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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리엇의 적반하장

[[img1 ]]게이머들은 과거 엔씨에 근무했던 리처드 게리엇을 '로드 브리티시(Lord British)'라 불렀다. '울티마' 시리즈에 등장하는 로드 브리티시는 어둠의 시대에 빠진 브리타니아에 평화를 가져왔고 명예와 책임감 등 인간이면 지켜야 할 여덟 가지 덕목을 설파한 현자였다.

그가 '울티마온라인'을 통해 자유도가 넘치는 가상세계를 구현했을 때 게이머들은 존경의 의미를 담아 가상의 인물에 불과했던 로드 브리티시라는 칭호를 그에게 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로드 브리티시는 리차드게리엇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게이머들은 4200달러(525억원)이란 엄청난 돈으로 우주여행을 다녀온 그를 몸 값도 못하는 '먹튀'라 부른다. 리차드게리엇은 2001년 430억원을 받고 엔씨소프트에 입사해 6년 동안 1000억원을 들여 '타뷸라라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투여된 시간과 개발비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타뷸라라사'의 완성도는 낮았고 게임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음에도 리차드게리엇은 '타뷸라라사'의 북미와 유럽 서비스를 코 앞에 둔 11월 우주여행을 다녀왔다. 정작 게임 서비스에 가장 중요한 시기를 우주선 탑승을 위한 훈련으로 다 소비해 버린 것이다.

'타뷸라라사'는 한 달 이용권이 포함됐음에도 1달러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거래되는 수모 속에 2009년 2월 28일 서비스가 종료됐다. 1000억이 투자된 이 게임은 채 100억원도 못 미치는 매출을 기록했고 엔씨소프트는 순이익이 42%나 감소하는 타격을 받았다. 2008년 2분기 실적발표에서 이재호 CFO는 "타뷸라라사로 재정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리차드게리엇은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고 전 직장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2400만 달러(300억원) 소송을 걸었다. 리차드게리엇은 "자신은 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이 아닌데 엔씨소프트가 그렇게 처리하면서 스톡옵션(주식선택매수권) 행사에 제한이 걸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직장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도 12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도 모자라 더 많은 이익을 엔씨소프트 때문에 챙기지 못했다고 '생때'를 쓰고 있는 것이다.

'타뷸라라사'가 망가졌을 때 그 스스로 책임을 지고 사퇴 했어야만 옳다. 참신한 시도를 했고 그것이 예상과는 달리 시장에서 흥행참패를 했다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타뷸라라사'는 그저 그런 졸작이었음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아닌가. 그가 가진 세계적인 명성과 그 덕에 초기 북미 개발자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을 본 엔씨소프트로서도 '리차드게리엇 해고'라는 모양새가 좋지 않았을 것이고 해고에 대한 사실여부를 떠나 그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일을 잘 마무리 짓고 싶었을 것이다.



리차드게리엇이 문제삼는 스톡옵션 행사로 인한 피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주가의 오르고 내림을 누가 예측이나 할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당시 그가 장내 매도한 2월보다 낮았다면 이런 일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또한 그의 주장대로 스톡옵션에 따른 제한조항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해고를 때문에 항의를 했다고 소장에 적시하고 있는데, 부적합한 해고를 당했다면 법적인 해결책을 검토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일반인도 쉽게 법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미국사회에서 법적으로 몰랐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이번 소송 소식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게이머들의 반응이 싸늘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자신이 피해를 준 회사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닌데(그의 주장은 다르지만) 이제와서 더 많은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볼상사납다.

소송이라면 오히려 엔씨소프트가 해야할 판이다. 말이야 바른말로 그간의 업무태만으로 엔씨가 입은 손해가 얼마인가. 그를 믿고 기다렸다가 속은 기간이 도데체 얼마인가.

리차드게리엇은 그가 만들었지만 게이머들이 존경심에 그를 지칭한 인간이면 지켜야 할 여덟 가지 덕목을 설파한 현자 '로드 브리티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랄 뿐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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