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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타임머신] 최초 프로게이머 타카하시와 마케팅

데일리게임이 임진년을 맞아 게임 산업 초기의 성장 동력원이 된 콘솔 게임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알려진 스페이스워로 부터 50여년이 지난 2012년 오늘, 콘솔 게임 시장에서 어떠한 게임기가 등장했으며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 정리했습니다.<편집자 주>


◆8비트 시대, 최초의 프로게이머 타카하시 명인 등장

[콘솔타임머신] 최초 프로게이머 타카하시와 마케팅

◇최초의 프로게이머로 평가받는 타카하시 명인, 과거 명인 시절 모습(좌측)과 현재 모습(우측)


수많은 스포츠 스타와 마찬가지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면서도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가 1980면대에도 존재했습니다. 현재와 같이 온라인 대전이 가능한 게임이 없었는데도 말이지요.

1980년대 중반 일본 게임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타카하시 토시유키 명인(高橋利幸名人, 이하 타카하시 명인)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타카하시 명인은 전 세계를 통털어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보수를 받은 최초의 프로게이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명인이란 칭호는 하나의 분야에서 특출난 실력을 가진 장인을 지칭하는 일본식 표현입니다.

타카하시 명인은 원래 운동선수 출신으로 대학을 중퇴하고 슈퍼마켓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던 평범한 청년 이었습니다. 어느 날 타카하시 명인은 컴퓨터를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90만엔(한화 1000만원)을 투자해 컴퓨터를 구입합니다.

지금과 달리 컴퓨터 사용법을 정리한 책이나 학원이 매우 드물었고, 설사 서적을 구한다 하더라도 매우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 혼자서 배우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타카하시 명인은 비싸게 구입한 컴퓨터를 공부하기 위해 슈퍼마켓 근처에 위치했던 허드슨 사무실을 방문해 면접을 봤고, 당당한 체구와 사교성을 평가받아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게 됩니다.

때마침 허드슨 회장은 장기나 바둑 리그처럼 게임 플레이 명인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신입 영업사원이었던 타카하시 명인을 훈련시킵니다. 원래 운동선수 출신이었던 타카하시 명인은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1초당 16번 버튼을 누르는 실력(전성기에는 초당 17연타도 가능했다고 합니다)으로 주목 받게 됩니다.

[콘솔타임머신] 최초 프로게이머 타카하시와 마케팅

◇타카하시 명인의 모험도, 시리즈 4편은 패미컴 최후의 게임이기도 하다


타카하시 명인은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한 '챔피언쉽로드런너'를 최초로 클리어한 일본인으로서 또다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합니다. 혜성처럼 게임계에 등장한 타카하시 명인의 인기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는데요.

당시 미국과 더불어 가장 큰 음반시장 중 하나였던 일본에서 가수로 데뷔해 음반을 만들었고, 각종 만화에 등장하는 것은 물론 타카하시 명인의 이름이 붙은 게임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타카하시 명인의 모험도. 게임은 횡스크롤 액션 게임 원더보이와 유사하다)

이러한 타카하시 명인의 유명세는 허드슨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요. 허드슨은 타카하시 명인의 기록을 바탕으로 청소년층에서 버튼 빨리 누르기 경쟁이 유행하자 버튼을 누르는 속도를 측정하는 주변기기나 자사의 게임 '미궁조곡'(한국에서는 마일론의 비밀로 유명했습니다)에 버튼 클릭 속도를 측정하는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으니까요.

◆일본식 프로게이머 '명인' 열풍

타카하시 명인의 출연으로 허드신의 인기가 높아지자 일본의 게임 업체들은 홍보 수단으로서 각종 명인을 쏟아 내게 됩니다.

남코가 내세운 모리 키미노부 명인(毛利名人, 이하 모리 명인)은 다카하시 명인이 클리어한 극악 게임 '챔피언쉽로드러너'를 공식적으로 클리어한 3000번째 인물로, 패미컴(북미 NES) 초반 인기 작품인 '닌자용검전'을 목숨을 잃지 않고 클리어 하는 완벽한 플레이로 주목받습니다.

'닌자용검전'은 닌자가 돼 벽타기, 이단 점프, 추가 무기 등을 활용해 끝판 왕을 무찌르는 횡스크 액션 게임으로 클리어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대세일 정도로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했습니다.




◇게임 킹 타카하시 명인 VS 모리 명인 격돌! 대결전! 의 한 장면. 16연타로 수박을 파괴한다(출처 : 유튜브)


모리 명인의 등장으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됩니다. 타카하시 명인과 모리 명인, 두 사람이 승부를 겨루는 장면이 영화화되기도 했는데요. 바로 '게임 킹 타카하시 명인 VS 모리 명인 격돌! 대결전!'(GAME KING 高橋名人VS毛利名人 激突!大決戦)>입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허드슨의 슈팅게임 '스타솔져'를 이용한 두 사람의 대결이 최고의 볼거리였는데요. 지금의 스타리그처럼 각각의 부스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두 명인의 승부는 당시 게이머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명인' 마케팅은 허드슨과 남코 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는데요. 대부분의 게임 업체가 자사에서 근무하는 영업 사원 중 게임을 잘하는 사람을 명인으로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주목도 받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게임, 콘텐츠 사업으로 각광받다

8비트 게임기의 전성시대를 누린 닌텐도와 세가는 게임을 바탕으로 여러 콘텐츠 사업도 함께 진행합니다. 패미콤과 세가마스터시스템을 바탕으로 창조된 '마리오'와 '소닉'은 콘솔 게임기 최대 시장인 북미와 유럽을 노린 애니메이션으로 재창조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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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닉 더 헤지혹 애니메이션, 한국에서는 바람돌이 소닉이란 제목으로 SBS에서 방영됐다


'소닉'는 미국에서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고 있던 프로그램으로 2번이나 애니메이션화 되어 방영됐고, '마리오'의 경우 셀 수 없이 많은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탄생했습니다. 나아가 마리오 형제는 이탈리아 배관공(마리오 형제는 이탈리아인 배관공이라는 설정)으로 한국의 뽀뽀뽀와 같은 어린이 프로그램의 엠씨로 진출하기도 했으니까요.

게임 캐릭터뿐만 아니라 게임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영화화되기도 했는데요.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1989년 작 '전자오락의 마법사'(The Wizard)가 대표적인 게임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게임을 통해 가족과 인간관계를 회복한다는 주제를 그린 코믹한 드라마였는데요. 이 영화의 대부분의 스토리에는 닌텐도의 게임기와 미공개 게임이 등장해 당시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얻었었습니다.닌텐도의 슈퍼마리오3는 이 영화를 통해 최초 공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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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주제로 한 영화 전자오락의 마법사, 닌텐도 홍보물에 가까웠다


또 '파이널판타지'와 '마리오', '드래곤퀘스트'에 사용된 음악(MIDI음악)은 일본과 미국에서 유명 가수들의 노래에 샘플링 됩니다. 8비트 게임 음악은 마전까지 국내에서 유행한 후크송(단조로운 리듬이 반복되는) 구조를 가지고 잇었습니다. 당시 테크노 사운드가 노래에 접목되던 실험적 현장에서 자주 쓰였고, 게임 콘텐츠의 예술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됩니다.

◆롬팩의 한계와 세이브, 새로운 게임을 창조하다

'콘솔타임머신' 코너에서는 그동안 1980년대 말까지 이어진 게임의 역사와 게임기의 등장과 후퇴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이제 본격적으로 콘솔 게임(소프트웨어, S/W)으로 넘어가기 전에 게임 장르의 다양화를 가져온 기술도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지금이야 컴퓨터나 게임기에 사용되는 메모리(Read Only Memorie, ROM)가 테라 바이트(Tera Byte)영역을 넘나들고 있지만, 1980년대 당시에는 메가 바이트(Mega Byte) 시대였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게임이 2기가 바이트(Giga Byte) 대에서 재작된다고 했을 때 1980년대 게임은 현재의 200분의 1 수준인 4메가~6메가 바이트로 제작돼야 했습니다. 또한 메모리 역시 현재 전자적 신호를 통해 읽고 쓰기가 가능한 것과 달리 공장에서 입력한 데이터만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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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라이트 이미지, 하나의 이미지에 여러 이미지를 함께 저장함으로써 이미지 용량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즉 2012년 현재 고화질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한장 용량인 6메가에 영상과 음악, 프로그램을 넣었어야 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1980년대에는 고가였던 메모리로 인해 게임은 저용량으로 제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대작 아케이드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패미컴으로 이식됐을 때 상당히 많은 부분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지요. 대표적으로 아케이드판에서는 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용의 둥지'(Dragon's Lair)는 패미컴으로 이식당시 일반 횡스크롤 액션으로 변경됐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프로그래머들은 스프라이트 이미지를 활용하기 시작했는데요. 스프라이트 이미지는 여러가지 행동을 그린 이미지를 이어붙여 하나의 파일로 만들고, 필요할때 마다 특정 부분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했습니다.

이 스프라이트 이미지는 게임을 만들때 가장 중요한 요소인 그래픽적 고민과 게임 용량을 줄이는데 획기적인 역활을 했습니다. 이미지 파일은 시작과 끝부분에 헤더와 패리트라는 추가 정보가 있는데요. 여러 이미지를 하나의 이미지로 합쳐 사용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 한 것이지요.

하지만 RPG와 같은 플레이 시간이 긴 게임은 필연적으로 많은 이미지와 프로그램 코드를 필요로 했고 프로그래머들은 이미 사용된 이미지의 색상을 변조하는 것으로 적 몬스터를 생산하곤 했습니다. 따라서 초창기 RPG 게임의 경우 용량을 줄이기 위해 초반에 등장한 몬스터의 색상을 변경해 후반에 다시 등장시키는 꼼수를 부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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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앤파이터는 캐릭터 이미지를 좌우반전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칼의 위치가 서는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또 스프라이트 이미지의 용량을 더욱 줄이기 위해 이미지의 좌우를 변경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 방식은 2D 방식으로 제작되는 게임들에서 아직까지도 사용되는 방식인데요. 국산 MORPG인 '던전앤파이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칼을 사용하는 캐릭터인 귀검사의 경우 우측으로 이동할 때와 좌측으로 이동할 때 칼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바꿔쥐거나 귀수에 오염된 손이 왼손이었다가 오른손으로 변경되는 식으로 적용돼있습니다.

이 시도들은 패미컴과 세가마스터시스템, 애플2 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됐습니다. 기존 게임은 이미지를 미리 그려놓고 불러오기보다는, 프로그램 코드를 통해 화면에 점을 찍는 방식으로 구현됐지요. 용량이 줄어들는 것에 따라 게임 소프트의 가격도 낮출 수 있어 초기 판매량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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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미콤 카트리지 내부. 좌측 하단의 SROM과 우측 하단의 배터리 삽입부가 위치해 있다


8비트 게임기 시대에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만한 것이 있는데요. 바로 SROM(Static ROM)과 배터리를 이용한 세이브가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기존 게임들은 게이머가 행한 행위나 획득한 아이템을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클리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마리오'나 '록맨' 등의 횡스크롤 게임에서는 워프존(숨겨진 위치에 존재하며 특정 스테이지까지 바로 이동해 주는 장치)을 게임에 넣거나 패스워드를 통해 게임을 이어할 수 있게 하는게 고작이었습니다.

하지만 SROM이 보편화 되면서 게임의 장르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는데요. 액션 어드벤처의 고전인 '젤다의 전설' 시리즈나 롤플레잉게임(RPG)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바꿔 말하지면 SROM을 이용한 세이브 방식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젤다의 전설'이나 '파이널판타지', '드래곤퀘스트' 등이 존재할 수 없었다고 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SROM이 게임팩에 사용되기 전까지는 게임이 연속성, 즐 플레이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 어제 '록맨' 끝판 앞에서 게임을 중단했다고 하더라도 오늘은 첫 판부터 다시 플레이를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SROM이 콘솔 게임기에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게이머가 획득한 아이템과 진행한 이벤트를 정확히 기억하는 일이 가능해져 다양한 게임이 제작되는 계기가 됩니다.

또 SROM을 통해 단발성 플레이기 아닌 연속적인 게임 제작이 가능해 지면서 게임의 스토리가 부각되기 시작했고, 보다 환상적인 모험과 이벤트들로 꾸며진 게임은 기존의 주 고객층인 청소년을 넘어 20대부터 40대 까지 폭 넓은 이용자층을 확보하는데 초석이 됩니다.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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