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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타임머신] 닌텐도 ‘슈퍼패미콤’, 소니를 게임 시장에 등장시키다

데일리게임이 임진년을 맞아 게임 산업 초기의 성장 동력원이 된 콘솔 게임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알려진 스페이스워로 부터 50여년이 지난 2012년 오늘, 콘솔 게임 시장에서 어떠한 게임기가 등장했으며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 정리했습니다.<편집자 주>

◆'슈퍼패미콤' 한계를 극복하라

전회에 잠시 이야기 했던 슈퍼패미콤의 한계에 대해 이번 시간에 좀더 자세히 다뤄야 할 것 같네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슈퍼패미콤은 패미콤과의 연동을 기반으로 기획되어 제작되다, 급하게 단독 플패폼으로 변경된 기체이기 때문에 설계상에 실수가 다수 존재했습니다.

[콘솔 타임머신] 닌텐도 ‘슈퍼패미콤’, 소니를 게임 시장에 등장시키다

◇FX 칩셋이 포함된 롬팩(좌)과 일반 롬팩(우). 슈퍼패미콤 후반부에 출시된 게임은 대부분 추가 연산장치를 롬팩에 삽입되어 롬팩 가격을 상승시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닌텐도가 빼어든 카드는 롬팩 내에 보조 연산 장치를 삽입 하는 것인데요. 요즘은 흔히들 듀얼코어, 쿼드코어로 표현하는 CPU 기술과 유사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1990년대 사용되던 듀얼CPU(두개의 CPU를 장착해 연산을 분산시키는 것. 듀얼코어는 하나의 CPU에 연산 장치를 여러 개 장착한 것)라고 이해하시면 쉽겠네요.

이런 조치는 게임의 품질에 대해서는 득이 됐으나 가격면에서는 치명적인 독이 되었는데요. 1994년 이후 롬팩 하나의 가격이 1만엔(약 14만원)을 넘어서더니 1995년 이후에는 롬팩의 평균 가격이 1만엔을 넘어설 정도로 고가의 게임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슈퍼패미콤 본체의 가격이 2만 5000엔(약 32만원) 이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매우 비싼 가격이었던 거지요.

닌텐도는 롬팩의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6년 초 롬팩의 가격 상한선을 7800엔(약 11만원)으로 동결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만, 이미 32비트 게임기에 대한 소식과 출시일에 대한 기대감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판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7800엔이란 가격 역시 이후 차세대 게임기의 광 디스크(CD) 게임의 가격 5200엔이 비해면 매우 비싼 수준이었으니까요.

한가지 재미난 점은 시장을 지배하던 닌텐도가 롬팩의 가격을 고가로 생성하자 중고 게임 거래 시장이 활성화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고가 롬팩 정책은 현재 칼라파고스화 되어가는 일본 게임 시장에서도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는 중고 시장을 활성화 시켰으니까요.

[콘솔 타임머신] 닌텐도 ‘슈퍼패미콤’, 소니를 게임 시장에 등장시키다

◇게임은 중고라도 품질은 신품과 같으며 가격은 절반 수준. 때문에 중고 게임 시장 문제는 언제나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이미지 출처 : http://labaq.com)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일본은 거품 경제(버블 경제) 시기와 맞물리면서 폭발적 성장했었고, 일만 해준다면 연봉은 얼마든지 내겠다는 풍토가 조성될 만큼 돈이 넘쳐나던 시절이었습니다. 때문에 1만엔 정도로 책정된 게임 가격은 아주 '저렴한' 수준이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1996년 이후 일본의 경제 상황은 악화되기 시작했고, 게임을 구매하기 힘들어진 소비자들은 중고 게임을 찾게 된 것 입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요. 소프트웨어 중고 시장의 특수성 입니다. 게임과 같은 소프트웨어는 중고와 신품은 가격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품질면에서는 동일한 중고 가치가 뛰어난 상품입니다. 때문에 비싼 신품보다는 조금 늦게 하더라도 중고로 저렴하게 게임을 구매하는 게이머들이 늘기 시작했고, 일부 게이머는 중고 팩에 세이브 데이터(롬팩 자체에 세이브 파일을 위한 롬이 들어있기 때문에)가 들어있는 게임을 더 선호해 일부러 중고를 찾는 기 현상이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닌텐도, 소니의 게임산업을 부추기다

슈퍼패미콤 탄생의 뒷 배경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꽤 있는데요. 닌텐도의 하드웨어 제작 파트너 였던 소니가 게임 산업을 단독으로 진행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 입니다.

당시 소니는 워크맨과 휴대용 CD플레이어 등으로 음성 재생 기기에 특화된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닌텐도가 슈퍼패미콤을 개발할때 ‘소니 SPC700 & DSP’라는 사운드 칩셋을 사용하게 됩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개발 초기 닌텐도는 메가드라이브가 사용하는 FM음원(특정 주파수를 가지는 소리를 합성해 출력하는 방식) 사운드 칩셋을 슈퍼패미콤에 사용하려 했는데요. 후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되는 쿠다라기 켄의 강력한 요청으로 PCM(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저장해 소리를 출력하는 방식. FM방식에 비해 음질이 뛰어나다)을 탑재하게 되고 메가드라이브와 차별화 되는 음질로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게 됩니다.

사운드칩셋으로 시작된 닌텐도-소니의 공동 개발 노선은 양사에 신뢰 관계를 쌓기에 충분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소니는 '슈퍼패미콤'에 추가로 장착되는 광 디스크(Optical Disk) 기반 게임기를 추가로 개발했으나 출시는 하지 못했습니다.

소니의 쿠다라기 켄이 닌텐도와 1990년 1월 슈퍼패미콤 사운드 칩셋 공급과 함께 광 디스크를 매체로 사용하는 게임기를 개발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닌텐도 최악의 실수 중 하나인 CD-ROM 드라이브를 무시하는 경영진의 판단 실수로 계약을 파기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닌텐도는 향후 광 디스크 기반 게임기를 출시하는 필립스와 업무 제휴를 비밀리에 진행하면서(이 계약은 소니를 견제하기 위해 필립스와 짜고 친 거짓 제휴였다!) 실수를 연발하게 되는데요.

[콘솔 타임머신] 닌텐도 ‘슈퍼패미콤’, 소니를 게임 시장에 등장시키다

◇구다라기 켄(좌) 前 SCE 회장. 게임산업을 소니의 주력사업 수준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닌텐도와 소니, 필립스의 삼각 관계는 1991년 여름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일렉트로닉쇼에서 소니가 닌텐도와의 제휴 게임기를 발표한 다음날, 닌텐도가 이것을 부정하고 필립스와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면서 소니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지금이야 일본 게임 업계에서 어깨를 나란히 대표적인 기업인 소니와 닌텐도 이지만 당시에는 닌텐도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이 사건이 있은 후 닌텐도-소니 연계 업무와 CD-ROM 기반 콘솔 게임기 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쿠다라기 켄은 소니 독자적인 게임산업 진출을 결정하게 됩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32비트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편에서 다루기로 하고 넘어가야겠네요.

◆닌텐도, '슈퍼패미콤'으로 방송 통신 사업자로 변신 시도

닌텐도가 설립 초기에는 완구나 포커나 화투 게임용 카드를 만드는 회사였다는 것은 전 시간에 설명드린 기억이 나는데요. 1990년대 일본 거품경기와 세계적 호황기에 맞물린 닌텐도의 황금기에는 사업분야가 공격적으로 확장되던 시기기도 합니다.

[콘솔 타임머신] 닌텐도 ‘슈퍼패미콤’, 소니를 게임 시장에 등장시키다

◇하단의 사테라뷰가 수신한 데이터를 BS-X라고 적힌 카트리지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위성 게임을 서비스 했었다


많은 닌텐도 게임 마니아들은 이런 닌텐도의 공격적인 부분을 좋아 하는데요. 닌텐도는 1995년 ‘사테라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방송 위성을 통한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를 시작합니다.

'사테라뷰'는 새털라이트 뷰(Satella View)의 일본식 발음으로, 인공위성으로 전송된 방송신호를 통해 지금의 케이블 TV와 유사한 방송 콘텐츠는 물론,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 할 수 있는 기기였습니다.

'사테라뷰'가 사용하는 방송 영상과 게임데이터는 BS(Broadcast Satellite)로 일본 전역에 송신되었으며 게이머들은 방송시간에 맞춰 게임을 다운받아 플레이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위성방송을 이용하는 구조라 독자적인 음악 방송이나 라디오 프로그램도 함께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도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는데요. '사테라뷰'의 가격이 1만 8000엔으로 고가품이었던 데다가 방송 콘텐츠의 품질이 낮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가장 중요한 BS '사테라뷰' 게임이 그다지 제작되지 않았고, 특히 BS용 타이틀 '파이어엠블렘'의 경우 카트리지에 게임 데이터가 저장되기는 하지만, 방송 시간외에는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들어내며 게이머의 철저한 외면을 받게 됩니다.

◆'슈퍼패미콤' 시대 막을 내리다

한시대를 풍미한 닌텐도 '슈퍼패미콤'. 콘솔 게임을 대표하는 회사인 닌텐도를 지금의 반석에 올려놓은 이 게임기는 결국 차세대 게임기의 거센 물결을 이기지 못하고 2003년 공식적인 판매를 중지하게 됩니다.

[콘솔 타임머신] 닌텐도 ‘슈퍼패미콤’, 소니를 게임 시장에 등장시키다

◇1996년 발매된 슈퍼패미콤판 스트리트파이터제로2. 음성 부분을 제외하면 완벽 이식작이라 칭할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닌텐도의 슈퍼패미콤 판매 중단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 등장한 1995년 이후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슈퍼패미콤은 차세대 게임기(32비티 게임기 세가 새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가 생산과 유통의 문제로 전세계에 보급되기 전까지는 현역 게임기의 위치를 굳건히 하며 최후의 불꽃을 피웠습니다. 이때 캡콤은 아직까지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스트리트파이터:제로2'를 슈퍼패미콤으로 완벽 이식하는 기행(!?, 슈퍼패미콤의 성능상 아케이드 격투게임의 완벽이식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을 저지릅니다.

슈퍼패미콤은 공식 판매가 중지된 2003년 이후에도 AS는 공식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만, 2007년 닌텐도가 패미콤과 슈퍼패미콤의 AS신청이 전무해 더 이상의 수리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 수많은 기록만을 남긴 체 사라지게 됩니다.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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