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1 ]]이상훈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기억되는 스타 플레이어다. 1993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LG 트윈스에 입단한 이상훈 이듬해인 94년에 LG 트윈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최고 투수로 발돋움했다. 95년에는 선발 20승을 기록하더니 부상에서 재기한 97년에는 구원왕에 오르며 투수로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했다.
이후 이상훈은 해외 진출로 한 동안 국내팬들과 멀어졌지만 메이저리그 도전에 아쉽게 실패한 뒤 LG에 복귀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감독과의 불화로 SK로 트레이드된 뒤 기량 저하가 예상되자 미련 없이 은퇴하고 기타를 손에 쥔 그의 자유분방한 결단은 지금도 야구팬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돼 있다. 승부처에서 한 가운데 높은 직구를 자신 있게 뿌리던 모습, 잠실구장 외야 불펜에서 마운드까지 힘차게 달리던 모습, 삼진을 잡고 마운드에서 포효하는 모습, 긴 갈기머리가 유독 잘 어울렸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은퇴 이후 접하기 어렵던 그의 근황을 게임업계에서 듣게 됐다. 허락 없이 그의 이름을 게임 안에 이름을 사용한 업체들에게 경고의 메세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답다는 생각을 했다. 주위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해 적지 않은 오해를 사기도 했던 이상훈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권리가 일정 부분 침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게임에서 자신의 카드를 삭제하라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팬으로서 이상훈을 아껴왔던 기자이기에 그의 입장을 100% 이해하고 지지하지만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다. 그의 분노 속에 팬에 대한 생각이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사전에 은퇴 선수들에 대한 계약 문제 해결 없이 그들의 이름을 게임에 사용한 업체들에게도 분명 잘못이 있다. 계약 없이 사용한 이름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합당한 주장이지만 카드 삭제까지 요구하는 것은 그를 아끼는 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하는 일이다.
야구게임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실전 야구와 야구게임이 긴밀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하고 있다. 프로야구 올드팬들은 지금은 야구장에서 만날 수 없는 왕년의 스타들을 게임 안에서 만나며 예전의 추억을 다시 꺼낸다. 이상훈 역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선수로 게임 안에서 그를 만나는 것으로 짧지만 굵었던 이상훈의 선수 시절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야구장에서 볼 수 없는 이상훈을 게임에서나마 만나왔던 팬들은 그가 카드 삭제를 고집할 경우 게임에서조차 이상훈을 만날 수 없게 된다.
이상훈이 야구게임이 야구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CJ인터넷은 CJ마구마구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로 나섰으며 WBC 한국 대표팀을 공식 후원하며 야구게임으로 번 돈을 야구계에 환원하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 역시 여러 구단과 제휴를 맺고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CJ인터넷과 네오위즈게임즈 모두 현역 선수들에 대해서는 합당한 계약을 맺고 수익을 나눠갖고 있다. 은퇴 선수들에 대한 예우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은퇴 선수들의 권리를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협의체가 없어 미리 준비하지 못했을 뿐이다. 두 업체는 지금이라도 은퇴선수협회가 생긴다면 자신들의 수익의 일부를 게임 속에 등장해준 왕년의 선수들과 함께 나누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분명 이상훈이 문제 제기한 데에는 겉으로 드러난 것 외에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일이 있을 것이다. 선수시절부터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그가 강경한 대응으로 자존심을 지키려는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행보를 결정하기 전에 팬을 한번 더 생각하고 움직였으면 한다. 은퇴 이후에도 자신을 아끼는 팬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팬들은 그의 모습을 게임에서라도 추억하고 싶어한다. 이상훈이 팬들의 마음까지 헤아린 결정을 내리기를 기다린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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