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형을 동생이라 부르지 못하고’ 응?!

홍길동전에 보면 서자인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해 서러워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한자로는 호부호형(呼父呼兄)이라고 표현된 대목이죠. 당시 사회의 신분제로 인한 문제 때문에 결국 홍길동은 출가를 하고 의적이 돼 서민들을 돕는다는 이야기는 다들 아실 겁니다.

오늘 ABC 뉴스는 홍길동의 애달픈 마음을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표현하려고 했으나 뜻을 잘못 전달해 오히려 눈칫밥만 먹은 A사 B팀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주 A사 B팀장은 기자들과 함께 남한산성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점심 먹기에는 먼 장소이기는 하나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보자는 취지에서 오래 전에 잡았던 약속이었지요. 자리가 자리인 만큼 A사 부사장도 동행을 했습니다.

공기 좋은 곳에서 계곡 물소리가 들리는 평상에 자리 잡고 앉으니 다들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분위기도 고조됐습니다. 때마침 비가 촉촉하게 내려서 운치도 있었지요. 이런 자리에서는 술 한잔씩 하는 것이 예의 아니겠습니까. 맛있는 음식을 안주 삼아 폭탄주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도란도란 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습니다. 서운했던 일에 대한 이야기, 고마웠던 이야기가 오가면서 훈훈한 장면들이 연출됐지요. 다들 입가에 미소가 돌았고 서로에 대한 호감이 고조되고 있었습니다.

B팀장 역시 분위기에 완전 젖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부사장에게 마음에 있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요지는 ‘대하기가 어렵긴 하나 자신이 많이 좋아하고 존경한다, 회사에서 만난 관계지만 형으로 모시고 싶다’ 뭐 이런 뜻이었습니다.

이 뜻을 전하기 위해 B팀장이 꺼내 든 일화가 위에 적어둔 ‘호부호형’ 대목입니다. B팀장은 부사장에게 ‘형을 동생이라고 부르지 못해 너무 서운하다’라고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일행들은 갑자기 멍~해졌습니다.

부사장은 ‘B팀장이 평소 날 만만하게 보는 건 알았지만 동생 삼고 싶어할 정도는 몰랐다’며, ‘그래도 내가 형인데 형을 동생이라고 불러서 되겠느냐’고 정색을 했답니다. 물론 부사장도 B팀장의 마음을 잘 알았고, 농담으로 건넨 말이지요.

하지만 설화를 빌어 친하고픈 마음을 전달하려고 했던 B팀장은 부끄러워 한동안 얼굴을 들지를 못했습니다. 고사성어나 속담을 인용하면 유식하다는 평가를 받기는 합니다만, 잘못 인용할 경우 오히려 무식이 티 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네요. 이상 ABC 뉴스를 마칩니다.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