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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공생관계라는 착각

[[img1 ]]최근 길을 걷다보면 무심코 쓰레기를 길에다 버리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특히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흡연자들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쓰레기통이 눈에 보이는데도 쓰레기나 담배꽁초가 쓰레기통에 버려지기 보다는 길바닥에 버려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당시 길거리에 쓰레기를 그냥 버리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내가 쓰레기를 바닥에 버려야 청소를 하는 환경미화원들이 할 일이 생긴다'는 소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말도 안되는 자기 합리화다. 장난처럼 내뱉은 말일수도 있지만 이 말에는 큰 착각이 존재한다. 바로 공존이라는 착각이다.

그 착각의 시작은 아무도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지 않고 쓰레기통에만 쓰레기를 버린다면 길거리 쓰레기를 치우고 쾌적한 거리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의 일거리는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시작이다. 그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그들이 일을해서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범법행위를 해야하는가?

이런 말도 안되는 공존이라는 착각은 게임업계에도 존재한다. 바로 불법 게임머니 작업장들이 자신들이 온라인게임 업체들과 공존하고 있다는 큰 착각이다.

지난 주 기자는 불법 게임머니 작업장 정보 공유 카페에 대해 기사를 작성한 바 있다. 불법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존재하고 이들이 불법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담긴 기사였다.

이후 기자는 이 카페 운영자로부터 장문의 e메일을 받았다. 전문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 내용은 자신들이 정말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내용, 사실 온라인게임업계와 작업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공존 관계이지 않냐는 내용, 생계가 어려워 처자식 먹여살리기 위해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들이 주였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카페뿐만 아니라 그보다 규모가 큰 작업장 정보 공유카페가 많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e메일을 받아보고 기자는 절실히 작업장 단속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됐다. 정부와 경찰이 불법 게임머니 작업장 운영자들을 불구속 입건하고 그 내용이 대대적으로 보도됐음에도 자신들의 행위가 범법행위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더구나 그들이 사용하는 불법 오토 프로그램은 게임업체가 규정하는 부정 프로그램이다. 오토를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게임업체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지 답답하다.

또한 생계가 어려워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들 그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용서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기 직전에 빵을 훔친 장발장을 이해할지언정 수십대의 컴퓨터를 구매하고 오토 프로그램 구매는 물론 게임 정액 요금까지 부담하는 작업장도 생계형 범죄로 치부해야 하는가?

자신들이 월정액 요금을 결제하기 때문에 게임업체와 공존하는 관계라는 착각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월 정액 요금 얼마를 게임업체에 지불하는지 몰라도 작업장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소모되는 콘텐츠, 금새 불어나는 엄청난 양의 게임머니로 인한 피해, 일반 게이머들이 오토 대문에 사냥을 할 수 없는 문제들은 게임업체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공존이라는 것은 작업장들만의 편협한 생각일 뿐이다.

작업장의 의견을 들어보다보니 위에서 설명한 쓰레기 투기가 생각났다. 작업장들은 늘어나고 있는데 쓰레기 투기자들은 많이 줄어들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쓰레기 투기가 줄어든 결정적인 이유는 쓰레기 투기를 적발하는 단속반들이 많이 활동하며 범칙금을 부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업장들은 이미 만연해 있는 상태고 정보 공유 카페 등을 통해 새로운 범법자는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게임 업체에서 이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계정정지밖에 없다. 업체가 이들에게 계정정지라는 작은 철퇴를 내리더라도 이내 다른 계정으로 돈벌이를 계속한다.

작업장이 공공연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단속해서 처벌했다는 내용이 최근 들려온 부산 사건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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