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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타임머신] 3D게임, 32비트 게임기를 만나다

데일리게임이 임진년을 맞아 게임 산업 초기의 성장 동력원이 된 콘솔 게임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알려진 스페이스워로 부터 50여년이 지난 2012년 오늘, 콘솔 게임 시장에서 어떠한 게임기가 등장했으며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 정리했습니다.<편집자 주>

◆32비트 시대의 시작, 세가 메가드라이브 32X

이번 시간에는 콘솔 게임기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시대적 배경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콘솔 게임기 역시 산업의 일부분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발전했기 때문에, 콘솔 게임 시장 황금기인 1990년대 중반 32비트 시대를 설명하는데 있어 기술의 발전과 게이머의 성향을 먼저 알아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콘솔 타임머신] 3D게임, 32비트 게임기를 만나다

◇메가드리이브와 32X. 전용 게임은 라벨에 32X라는 별도의 표기가 있었다(출처 : http://www.gamesasylum.com)


1990년대 중반, 콘솔 게임기의 교체 속도는 기술의 발전과 발맞춰 가속화 되기 시작합니다. 8비트 게임기인 패미콤이 10년이 넘는 기기 수명을 누렸던 것과는 달리 16비트 게임기인 세가 ‘메가드라이브’(북미명 제네시스)와 닌텐도 ‘슈퍼패미컴’(북미명 슈퍼닌텐도엔터테인먼트시스템)은 6~7년여의 수명을 끝으로 차세대 게임기에게 자리를 내주고 맙니다.

16비트 시대가 저물기 시작한 1994년 부터 각종 게임 매체에서 차세대 콘솔 게임기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1'과 '세가 세턴' 등 32비트 CPU를 사용한 차세대 기종의 정보가 공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메가드라이브로 콘솔 게임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세가는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발매가 소니에 뒤쳐질 것으로 예상되자, 게이머의 관심과 32비트 게임기 시장의 선점을 위해 '32X'라는 메가드라이브 추가 기기(Add on)를 발매합니다.

32X는 '메가드라이브'의 롬팩 슬롯에 장착하는 기기로 32비트 CPU가 장착되어 게임에 필요한 연산(계산)을 담당하는 기기입니다. ‘메가드라이브’는 '32X'의 등장으로 32비트(bit)로 처리 데이터가 2배가 되면서 기존에는 시도하지 못했던 게임들을 만들기 시작하는데요.

이 시기에 최초의 3D 폴리곤 격투 게임인 '버추어파이터'도 메가드라이브 32X를 사용해 가정용 으로 발매됩니다. '메가드라이브 32X' 용 '버추어파이터'는 아케이드 버전보다 그래픽과 성능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게임 플레이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이식 됐는데요. 당시 하드웨어 기술로는 가정용 게임기와 같이 소형 기기에 고성능 CPU를 탑재하는게 비용 문제로 불가능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16비트 CPU 기반의 콘솔 게임기에서도 3D 게임은 존재했으나 엄밀히 말하면 2D 게임의 기본이 되는 레이어 중첩을 이용한 눈속임에 가까웠습니다. (스타폭스 시리즈, 스페이스 헤리어 등) 때문에 X축과 Y축, Z축을 이용한 가정용 3D 폴리곤 게임은 '버추어파이터'로 주장도 존재하는 것이지요.

[콘솔 타임머신] 3D게임, 32비트 게임기를 만나다

◇사진은 32X를 사용하기 위해 케이블을 연결하는 모습. 32X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5개의 케이블을 연결해야 한다! 북미 유명 게이머 AVGN(Angry Video Game Nerd, 화난 비디오 게임 괴짜)는 이를 생명 유지 장치에 비유했다(출처 : 게임스크류닷컴)


하지만 세가 ‘32X’는 개발 기간만큼이나 빠르게 게이머들에게 잊혀집니다. 당시 많은 게이머들이 세가 '세턴'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1'의 발매 소식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게임 라인업의 부족과 '32X'의 내부 문제, 게임의 각종 버그도 한 몫 '32X' 부진에 원인으로 들 수 있습니다.

콘솔 게임 역사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32X’를 먼저 설명한 이유는 최초의 32비트 게임기라는 이유 뿐만 아니라 3D 게임의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인데요. ‘버추어파이터’를 비롯한 전용 게임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3D 시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존재로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32비트 게임기의 트레이드마크, '폴리곤'과 '3D'

요즘 흔히 3D라는 개념을 영화와 게임에서 섞어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기술적인 관점으로 보았을때 3D영화와 3D게임은 엄격히 구분지어 사용해야 합니다. 물론 3D 입체 효과를 사용하는 닌텐도 3DS가 발매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3D영화는 하나의 물체에 원근감을 주는 것으로 눈의 착시를 이용한 화면 표시 방식입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말하는 3D는 ‘폴리곤’ 기반의 표시 방식을 말하는 것인데요. 물체를 입체적으로 표현해주는 방식은 3D 입체 영상이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가상 현실을 3D ‘폴리곤’ 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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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는 X축과 Y축, Z축 좌표를 가진 점들을 연결한 다각형으로 입체감을 표현하는 기술(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기술적 내용을 파고 들면 이야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이제 콘솔이나 컴퓨터 용 게임에서 사용하는 폴리곤 방식을 3D로 부르겠습니다.(3D 게임이라는 용어 보다는 3D 폴리곤 게임이라고 표현 하는게 더 적합하지만 말이지요!)

3D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둬야 하나는 개념이 바로 '폴리곤'(Polygon) 입니다. '폴리곤'은 다각형이라는 뜻으로 3D 캐릭터를 만들때 쓰이는 최소 단위 중 하나입니다. ‘폴리곤’은 작은 다각형으로 물체 표면을 표현 하는데 쓰이는데요. 인체에 비유하면 근육과 피하지방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피부의 질감이나 색상은 텍스쳐(Texture)로 표현합니다)

많은 수의 폴리곤으로 제작된 3D 게임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처리장치의 빠른 연산 속도가 중요합니다. 3D 게임은 '폴리곤'과 ‘텍스쳐’의 움직임을 수학적 계산으로 표현하기 때문인데요. 흔히 렉이라 부르는 프레임 드랍(Frame Drop) 현상은 '폴리곤'의 움직임을 처리하는 CPU나 GPU의 계산 속도가 느려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3D 게임을 정상적인 속도로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수학계산에 특화된 빠르고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가진 32비트 CPU의 존재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특수한 경우는 예외로 하겠습니다)

◆3D 게임, 게임 산업 대중화에 기여. 하지만...

폴리곤의 장점은 캐릭터의 기반이 되는 모델을 만들어 놓으면 캐릭터의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구현 가능 하다는 것 입니다. 이 특증을 바탕으로 3D 게임은 2D 게임에 비해 개발 기간 단축과 게임 용량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2D 게임은 수많은 이미지를 그리고, 저장해야 하니까요)

3D 게임은 캐릭터의 뼈대(프레임), 폴리곤(근육과 피하지방), 텍스쳐(피부)만 만들어 놓으면 움직임은 수학적 계산으로 얼마든지 재현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징 덕에 기존의 2D 게임 개발에서 가장 많은 인력이 필요했던 캐릭터 디자이너의 비중이 대폭 낮아지게 되었고, 이는 개발 비용의 감소와 집중으로 통해 저렴하고 고품질의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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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X 용 버추어파이터. 폴리곤의 수가 낮아 아케이드 버전보다 품질이 낮았다


또한 2D 스프라이트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게 되자 게임의 용량이 낮아지는 추가 효과도 덤으로 따라왔는데요. 당시에는 게임 용량이 게임의 가격을 결정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32비트 게임기가 선택한 고용량 저비용 매체인 CD(Compact Disk)와의 시너지 효과로 10만엔 이상하던 고품질의 게임이 4~7만엔대로 떨어지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고품질, 저비용, 생산성이라는 장점으로 똘똘 뭉친 3D게임의 단 하나의 약점은 고성능 게임기를필요로 한다는 것인데요. 이런 제약 때문에 비교적 드물게 제작되던 3D 게임은 32비트 게임기가 출시되자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3D 기술이 32비트 게임기와 만나 발전하면서 중소 게임 제작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3D 게임의 개발은 2D게임에 비해 초기 단계가 길기는 하지만 프로그램 오류나 캐릭터 변경이 더 손쉽고 싸게 가능하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비용으로 게임을 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런 특징 때문에 중소 개발사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게임들을 쏟아내면서 콘솔 게임기 황금기에 시작을 알립니다.

또한 게임에 사용되는 3D기술은 영화나 뮤직 비디오에서 사용되는 3D 특수 효과와 유사한 특증이 있는데요. 이런 특징은 대형 영화사의 관심을 게임으로 돌리기에 충분했었나 봅니다. 대형 영화사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을 이용해 손쉽고 간편하게 캐릭터 게임을 만들어 게임 시장에 진출을 시도했고 이는 하나의 문화 산업 콘텐츠를 이용한 사업 영역 넓히기에 딱 맞는 모델이 되었습니다.




◇넥슨이 공개한 마비노기영웅전 버텍스 프레임 영상. 수많은 폴리곤이 모여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고 있다


대형 영화사 뿐만 아니라 그들의 하청을 받던 특수효과 전문팀 들은 그동안 영화로 쌓은 노하우를 살려 중소 개발사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만일 32비트 게임기와 3D게임이 게임의 질적-양적 성장을 이끌지 못했다면 지금의 게임 산업은 존재하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3D 게임이 게임 산업 규모와 질적 향상에 큰 역할을 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3D 게임 특징은 짧은 개발기간과 낮은 투자 비용, 손쉬운 개발 등의 특징과 잘하면 ‘대박’ 못해도 ‘중박’이라는 당시 분위기와 맞물려 저품질의 게임이 쏟아지는 계기가 되었고, 이런 현상은 ‘아타리 쇼크’와 매우 유사했기 때문에 당시 몇몇 전문가들은 게임 산업의 위기론을 주장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닌텐도가 시작한 개발사 관리 제도와 게임 가격 하락, 주요 소비층의 변화 등이 복합되어 ‘아타리 쇼크’때와 같은 산업 붕괴는 일어나지 았았습니다.(게임 전문 매체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를 얻기 쉬워진 것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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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K는 자체 개발한 2D 게임을 고집하다 2001년 10월 22일 공식 파산했다. 현재는 SNK 클레이모어가 명맥을 이어가는 상태


하지만 이런 현상은 상대적으로 긴 개발기간과 많은 투자가 필요했던 기존의 2D 게임 업체들에게는 재앙이 되었습니다.

화려하고 신기한 3D 게임에 밀려 2D 게임은 게이머의 눈길을 끌지 못했고, 마구 쏟아지는 3D 게임의 물량과 품질을 따라잡지 못한 중소 게임 개발업체들은 자금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고, (물론 고품질의 2D게임은 마니아 층에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습니다. 메탈슬러그가 대표적) 그동안 게임 산업의 기반 역할을 담당하던 SNK와 허드슨 등의 중견 업체가 부도로 몰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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