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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오토 캐시템 논란을 바라보며

[[img1 ]]언제부턴가 온라인게임, 특히 MMORPG의 경우 얼마나 많은 불법 '오토'프로그램이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게임의 흥행도를 판단하게됐다. '오토'란 게이머가 조작하지 않아도 게임내 캐릭터가 알아서 필드로 나가 몬스터를 사냥하는 자동 사냥 프로그램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MMORPG들은 모두 불법 오토 프로그램이 만연해 있는 상태다. 16일 데일리게임 랭킹 기준 RPG 순위 10위권에 랭크돼 있는 '아이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리니지', '리니지2', '십이지천2' 등의 게임에는 모두 '오토'가 존재한다. 각종 검색 포털 사이트에 '게임명 오토'라고 검색만하면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다.

오토가 성행한 계기는 아이템 현금거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아이템 혹은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중개 사이트가 생겨나면서 오토의 성행이 시작됐다. 오토를 통해 쉽고 빠르게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게임을 하는 소위 '작업장'에서 오토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작업장'에서부터 시작한 '오토'는 빠르게 일반 게이머들에게까지 전파됐고 요즘에는 PC방에서도 게이머 없이 '오토'를 사용해 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다.

게이머들이 '오토'를 사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편하기 때문이다. 굳이 내가 조작하지 않아도 알아서 사냥을 해주고 떨어진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획득한다. 컴퓨터를 켜놓고 외출할 때 오토를 사용하고 나가면 볼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때 쌓여있는 경험치와 게임머니 아이템 등은 '오토'를 사용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다.

그렇다면 이런 편리한 '오토'가 왜 불법 프로그램일까? 이 역시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토'를 제작하는 업체들은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와 합의한 후 '오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다. '오토' 프로그램을 팔면서 이익을 얻지만 그 이익이 게임을 만들거나 서비스하는 업체로 들어가지 않는다. 때문에 게임회사는 '오토'를 불법 프로그램으로 지정하고 막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단순히 게임회사가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오토'가 나쁜 것은 아니다. 게임회사는 '오토'를 사용함으로서 게임의 밸런스를 무너뜨린다고 주장한다. '오토'를 사용해 엄청나게 빨리 레벨업을 하고 엄청나게 많은 게임머니를 획득한다. 이렇게 얻어진 게임머니를 통해 고가의 아이템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형성되는 게임속의 시세가 '오토' 때문에 완전히 무너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오토'는 게임회사는 '오토'를 사용하지 않는 게이머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중견 게임 개발사 이야인터랙티브(대표 한정연)가 MMORPG '무림외전'에 '오토'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캐시 아이템 '청신부'를 도입한다고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청신부'는 자동 사냥 기능을 가진 아이템으로 이 아이템을 사용하면 캐릭터는 게이머가 지정한 스킬과 아이템 등을 사용해 자동으로 사냥을 시작한다. 불법 프로그램인 '오토'와 다를바 없는 아이템이다. '오토'를 사용하는 게이머들에게 직접 '오토'를 판매해서 이익을 얻겠다는 발상이다.

시도는 참신할지 몰라도 이야인터랙티브의 이런 행보는 너무 앞서가는 면이 없지 않다. 일단 시기가 좋지 않다. 엔씨소프트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불법 '오토' 프로그램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에서 '오토'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아이템 판매는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마치 이야인터랙티브가 '오토'를 인정하는 듯한 인상이다. 이야인터랙티브가 '청신부'는 불법 '오토' 프로그램과 다르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게이머들에게 '오토'를 게임내에 허용하는 게임회사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청신부' 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자 이야인터랙티브 측에 재심의를 요구한 바 있다.

물론 이야인터랙티브의 행보에 대해 무작정 비난만 해서는 안된다. 자동사냥 아이템을 도입하고도 게임의 완성도를 높일수 있고 게임 내 시세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야인터랙티브의 이런 시도는 마땅히 인정받아야 한다. 게이머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면 게임회사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다만 자동사냥 아이템을 사용하는 게이머들만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동사냥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는 게이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해 자동사냥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던전을 한정해야 함은 물론 자동사냥 아이템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한해야 한다. 무분별한 자동사냥 아이템 사용을 막기 위해 자동사냥용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방법이다.

많은 게이머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최상급 아이템을 자동사냥 아이템을 활용해 쉽게 얻을 수 있고 모든 던전에서 자동사냥 아이템을 사용해 사냥을 한다면 게임은 수명을 보장할 수 없다. 모든 던전에서 자동사냥이 가능하면 이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는 게이머가 몬스터를 사냥하기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이머는 자동사냥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게임을 떠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동사냥 아이템으로 사냥을 하는 캐릭터들만 존재하는 게임이 될 것이다.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는 별로 없는데 자동사냥 아이템에 의해 사냥을 하는 캐릭터들만 존재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직 이야인터랙티브가 자동사냥 아이템인 '청신부'를 업데이트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야인터랙티브의 참신한 시도에 대한 결과는 오는 18일 '청신부'가 업데이트되면 나타날 것이다. 이야인터랙티브가 큰 고민없이 게임내에 '오토'를 삽입해 게임의 밸런스를 붕괴하고 게임의 수명을 줄이는 '제 살 깎아먹기'는 하지 않으리라 믿고 싶다.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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