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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타임머신] '아타리'가 죽고, 이름 석자를 남기다

데일리게임이 임진년을 맞아 게임 산업 초기의 성장 동력원이 된 콘솔 게임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알려진 스페이스워로 부터 50여년이 지난 2012년 오늘, 콘솔 게임 시장에서 어떠한 게임기가 등장했으며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 정리했습니다.<편집자 주>

◆아타리 생명연장의 꿈, '재규어'

[콘솔 타임머신] '아타리'가 죽고, 이름 석자를 남기다

◇아타리 마지막 콘솔 게임기 '재규어', '재규어'의 실패는 아타리가 망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평가 받는다


아타리는 '아타리 쇼크'이 후 출시하는 게임기 마다 애매한 성능과 품질 관리 부족으로 지속적인 실패를 겪어야 했습니다. 또한 닌텐도와 세가를 선두로 한 일본 게임 업체들이 북미와 유럽 시장서 활약하면서 아타리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타계 하기 위해 아타리는 '아타리 5200'과 '아타리 7800', 휴대용 게임기 '아타리 링스' 등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개발과 출시 지연 등으로 빛을 받아보기도 전에 사라지게 됩니다. 이후 아타리는 게임 사장에서 판매가 진행되고 있던 게임기와 출시가 예정된 차세대 게임보다 고성능의 콘솔 게임기 '재규어'를 발표하고 1993년 세계 최초의 64비트(bit) 게임기로서 출시를 시작했습니다.

아타리는 당시 16비트 게임기 '메가드라이브'와 '슈퍼 패미콤'보다 4배 뛰어난 성능이라며 ‘재규어’를 대대적으로 광고 했습니다. '재규어'는 당시 출시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던 세가 '새턴'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보다도 2배 뛰어난 기기로 소문을 내는데 열을 올렸는데요.

‘재규어’는 ‘비트 전쟁’(Bit War)라 불릴 만큼 게임기의 성능을 중시하던 분위기 속에서 아타리 게임기의 주요 패인이었던 뒤떨어진 기기 성능을 만회하고, 시장 지배력을 되찾으려는 야심찬 계획을 완성해줄 제품이었던 것이지요.




◇'재규어'의 방송 광고 영상. 세가와 닌텐도의 게임기보다 고성능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 광고는 콘솔 게임 시장 최악의 광고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재규어'는 실질적으로 연산에 가장 중요한 역활을 하는 CPU와 GPU는 정작 32비트 였습니다. 다만 CPU와 GPU의 계산 능력을 보조 해주는 처리 장치만이 64비트 였었는데요. 때문에 당시 미국에서는 아타리가 소비자를 우롱했다며 많은 비난이 있었는데요. 일부에서는 "32비트 CPU와 GPU를 합쳐서 64비트다", "아타리는 컴퓨터 공학의 기초도 모르는 회사"라는 비난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당시 차세대 게임기로 주목 받고 있던 경쟁기기 들이 게임을 판매하기 위한 매채로 CD를 선택한대 반해, 롬카트리지를 채택한 '재규어'는 시대에 뒤떨어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타리는 이런 단점을 만회하기 위해 확장기기로 CD-ROM을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이 역시 개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판매 실적을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게임 콘트롤러 역시 키고 단순한 구조로 소비자의 불만을 샀습니다. '재규어'의 콘트롤러는 기존 '아타리' 게임기나 콜레코의 '비전' 처럼 12개의 숫자 키보드를 탑재하고 있어 대단히 큰 사이즈를 자랑했는데요. '재규어'의 콘트롤러는 본체의 절반만한 크기로 제작돼 미국 성인 남성이 사용하는데도 불편하고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 였습니다.

[콘솔 타임머신] '아타리'가 죽고, 이름 석자를 남기다

◇아타리의 크고 아름다운 콘트롤러. 인체공학적 요소가 배제 된 투박한 디자인


비단 하드웨어의 구성 뿐 아니라 게임 개발자 들 사이에서도 '재규어'의 악명은 높았는데요. 일반적으로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은(당시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지금처럼 가볍게 프로그램을 할 수 없었습니다. 프로그래머들은 게임 속에 등장하는 이벤트를 모두 예상하고 하드웨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복잡한 코드를 작성해야 했는데요. 재규어의 장점인 64비트 연산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CPU와 GPU, 보조 연산 장치를 모두 프로그램 적으로 제어해야 하는데, 이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개발해야 할 뿐더러, 게임 개발 기간에 악영향이 되는 주요 요소가 되었기에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64비트 연산 기능을 포기하게 됩니다.

이런 부정적인 이슈들 때문에 아타리는 64비트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한 평범한 게임들로 소프트웨어 라인업을 꾸려야 했고, 이미 32비트 게임기 소식을 접한 게이머들은 '재규어'에 회의적일 수 밖어 없었습니다.

◆아타리의 몰락, 이름은 남았지만...

결국 아타리는 '아타리 쇼크' 이후 어려워진 재정 상황과 다섯 차례에 가까운 콘솔 게임기 발매 실패가 원인이 되어 결국 콘솔 게임기 산업에서 철수를 선언한 뒤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일부 게이머들은 '롤러코스터 타이쿤' 등 PC패키지 게임이 아타리 상표를 달고 판매가 되고 있어, 망하지는 않았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아타리는 '아타리 쇼크'를 일으킨 회사와는 별개의 회사라고 보셔야 합니다.

[콘솔 타임머신] '아타리'가 죽고, 이름 석자를 남기다

◇아타리를 매수한 인포그램즈. 타이쿤 시리즈로 유명하다


아타리는 프랑스의 유명 게임 업체 인포그래임즈(Infogrames)가 1993년 1주당 1.68달러의 가격으로 총 주식의 51%를 매입해 실질적으로 경영권이 사라져 이름만 남은 회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때 인포그래임즈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진과 개발자를 교체하고 실질적인 자회사로 만들어 버렸는데요.

2005년도 이후 인포그래임즈는 콘솔 사업 부문 회사명을 아타리로 공식 교체하고 대표 타이틀 '어둠속에나홀로'와 '타이쿤' 시리즈를 아타리 상표를 통해 발매하기 시작합니다. 즉, 아타리의 브랜드 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지요. 비록 몰락했다는 하지만 아타리는 콘솔 게임 시장의 상징적 존재로서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었습니다.

이렇듯 대주주로서 실질적인 아타리의 경영을 담당했던 인포그래임즈는 2008년 3월 6일 보도 자료를 통해 아타리 매수 완료를 공식적으로 발표, 매수를 완료함으로써 콘솔 게임 시장의 아타리는 이름 석자 만을 남기고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아타리 대규모 프로젝트 '소드퀘스트'에 남는 아쉬움

[콘솔 타임머신] '아타리'가 죽고, 이름 석자를 남기다

◇환상의 게임이 되어버린 '소드퀘스트:워터월드'. 소량 생산되었으며 대부분 수집가들이 차지했다


아타리의 몰락으로 미국에 많은 게이머들이 '소드퀘스트'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토로했었는데요. 1982년 출시된 게임 '소드퀘스트'는 출시와 동시에 게임 속 보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통해 수많은 게이머를 열광 시켰지만, 총 4회의 이벤트 중 2회만이 진행된 채 '아타리 쇼크'로 인해 잠정 중단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타리가 콘솔 게임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짐으로 해서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3개의 보물은 결국 찾을 길이 없어지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소드퀘스트'는 각각 불, 바람, 물, 땅 등 고대 4원소를 주재로 한 어드벤처 게임으로, 게임 속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 아타리 본사에 편지를 보내면 게임 대회를 통해 우승자에게 약 2만 5000달러(약 3000만원, 1982년 기준) 상당의 보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동시에 진행했었습니다. 또한 4번의 대회에서 우승한 사용자에게는 5만 달러 (약 6000만여원, 1982년 기준) 상당의 보물을 증정할 계획 이었습니다.

[콘솔 타임머신] '아타리'가 죽고, 이름 석자를 남기다

◇소드퀘스트 이벤트의 상품으로 제작된 5개의 보물(출처 : facesonposters.blogspot.com)


'소드퀘스트'는 각각 '어스월드', '파이어월드', '워터월드', '스카이월드' 4편으로 제작 되 각각 우승 상품으로 진실의 부적, 생명의 왕관, 빛의 성배, 현자의 돌, 마법의 검을 증장할 계획이었습니다. 각각의 보물들은 '소드퀘스트' 시리즈 게임 내에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되었던 물건 들로 아타리는 이를 재현하기 위해 18k 금으로 제작된 본체와 다이아몬드, 12개의 보석(탄생석)으로 치장된 진짜 '보물'이었는데요.

'소드퀘스트'는 시리즈 2편 이후 아타리의 재정 악화로 이벤트가 진행되지 않아 결국 나머지 3개의 보물은 행방 불명 되고 맙니다. 많은 북미 게이머들은 '아타리 쇼크'에 분노하면서도 '소드퀘스트' 이벤트가 지속되기를 갈망했는데요. 아타리가 인포그램즈에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이런 희망도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아타리와 '소드퀘스트'를 추모하는 물결이 일기도 했습니다.

[콘솔 타임머신] '아타리'가 죽고, 이름 석자를 남기다

◇위로 부터 '소드퀘스트:어스월드' 우승자 스티븐 벨과 생명의 왕관, '소드퀘스트:파이어월드' 우승자 마이클 라이드아웃과 황금 성배


1993년 아타리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잃으면서 나머지 3개의 보물은 행방을 찾을 수 없게 되었고, 이 보물들의 행방은 콘솔 게임 업계 최대의 미스테리 이자 전설로 남게 되었는데요. 소문에 따르면 2012년 4월 세상을 타계한 전 아타리 CEO 잭 트라미엘의 저택 어딘가에 장식되어 있으며 아직도 '소드퀘스트'의 부활을 꿈꾸며 잠들어 있다고 하네요.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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