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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데이트] 키퍼 오브 더 그루브

[[img2 ]]유닛이라 불리는 영웅의 비애

키퍼 오브 더 그루브(이하 키퍼)는 '워크래프트3'에 등장하는 영웅이다. 나이트엘프 종족을 지키는 키퍼는 반은 엘프고 반은 사슴인 형상을 하고 있고 굵직한 목소리로 강력한 포스를 풍기지만 전혀 영웅답지 않은 능력으로 인해 게이머들 사이에서 외면 받고 있다. 나이트엘프로 플레이하는 이들은 선영웅으로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데몬헌터를 택하거나 프리스티스 오브 더 문을 고르는 경우가 많고 키퍼는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내가 약하다고들 하는데 내가 약한 게 아니라 데몬헌터가 너무 강한 거라네. 그 장님(데몬헌터를 지칭)은 눈에 뵈는 게 없어서인지 무식하게 칼질을 해대는 통에 근처에 있는 적들이 남아나질 못해. 데몬헌터는 암내까지 심하고(마나번 스킬을 사용할 때 팔을 드는 모습을 지칭)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신(궁극기인 메타몰포시스를 지칭)까지 하는 통에 같은 편인 나도 가까이 가기 어려울 정도야."

키퍼의 말처럼 데몬헌터는 마나번이라는 강력한 기본 스킬과 무시무시한 궁극기 메타몰포시스로 무장해 선봉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키퍼는 기본 스킬과 궁극기 모두 거의 쓸모가 없다.

키퍼의 기본 스킬은 포스 오브 네이처와 인탱글링 루츠, 쏜즈 오오라다. 포스 오브 네이처는 나무에서 트렌트를 소환하는 스킬인데 공격력이 떨어지고 맷집도 좋지 않아 사냥용으로 쓰기에도 애매하고 이동 속도 또한 느려 정찰이나 상대 견제용으로 쓸 수도 없다. 인탱글링 루츠는 일정 시간 동안 상대 유닛이나 영웅의 발을 묶고 데미지를 주는 스킬로 휴먼의 영웅 마운틴킹의 스톰볼트와 흡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디스펠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인해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그래도 쏜즈 오오라는 그럭저럭 쓸만하다네. 상대의 근접 공격으로 받는 데미지의 일정 부분을 되돌려주기 때문에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무서워지는 스킬이지. 우리 부대에서는 드루이드 오브 클러가 쏜즈 오오라를 좋아한다네. 클러는 우리 진영에서 가장 강력한 지상 근접 공격력을 갖고 있어서 적들의 주력 지상부대와 만나는 일이 많거든. 그래서 클러가 전투에 나설 때 나도 함께 전장으로 출격하는 경우가 많지."

쏜즈 오오라가 후반 지상군의 싸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초반에는 거의 의미가 없다 할 수 있다. 시작부터 상대와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전쟁터에서 후일을 도모하는 전략을 펼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어느것 하나 쓸만한 스킬이 없는 키퍼는 기본 공격력도 약한 데다 체력도 낮아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닛'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부르는지 잘 알고 있네. 차라리 드라이어드가 더 쓸모 있다면서 드라이어드와 내가 자리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더군. 내게서 다른 스킬을 다 없애고 쏜즈 오오라만 남겨 클러와 함께 에인션트 오브 로어에서 나오게 해야 한다는 거야. 한편으로는 기분이 나빴지만 나도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지는 않다네. 클러 말고는 우리 부대에서 나를 반기는 이들이 없어. 알타 속에서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갇혀 있느니 로어로 옮겨 가서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캐릭터 데이트] 키퍼 오브 더 그루브

키퍼의 이런 처지를 동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상향 패치를 통해 키퍼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인탱글링 루츠가 디스펠이 되지 않도록 하거나 트렌트의 맷집과 공격력을 상향시키고 키퍼의 기본 공격력과 체력을 높이자는 것. 아예 쏜즈 오오라를 없애고 마나번에 필적할 만한 무기를 장착하자는 의견을 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패치가 이뤄진다고 해도 키퍼가 데몬헌터를 능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프리스티스 오브 더 문이나 쉐도우헌터와 비교해도 패치 후의 키퍼가 더 낫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강력한 공격력과 튼튼한 맷집에 다수의 소환물을 거느리는 비스트마스터를 비롯한 중립 영웅들과의 경쟁도 버거워 보인다.

"그런 패치 해봐야 나를 쓸 사람들이 늘어나지는 않을 거야. 차라리 동시에 쓸 수 있는 영웅의 수를 늘리는 편이 빠르지. 시작부터 영웅을 3기까지 쓸 수 있게 하고 최대 5기까지 뽑을 수 있게 하면 적어도 2게임에 한번은 내가 등장하지 않겠나."

나이트엘프를 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평가 받는 '워크래프트3' 프로게이머 장재호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키퍼를 쓰지 않는다. 나이트엘프의 신마저 외면한 키퍼 오브 더 그루브. 유닛이라 불리는 영웅의 비애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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