임을 이식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개발 초기 1년은 게임 엔진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기에 바빴을 정도다. 그 뒤로 '팡야'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요소들을 넣는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개발 기간 도중 관련 정보를 접하기 어려웠다.
▶보안 유지의 측면이 있는데 '스윙골프 팡야' 때가 더 심했다. 그때는 Wii와 동시 발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절대 정보가 누설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보안 유지에 엄격하게 신경을 써서 회사 직원들도 외부 발표를 보고 우리가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정도였다.

-'팡야 포터블'만의 특징을 이야기한다면.
▶단순히 '팡야 포터블'의 특징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팡야' 브랜드로 출시된 게임들 모두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독특한 요소들이 있다. 서로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된 3개의 게임이 각각 고유의 영역과 재미를 갖으면서도 공생 관계를 이루는 데 주안점을 뒀다. '팡야 포터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나이가 더 많다는 설정도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한정판 패키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풍성한 구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1년 이상 한정판 패키지를 준비했다. 고민을 하면서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많았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매 순간 물음표를 던지면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더 큰 수익을 내기보다는 이용자의 마음에 쏙 들게 만들자는 생각으로 가격을 결정했다. 큰 결단이 필요했다. 실제로 한정판 판매 수익과 일반판 판매 수익에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한정판 제작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 달라.
▶운이 많이 따랐다. 한정판에 동봉된 피규어의 경우 타이틀 출시 6개월 전에 제작이 완료돼서 회사 창고에 쌓여 있었다. 일본 원형사를 선정해 샘플만 5번은 바꿔가며 공을 많이 들였는데 미리 제작하지 않았다면 환율 인상으로 제작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었다. 당시에는 "타이틀 나오기도 전에 너무 일찍 피규어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회사 내부 지적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미리 만든 덕분에 오르기 전 가격으로 피규어를 제작할 수 있었다.

-파우치나 OST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봉다리 파우치는 국내 업체에서 제작했다. 재질과 인쇄 상태, 박음질 등 여러 부문에 신경을 썼다. 파우치도 샘플을 7번은 바꾼 것 같다. OST는 '팡야' 브랜드 최초로 출시되는 것이어서 공을 많이 들였다. 그 외에도 한정판 박스도 종이값이 많이 올라서 비용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한정판을 하지 말까 하는 고민도 정말 많이 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다행이다.

-정식 출시 이후 게이머들 반응은 어떤가.
▶이용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최대한 넓은 이용자층을 수용할 수 있도록 난이도 구분에 신경을 썼지만 허들을 넘지 못하는 게이머들이 종종 보인다. 한편에서는 또 너무 쉽게 게임을 클리어하는 고수들도 보이고. 그래도 커뮤니티 반응을 보면 어려워하거나 쉬워하면서도 게임은 재미있다는 의견이 많아서 감사할 따름이다.

-'팡야 포터블'에서도 계산에 이은 칩인을 성공시키는 이들이 많은데.
▶그 부분은 항상 고민이 많다. '팡야'를 그냥 즐겨도 재미있는데 계산 플레이에 재미를 느끼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아 위화감을 조성하는 경우가 있다. 온라인 '팡야'에서도 토마 덩크에 기가 질려 조용히 게임을 접는 분들이 많았다. '팡야 포터블'은 혼자 즐기는 게임이어서 덜하기는 하지만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홀인원을 100번이나 성공했다는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조용히 게임을 접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일본 출시일이 발표됐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얼마 전에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막바지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팡야'만의 개그 코드를 일본 게이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 검수 작업에 신경을 쓰고 있다. 현지 퍼블리셔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해외 판매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을 것 같다. 일본에서 '팡야' 인기가 높지 않나.
▶그렇다. 규모가 작은 한국시장만 보고 타이틀을 출시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팡야'가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부담감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일본에서는 메이저 타이틀에 준하는 수량으로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기대를 받고 있다.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 출시 계획은.
▶일본 다음으로 북미 시장에 도전할 계획인데 90% 이상 준비됐다. SCEA의 출시 요건이 까다로워 미국에 PSP 타이틀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착실히 준비한 만큼 무리 없이 출시할 것으로 생각한다. 유럽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영어 외에 5개국어 정도를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 퍼블리셔와 협의해 결정하고 진행해야 할 것 같다.

-'팡야'를 소재로 한 다른 플랫폼 게임을 준비하고 있나. 기존 작품의 후속작이나 오리지널 타이틀 개발 계획은 없는지.
▶다른 플랫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많은 곳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존 타이틀의 후속작이나 오리지널 타이틀도 마찬가지다. 검토는 계속 하고 있지만 확정된 프로젝트는 아직 없다.

-콘솔 프로젝트를 거듭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계속 배우고 있다. 노하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엔트리브가 온라인게임에서는 인정 받고 있지만 콘솔 시장에서는 위치가 다르다. 우리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업체들이 출시 타이틀 수가 훨씬 많고 노하우도 더 많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다양한 이용자들을 만날 수 있었던 점은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서로 다른 3가지 플랫폼 이용자들을 겪으면서 깨닫는 바가 많았다. 앞으로는 시행착오를 덜 하지 않겠나.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좋은 게임 많이 만들어서 엔트리브에서 나온 콘솔게임은 묻지 않고 사도 후회하지 않게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닌텐도 게임이 그렇다. 뭘 사도 재미가 있다. 돈이 아깝지 않다. 순기능적인 측면도 많이 하고 있고. 그런 게임을 엔트리브에서 만들고 싶다. 회사와 게임의 브랜드 가치도 높이고 싶고.

-더 하고 싶은 말은.
▶늘 잊지 않고 호응을 보내주는 게이머들에게 너무 고맙다. '팡야 포터블'이 출시된 뒤로 각종 커뮤니티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열심히 즐겨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부족한 점 지적해주는 분들께도 감사하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생각이다. 끝까지 지켜봐달라.

정리=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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