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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타임머신] 대형 가전 업체, 콘솔 게임기 도전... 그리고 실패

데일리게임이 임진년을 맞아 게임 산업 초기의 성장 동력원이 된 콘솔 게임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알려진 스페이스워로 부터 50여년이 지난 2012년 오늘, 콘솔 게임 시장에서 어떠한 게임기가 등장했으며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 정리했습니다.<편집자 주>

◆NEC, PC엔진으로 휴대용 게임기 도전

일본 전기 주식회사(日本電気株式会社, Nippon Electric Company, 이하 NEC)는 지난 시간 PC엔진의 등장([콘솔 타임머신] PC엔진의 등장…콘솔게임 진화를 부추기다)서 소개해 드린 바와 같이 개인용 컴퓨터를 비롯한 첨단 가전 기기를 만드는 업체 인데요.

[콘솔 타임머신] 대형 가전 업체, 콘솔 게임기 도전... 그리고 실패

◇PC엔진 GT와 PC엔진 LT. 한국에서는 TV 튜너를 달고 휴대용 컬러 TV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NEC는 가정용 컴퓨터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와 일본 경제 버블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었고, 여러 가지 사업에 도전해 실패하더라도 제정 측면에 위협(Risk)가 되지 않을 정도의 거대 기업이었기 때문에 이런 도전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 리스크, 하이 리턴'(No Risk, High Return)은 게이머의 요구(Needs)를 분석해 제품을 만드는데 방해가 될 뿐이었습니다. 즉, 잘되면 대박이고 성공 못해도 상관없다는 안일한 시장 분석이 NEC 휴대용 게임기 시장 진입에 실패의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NEC는 이런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마니아 층을 형성하는데 성공한 'PC엔진'을 이용해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 도전을 합니다. 휴대용 게임기 'PC엔진 GT'는 기존의 'PC엔진'에서 사용하던 '휴 카드' 게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플레폼이 아닌 기존의 콘솔 기기를 소형화 한 제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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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PC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었지만 AAA사이즈 건전지 6개로 1시간도 게임을 못하는 것은 큰 결함이다


하지만 'PC엔진 GT'가 발매된 1990년도는 고밀도 집적회로와 배터리 용량의 한계 때문에 2.6인치 스크린과 거대한 본체크기, 시야에 따라 색이 변경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PC엔진' 게임은 메모리 카드인 '하늘의 소리'를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EC는 1991년 'PC엔진 LT'를 발 빠르게 추가했지만 비싼 가격과 '게임보이'와의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초라한 성적을 남기게 됩니다. NEC는 이런 휴대용 'PC엔진'을 살리기 위해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를 비롯한 헐리웃 드라마와 영화에 간접 광고 형식으로 등장하지만 별다른 이슈가 되지 못하고 곧 시장에서 사라집니다.(이런 시도는 IT 제품을 홍보하는데 많이 쓰인다. LG나 삼성의 모니터는 물론 노키아의 휴대폰 등은 첨단 스파이 도구로 자주 등장)

◆소형 가전 제조사 필립스, 콘텐츠 사업 도전

성인 남성이라면 전기면도기로 유명한 필립스를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필립스는 첨단 의료장비와 소형 가전기기로 소비자에게 더 친숙한 회사인데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가 위치한 '필립스'의 정식 명칭 '로얄 필립스 일렉트로닉스 N.V.'(Royal Philips Electronics N.V.)인데요.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네덜란드 축구클럽 'PSV 아인트호벤'의 스폰서로 더 잘 알려져 있을 것 같네요.

[콘솔 타임머신] 대형 가전 업체, 콘솔 게임기 도전... 그리고 실패

◇PSV 아인트호벤은 박지성과 이영표가 선수로 활약 했던 네덜란드 명문팀이다


이런 소형 가전과 첨단 의료 기기 메이커인 '필립스'도 한때 게임 시장에 주목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게임만을 위한 기기는 아니었지만 말이지요.

필립스는 1986년 소니와 함께 CD를 매체로 하는 기록 표준 규격인 '그린 북'(Green Book)을 획득하면서 콘텐츠 사업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필립스 최초이자 마지막 게임기로 볼수 있는 'CD-i' 플레이어는 1991년 세상에 등장했는데요. 이 기기를 정확하게 분류하자면 오디오 CD와 비디오 CD(옵션 상품이었다)를 제생할 수 있는 가정용 영상 재생기였습니다.

'CD-i'는 주로 교육이나 음악, 자기 계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유통이 되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올립니다. 필립스의 주요 사업 영역인 병원이나 소형 가전 시장에서 게임기가 아닌 비디오 플레이어로서 말이지요.

[콘솔 타임머신] 대형 가전 업체, 콘솔 게임기 도전... 그리고 실패

◇필립스 CD-i. 콘솔 게임기로 분류하기에는 애매한 성능의 제품이었다


하지만 필립스는 'CD-i'를 이용한 게임에도 욕심을 내기 시작하는데요. 'CD-i'는 1994년 발매되 선풍적인 인기를 끈 어드벤처 게임 '미스트'(Myst)를 선두로 '레밍스'와 '7번째 손님' 등 PC 게임과 '호텔 마리오', '젤다의 전설' 등 닌텐도의 간판 타이틀을 전용 타이틀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CD-i'는 콘솔 게임기로 인정받기에는 너무나 성능이 뒤떨어져 있었고, 닌텐도의 간판 시리즈 2종의 이름을 빌린 타이틀을 발매하기는 했지만 게임의 품질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콘솔 게임기로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국 '금성전자', 콘솔 게임기로 실패를 맛보다

지금은 LG전자로 이름을 바꾼 금성전자도 현대, 삼성에 뒤이어 콘솔 게임 시장에 도전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백색가전(냉장고나 세탁기 등 하얀색상을 가진 가전 제품의 별명) 시장에서 일본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른 금성전자는 일본의 마쓰시타(지금의 파나소닉)이 만든 가정용 게임기 규격을 이용해 '3DO 얼라이브'라는 제품을 한국에 출시했습니다.

3DO는 오디오(Audio)와 비디오(Video)에 뒤를 이을 가전과 사용자가 소통 가능한 세 번째 표준규격 디오가 되는 것을 뜻하는 이름입니다. 이 게임기의 개발 목표는 비디오 시장의 제도(라이센스를 구매하면 누구나 생산이 가능한)를 차용해 여러 게임사가 소규모 자본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오픈 마켓의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요.

[콘솔 타임머신] 대형 가전 업체, 콘솔 게임기 도전... 그리고 실패

◇3DO는 제품이 아니라 표준 규격이기 때문에 비용만 내면 하드웨어는 누구나 만들 수 있었다. 사진은 파나소닉이 내놓은 3DO 제품 '리얼'


3DO는 32비트 기반의 제품으로 비디오 CD의 재생이 가능한 복합 기기 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일본에서 출시된 세가의 '새턴'과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1'에 밀려 설자리를 찾지 못했는데요.(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은 한국에 정식 수입되지 않았음에도 3DO보다 잘 팔렸다) 3DO의 실패 원인으로 지목받는 이유는 3DO가 가진 출신 배경 때문인데요. 마쓰시타는 가전 제품 메이커로는 유명했지만 콘솔 게임기에는 신규 진출한 업체이기 때문입니다.

즉, 신규 진출한 업체의 게임기에 대한 기존 게임 개발사의 평가는 냉담할 수 밖에 없었고, 세가나 소니에 비해 열려있는 라이센스 정책은 '아타리 쇼크'의 씁쓸한 기억을 떠올리기에는 충분한 역활을 했습니다. 또한 3DO용 게임을 제작할 경우 기술의 일부를 마쓰시타에 공유하는 격이 되기 때문에 개발사의 노하우(Know-How)를 빼앗기기가 싫었던 것이지요.

때문에 3DO 게임은 유명 게임 시리즈가 빠진 부실한 라인업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슈퍼 스트리트파이터 2X'나 미스터리 호러물 'D의 식탁' 등은 3DO로 발매되기도 했는데요. 문제는 이 게임들이 거의 모든 콘솔 게임기로 발매가 되었기 때문에 3DO를 구매해야 할 이유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3DO 얼라이브 한국 방송 광고 영상(출처 : www.youtube.com)


또한 높은 가격은 제품 판매 초반부터 보급에 큰 걸림돌이었는데요. 1990년도 초반 콘솔 게임기 제작사의 주요 수입은 게임 업체들이 만든 게임을 출시 해주는데서 얻는 라이센스 비용(사용료)과 카트리지 제조 비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쓰시타는 콘솔 게임기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런 비지니스 모델을 무시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정가를 고집하며 3DO 부진을 부추겼습니다.

결국 마쓰시타의 판매 정책과 게임 개발사들의 협력 부재로 '금성전자'의 콘솔 게임 시장 진출은 큰 실패만 남고 말았는데요. 이때의 실패 때문에 지금의 LG전자가 게임산업 진출에 소극적인 면을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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