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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청소년 보호는 언제?

[[img1 ]]청소년 이용불가, 15세 이용가, 12세 이용가, 전체 이용가. 현재 우리나라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모든 게임물에 대해 등급을 내리는 방법이다. 게등위는 국내에 존재하는 모든 게임물에 대해 등급 심의를 실시하고 등급을 확정해 공지한다. 게임의 등급은 게임을 서비스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비스 타겟층이 달라지기 때문에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는 게임의 심의등급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 뿐만 아니라 게임을 기다리는 게이머들도 등급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게이머가 이미 성인이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닌 청소년이라면 자신이 기다리던 게임의 등급이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지 않길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청소년 게이머들은 자신들이 즐기고 싶은 게임의 등급이 청소년 이용불가든 15세 이용가든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즐기고 싶은 게임을 어렵지않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게임 등급에 관계없이 청소년들이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즐기고 15세 미만의 게이머들이 15세 이용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반문한다면 기자는 실제로 그렇다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다. 당장 주변 PC방만 들어가봐도 도저히 15세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 어린 학생들이 즐기면 안되는 게임들을 하고 있는 것을 아주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기자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모 초등학교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학생들과 온라인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한반에 30여명가량의 초등학생 가운데 반 이상이 '서든어택'이라는 게임에 대해 알고 있고 거의 대부분이 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무방비로 폭력적인 게임에 노출돼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다른 일반 게이머들도 청소년들이 폭력적인 게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에 전혀 우려를 표하지 않는다. 실제로 데일리게임이 '스타크래프트2' 심의 등급과 관련해 과도한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15세 이용가 등급을 준 게등위에 대한 소식을 전했지만 게이머들은 그것이 왜 문제가 되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댓글을 많이 달았다. TV나 드라마에서 많이 보이는 장면인데 굳이 게임에서도 그것을 문제삼아 청소년들의 이용을 막을 필요가 있냐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었다.

TV나 드라마, 영화를 통해 접하는 폭력적인 장면과 게임에 등장하는 폭력성은 확실히 다르다. 게임은 게이머가 직접 캐릭터를 콘트롤해 상대방을 사살하거나 피해를 입히는 종류의 콘텐츠다. 체감하는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소리다. 당연히 게임 심의 등급에 대해 보다 더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게등위의 심의는 폭력성에 대해서 점점 더 관대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게등위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부모정보감시단 유현숙 부장은 "게등위가 게임의 폭력성 부분에서 점점 더 관대해지고 있다"며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인만큼 보다 보수적인 심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폭력적인 게임에 대한 심의 등급만이 문제는 아니다. 사후관리를 해야하는 게등위 입장에서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청소년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초등학생들과의 대화를 해본 결과 초등학생들이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에 접속하는 방법은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것이 대분분이었다. 물론 몇몇 학생들은 부모님의 허락하에 아이디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주민번호 도용 문제를 막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휴대폰 인증을 통한 성인 확인만 한다면 얼마든지 어린 학생들이 폭력적인 게임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어린 학생들이 폭력적인 게임에 노출되다보니 게이머들이나 게임 개발 업체, 게등위에서도 청소년 보호에 대해 너무 무심해진 것은 아닌가 싶다. 폭력적인 게임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는대로 불구하고 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폭력적인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별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지금 우리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순간에도 어떤 PC방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나란히 앉아 상대방 캐릭터를 사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질문은 그만 던지고 실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때가 아닌가 싶다.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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