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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타임머신] PC엔진의 등장…콘솔게임 진화를 부추기다

데일리게임이 임진년을 맞아 게임 산업 초기의 성장 동력원이 된 콘솔 게임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알려진 스페이스워로 부터 50여년이 지난 2012년 오늘, 콘솔 게임 시장에서 어떠한 게임기가 등장했으며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 정리했습니다.<편집자 주>

◆대세는 따를 수 밖에... 'PC엔진' 등장

1980년대 말은 패미콤, 세가마스터시스템, 메가드라이브의 활약으로 콘솔 황금기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였습니다. 이런 흐름은 IT산업=게임 이라는 공식을 만들기 충분할 정도로 경제적 파급력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


◇초기형 PC엔진. 후속 기종은 비행기와 유사한 모양으로 나오기도...


당시 개인용 컴퓨터(PC)를 비롯한 첨단 전자기기를 생산하던 일본 전기 주식회사(日本電気株式会社, Nippon Electric Company, 이하 NEC)는 1987년 10월 30일 'PC엔진'(북미명 터보그래픽스16,TurboGrafx16)을 출시합니다. 이는 시대의 흐림 뿐만 아니라 유력 게임 개발업체인 허드슨이 게임 개발 참여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인지 'PC엔진' 초창기 대부분의 게임은 허드슨에서 제작합니다.

허드슨은 'PC엔진'의 퍼스트파티로 인식되기도 하는데요. 원래 자회사나 사내 개발팀을 칭하는 '퍼스트파티' 로 허드슨을 칭하는 건 PC엔진 판매에 큰 역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허드슨은 'PC엔진'의 마스코트격인 'PC원인'을 1989년 12월 15일 개발해 인기를 끌기도 했으니까요. 'PC원인'은 원시인 소년이 되어 박치기로 공룡을 물리치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인데요. 'PC유인원'이 아닌 'PC원인'으로 타이틀이 정해진 것은 PC원인의 일본식 발음이 'PC엔진'과 유사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PC엔진'을 제작한 NEC는 콘솔 게임기 개발이 처음있는 일이었고, 이미 포화상태로 보였던 신규 산업에 진출 부담(Risk)를 줄이기 위해 닌텐도 '패미컴' 하드웨어를 분석해 게임기를 만들게 되는데요.

단 그래픽칩셋은 16비트 용을 써서 좀더 부드럽고 화려한 화면을 표시할 수 있었습니다. 닌텐도는 이미 콘솔 게임 시장을 독점에 가까운 형태로 장악하고 있어 'PC엔진'에 대해 별로 터치 않았다고 하네요.

'PC엔진'은 이미 포화상태였던 콘솔 게임에 후발 주자로 등장해 별다른 마케팅 이슈를 찾아 내지 못합니다. 때문에 초반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을 정도였고, 특별한 반전 없이 게이머들의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16비트 그래픽 칩셋의 성능을 바탕으로 메가드라이브나 슈퍼패미콤보다 뛰어난 아케이드 이식작들을 선보여 일부 게임 마니아들에게는 최고의 인기 기종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제작사인 NEC는 'PC엔진'의 부진한 판매량에도 당시 함께 판매했던 개인용 컴퓨터(PC)의 성적보다 좋아 만족했다고 합니다.

'PC엔진'은 한국에서 정식 발매 되기도 했었는데요. 한국에서 MSX를 개량해 '재믹스'를 판매하던 대우가 '재믹스 PC셔틀'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했었고, 해태 역시 북미 버전인 '터보그래픽스16'을 개량한 '슈퍼콤 바이스타'를 발매했으나 크게 이슈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콘솔 타임머신] PC엔진의 등장…콘솔게임 진화를 부추기다

◇PC엔진의 마스코트인 'PC원인'. 소닉과 마리오에 대항하는 캐릭터 역활을 담당했다


◆'PC엔진', 콘솔 진화를 부추기다

'PC엔진'은 기능적 측면에서는 획기적이지 못했으나 기기의 결함을 메꾸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가 차세대 게임기들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요. 'PC엔진'은 기존 8비트 게임기들의 CPU 성능을 향상시킨 6502를 칩셋으로 사용했습니다. 16비트 그래픽 칩셋 HuC62를 사용한 깨끗한 화면 표시 성능을 자랑했습니다. 소프트웨어 배포 플래폼으로는 롬팩에 비해 작고 얇은 휴카드(HuCARD) 사용했습니다.

[콘솔 타임머신] PC엔진의 등장…콘솔게임 진화를 부추기다

◇PC엔진용 휴카드. 상단의 검은색 부분이 접지 되어 데이터를 전송했다


하지만 휴카드는 롬팩과 달리 읽고 쓰기가 가능한 저장용 ROM(세이브를 할 수 없었다)를 넣을 수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고전 슈팅 게임 명작 R타입의 경우 휴카드 용량 문제로 타입1과 2로 나뉘어서 발매되기도 했습니다.(R타입은 이후 타입X를 정식 넘버링으로 채택했습니다)

당시 콘솔 게임은 드래곤 퀘스트 붐으로 RPG 장르가 부각되면서 콘솔 게임에서 세이브 데이터의 저장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던 시기였는데요. NEC는 세이브 불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기기인 '하늘의 소리'를 판매하게 됩니다. '하늘의 소리'는 흔히 말하는 메모리 카드 방식으로 제작된 외장형 세이브 카드 였는데요. 이 방식은 1990년대 말 시작된 5세대 콘솔 게임기가 소프트웨어 플래폼을 광 디스크를 선택하면서 대부분 차용하게 됩니다.

'PC엔진'은 또다른 특징이 하나 있는데요. 'PC엔진'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용 컴퓨터(PC)를 지향하는 설계 구조로 조작기(패드)를 1인용만 연결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에는 하드웨어 제작 단가 절감의 차원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요즘이야 온라인 멀티플레이의 존재로 인해 콘솔 게임기로 2인용을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당시에는 많은 게이머들이 콘솔 게임기를 친구와 함께 즐겼던 것을 생각하면 큰 실수가 아닐수 없었는데요. NEC는 'PC엔진'용 패드 슬롯 멀티탭을 발매해 2인용 이상의 게임을 가능하게해 2인 이상 동시 플레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패드 멀티탭은 이후 차세대 게임기 뿐만 아니라 동시대 게임기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데요. 그동안 슈팅과 액션 게임을 중심으로 2인용 대전을 즐기던 게이머들은 패드 멀티탭을 사용해 최대 4인까지 동시 플레이가 가능한 스포츠 게임도 속속 등장하게 됩니다. 어쩌면 지금의 스포츠 게임이 발전하는 계기는 'PC엔진'이 제공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롬팩을 벗어나 광학 디스크의 세계로 첫 발

"한 사람에게는 단지 조그만 한 발짝에 불과하지만, 전 인류에게는 하나의 큰 도약이다"

최초로 달에 창륙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올던 암스트롱(Neil Alden Armstrong)이 달에 인류 최초로 발을 디디면서 한 명언입니다. 'PC엔진'은 1988년 콘솔 게임계에 기록 될 만큼 큰 발전을 이룩하게 되는데요. 바로 광 디스크(Optical Disk, 흔히 말하는 CD)를 소프트웨어 배포 플레폼으로 하는 CD-ROM²(씨디 롬롬이라고 읽는다)을 출시한 것입니다.

[콘솔 타임머신] PC엔진의 등장…콘솔게임 진화를 부추기다

◇CD-ROM²은 PC엔진과 연결하는 추가 장치로 CD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역활을 담당했다


이는 1990년대 중반 5세대 콘솔 게임기보다 무려 7년 정도 빠른 도전이었는데요. 전자적 패턴이 기록된 광 디스크를 레이저를 이용해 데이터를 읽는 방식은 당시 컴퓨터의 기록매체로 사용되거나 음악을 배포하는데 있어서도 드물게 사용되고 있던 때였습니다.

광 디스크는 롬팩보다 20배 가까운 용량을 저장할 수 있는데다 저렴하게 생산 가능하다는 특징인데요. 이때문에 'PC엔진'은 고용량 게임을 비교적 저가로 생산하는게 가능해 지면서 아케이드 게임을 유사하게 이식할 수 있게 됩니다. 단 CD-ROM² 추가 장치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그래픽과 데이터 처리에는 'PC엔진'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로딩이 느리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CD-ROM²은 광 디스크 드라이브 초창기에 나온 기기라 최대 1배속의 전송속도로 데이터를 읽을 수 있었는데요. ODD(Optical Disk Drive)의 1배속은 분당 200~500회 정도 회전하면서 초당 최대 150KB의 데이터를 처리 장치에 전송 할 수 있었습니다. 즉, ODD의 1배속은 1초마다 최대 150kb를 읽을 수 있다는 뜻인데요. 이는 롬팩의 초당 전송속도 3M~5MB보다 매우 느린 속도입니다.

참고로 CD를 사용하는 ODD의 연구 개발이 사실상 종료된 현재는 52배속 ODD로 초당 6메가 정도의 데이터를 읽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한 일부 이용자들은 52배속 이상의 CD 롬 드라이브를 찾는 경우가 있는데, 2000년도에 72배속 CD 롬 드라이브인 '켄우드 UCR-421'이 발매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소음과 당시 보조 기억인 HDD(Hard Disk Drive)의 읽고 쓰기 속도에 사용되는 버퍼(임시 저장소)가 4~8MB대 였기 때문에 52배속 CD롬으로도 데이터를 저장하는데는 충본했었습니다. 또한 광 디스크는 데이터의 보존(Back-up)을 위한 보조장치라 성능과 가격면에서 파격적으로 성장하는 HDD에 비해 매력이 적어 졌기 때문에, 현재에는 DVD나 HD-DVD, 블루레이 디스크 등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듯 'PC엔진'은 독자적인 휴 카드 사용과 멀티탭, 메모리카드, CD롬 채용 등은 당시로서는 대단히 모험적인 시도로 평가 할 수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현대 채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콘솔 하드웨어의 추가기기는 'PC엔진'에서 시작되었다고 평가해도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 'PC엔진'으로 날개를 펴다

[콘솔 타임머신] PC엔진의 등장…콘솔게임 진화를 부추기다

◇두근두근 메모리얼은 일본에서 2006년에 온라인 게임(!)으로 서비스 됐다. 아쉽게도 2007년 서비스 종료


'PC엔진'은 추가 기기 뿐 아니라 새로운 게임 장르를 인기 장르로 끌어올리는데에도 중요한 역활을 했는데요. 바로 코나미의 코나미 두근두근메모리얼(ときめきメモリアル)이 최초로 출시된 플레폼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게이머가 '두근두근메모리얼'을 플레이스테이션1(PlayStation1, 이하 PS1) 용 타이틀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물론 대중화 된 것은 PS1 시절이 맞지만 발매는 'PC엔진'이 최초 였습니다. 이후 '두근두근메모리얼'이 입소문을 타면서 슈퍼패미콤, PS1 을 비롯한 이식 가능한 모든 게임기로 출시가 되면서, 한때 도키메키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었습니다.

코나미는 당시 아케이드와 콘솔게임을 발매하던 중상급 규모의 게임 개발사 였는데요. 야한 장면이 중심이 되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하 미연시) 장르에서 과감히 야한장면을 빼고, 두근두근 시스템을 비롯한 핸재의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의 기초를 완성해 발매하게 됩니다. 당시 미연시는 야한 장면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포함되어 있었고, 대상이 성인 연령으로 한정되어 PC용으로 한정되어 판매가 되었으나, '두근두근메모리얼'로 점차 전연령층이 즐길수 있는 장르로 변모하게 됩니다.

'PC엔진'의 CD-ROM²으로 발매된 '두근두근메모리얼'은 이후 게임 캐릭터를 연예인화 시키는 기념비적 작품이 되었습니다. 게임 캐릭터와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은 물론, 등장 캐릭터의 드라마 CD(일본은 라디오 프로그램이 대단한 인기였는데 게임 캐릭터가 라디오 DJ가 되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거나 숨겨진 이야기를 라디오 드라마 식으로 구성해서 CD로 팔았다), 캐릭터별 소설과 애니메이션 등 게임 관련 상품들이 대거 생산되기 시작했고 대량 소비되는 계기가 된 것인데요.

[콘솔 타임머신] PC엔진의 등장…콘솔게임 진화를 부추기다

◇두근두근메모리얼은 온게임넷 방송 프로그램인 '켠김에 왕까지' 59화에서 실제 플레이 되기도...


이때 게임 전문 성우들이 등장해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일본은 대부분의 해외 영화와 드라마를을 더빙 녹음하여 상영-방영 한다) 성우들과 견줄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목소리를 담당하는 성우들이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 성우 전문 교육 학원과 기획사가 많이 등장했는데요. 현재는 애니메이션-게임의 성우들이 겸업하는 경우가 많지만 게임 전문 성우의 인기는 아직도 아이돌 수준으로 높습니다.

국내에서는 1990년도 중반 일본 콘솔 게임 붐과 맞물려 두근두근메모리얼 등장 캐릭터의 사진과 브로마이드를 용산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을 정도로 아시아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렇듯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파생상품이 중심이 되는 일본의 '오타쿠' 문화 상품은 'PC엔진'이라는 게임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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