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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천만 도토리 키재기

[[img1 ]]지난 상반기 모바일게임업계 관심거리 중 하나가 누적 다운로드 1000만 게임이 나오느냐는 것이었다. 시리즈 누적 1000만 다운로드에 근접한 게임은 컴투스 '미니게임천국4'와 넥슨모바일의 '메이플스토리', 게임빌 '프로야구' 등이다.

이 가운데 처음으로 누적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것은 게임빌의 '프로야구' 시리즈였다. 그런데 게임빌의 기록을 놓고 말들이 많다. 지난해 9월에서야 700만 다운로드 고지를 돌파한 '프로야구' 시리즈가 어떻게 1년도 되지 않아 1000만을 넘어섰냐는 것이다.

결국 게임빌이 앱스토어 판매를 포함한 해외 다운로드 수를 포함시켰다는 게 알려지면서 1000만 다운로드 기록을 국내 다운로드 기록만으로만 산출할 것이냐 해외 다운로드 기록도 합쳐서 산출할 것이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해외 다운로드 기록을 빼면 1000만 다운로드에 가장 근접한 게임은 현재 9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컴투스의 '미니게임천국' 시리즈가 되고 2위 자리도 넥슨모바일의 '메이플스토리' 시리즈 차지가 된다.

최근 불거진 일련의 1000만 논란을 바라보면서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혼자만일까. 도토리 키재는 경쟁도 아니고 해당 업체들에게 1000만 다운로드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은 심정이다.

누적 1000만 다운로드 기록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일까. 1000만 다운로드 기록은 시장의 저변 확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지금이 모바일게임 호황기라거나, 단일 게임 1000만 다운로드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시리즈 누적 합계니, 해외 합계니 하는 것은 결국 숫자놀음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식의 논리라면 모바일 고스톱이나 테트리스는 진작에 누적 10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모바일게임 업계는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 시기는 위기이자 기회다. 위기론을 펴는 사람들은 모바일게임 산업의 정체성에 대해 얘기한다. 업계 넘버원 기업이라는 컴투스 매출액은 290여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온라인게임 업계 수위 자리를 다투는 엔씨소프트의 매출액의 10% 수준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세는 여기가 한계라는 말도 종종 들린다.

기회라는 의견은 '오픈마켓'과 '휴대폰의 진화'가 모바일게임 시장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애플에서 시작한 '앱스토어'는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SK텔레콤, NHN 등 너나할것 없이 '오픈마켓' 시장에 도전장을 던질 채비를 갖추고 있다. 휴대폰도 기술 발전을 거듭해 모바일게임의 퀄리티를 높이고 있다. 그래픽이나 사운드, 조작법 등이 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발전했다. 조만간 휴대폰이 PC와 경쟁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내 메이저 업체들은 의미 없는 1000만 경쟁을 하기 보다, 변화하고 있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기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벌이는 게 맞지 않을가. 새로워진 모바일 플랫폼에 맞는 킬러 콘텐츠 개발에 나서는 게 그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게임은 '바람의나라'로 시작됐지만 '리니지'라는 게임으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킬러콘텐츠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들은 수많은 아류작을 낳으면서 온라인게임 발전에 이바지했다.

PC방은 문화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 덕분에 문화가 됐다. '스타크래프트' 이전까지 PC방은 주로 채팅, 문서작업을 위한 '인터넷카페'의 개념이 강했다. 간혈적으로 '커맨드앤퀀커 레드얼럿', '워크래프트2', '에이지오브엠파이어' 등의 게임을 즐겼을 뿐이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등장으로 PC방은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아는 장소로 변모했다.

모바일게임 업계에도 이 산업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 수 있는 킬러 콘텐츠 개발이 절실하다. 시리지를 누적해서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것보다 단 하나의 게임으로 모바일게임 업계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리니지'나 '스타크래프트'같은 게임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나아가 해외에서도 한국 모바일게임에 대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 수 있는 게임도 개발해야 한다. 포화상태라는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을 넘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해외 시장은 우리에게 위기 극복의 열쇄를 제공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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