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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명텐도 논란을 바라보며

[[img2 ]]이명박 대통령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에 게임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세계 콘솔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닌텐도와 경쟁할 수 있는 게임기를 만들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이른바 '명텐도' 논란을 촉발시켰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많은 이들이 '명텐도'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일부 기업들은 시류에 맞춰 게임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콘솔시장이 무너진 한국에서 닌텐도에 필적할 게임기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넌센스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휴대용 게임기 GP2X 위즈를 준비 중이던 게임파크홀딩스는 '명텐도' 논란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한국 휴대용 게임기의 명맥을 이어오던 게임파크홀딩스는 대통령의 발언이 나올 즈음 신기종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발언 이후 게임파크홀딩스에는 각종 언론의 취재 요청이 빗발쳤고 투자자들의 문의도 쇄도했다고 한다.

'명텐도' 논란으로 인해 게임파크홀딩스와 GP2X 위즈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게임파크홀딩스가 국산 게임기의 명맥을 지키기 위해 감내한 고통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기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3년 6개월 전인 2005년 10월 게임파크홀딩스를 방문한 바 있다. 당시 게임파크홀딩스는 GP32 개발사인 게임파크에서 분사한 뒤 GP2X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수서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에서 땀을 흘리던 직원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게임파크홀딩스는 GP2X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드웨어 스펙 자체는 뛰어났고 어느 정도의 판매량도 달성했지만 인기를 얻은 게임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인 것이 문제였다. 국내 판매량도 시원치 않았다. 많은 이들이 국산 게임기인 GP2X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실제로 구입하는 건 NDS나 PSP와 같은 외국 게임기였다. 결국 게임파크홀딩스는 해외시장에 주력했고 국내에서는 GP2X를 어학용 기기 '깜빡이'로 납품하며 어려운 세월을 이겨냈다.

게임파크홀딩스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기종 개발을 중단하지 않았다. AMOLED 액정과 빠른 속도의 프로세서가 탑재된 고성능 다기능 휴대용 게임기 GP2X 위즈가 4월30일 정식 발매를 앞두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 아니라, 게임파크홀딩스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지켜온, 국산 게임기의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자존심 덕분에 GP2X 위즈의 오늘이 있을 수 있었다.

'명텐도'가 아닌 GP2X 위즈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국산 게임기의 명맥을 지금까지 지켜온 게임파크홀딩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한다. '명텐도' 논란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국산 게임기 GP2X 시리즈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대통령의 무지함에서 나온 해프닝에 불과할 뿐이니까.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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