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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위정현 중앙대 교수 인터뷰, 새정부와 게임업계의 과제

2013년 뱀띠 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부터 게임업계는 외산게임의 역습과 정부의 규제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 한해도 기대보다 우려가 큽니다. 안팎으로 위기에 봉착한 한국 게임산업에 해법은 없을까요? 10년 넘게 게임산업을 지켜본 위정현 중앙대 교수 겸 콘텐츠경영연구소장에게 물었습니다. <편집자주>

[신년기획] 위정현 중앙대 교수 인터뷰, 새정부와 게임업계의 과제

◆사업모델은 우리가 만들고 돈은 외국업체가 번다

위정현 교수는 한국 게임산업 위기론에 누구보다 공감하는 사람이다. 인터넷과 PC방, 잘 갖춰진 게임 인프라는 세계가 부러워했고 ‘한국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는 공감대가 해외업체들 사이에서 생길 정도라고 했다.

“페이스북 보세요, 싸이월드 떠오르지 않아요? 일본의 그리와 디엔에이 모델은 NHN을 따라 했죠. NHN재팬의 아바타 기반 게임을 잘 연구해서 모바일로 만든 겁니다. 또 PC방은 비즈니스 특허를 낼 만한 사업모델이었죠. 부분유료화 모델은 어떻고요? 모두 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모델인데, 지금 보세요? 돈을 누가 벌고 있는지를요.”

위 교수는 전세계 사업 트랜드를 이끌던 한국이 뒤쳐지기 시작한 이유를 여러 가지로 꼽았다. 전략의 부재가 가장 컸다고 했다. 개별 업체들은 열심히 해왔는데 거시적인 입장에서 게임산업의 흐름을 놓친 것이 주도권을 뺏긴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게임산업의 성장 가능성, 장래성을 못 본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죠. 문화부와 정통부가 게임산업 주무부처를 놓고 씨름할 때만 하더라도 초기 김범수 게임산업협회장은 이창동 장관과 진대제 장관을 직접 만났어요. 그땐 게임업계가 키를 쥐고 있었고 진흥에 대해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는 해외시장동향에 대해 직접적인 조사도 많았고 이를 토대로 육성정책도 많았다고 했다. 위 교수가 갑작스럽게 반문했다. ‘MB정권 때 게임산업을 위한 진흥정책 중 생각나는 게 있냐고’.

“물론 지금껏 게임산업은 정부 진흥책 없이도 성장해 왔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는 앞으로는 힘들 것이라 이겁니다. 지난해 여가부, 교육부가 게임산업 규제를 놓고 언론플레이 한 것 빼고 기억나는 거 없죠? 그 사이 SNG 열풍이 불었고, 스마트폰 게임시대가 열렸지만 정작 우린 후발주자가 됐지 않습니까.”

◆미운 자식도 자식이다

위정현 교수의 비판은 문화부로 이어졌다. 여가부가 선제공격을 하면 문화부는 언제나 끌려간다는 지적이다. 기피부서로 낙인 찍힌 문화부 게임과 직원들의 고충도 이해하지만, 조금만 더 의지를 가지고 게임산업을 육성할 것을 당부했다.

“미운 자식 매를 때려도 우리끼리 있을 때 해야죠. 옆집 아줌마(여가부)가 우리자식(게임산업) 때리는데 일단 막고 봐야 할 것 아닙니까. 몇 달 전 중소기업들 콘텐츠 특별위원회에 최광식 장관님 나와달라고 요청했는데 차관님이 오셨더라구요. 그때 장관님이 직접 기자회견 한번만 해 달라, 게임과 사기 좀 올려달라고 요청 드렸지만 결국 무산됐죠.”

위 교수는 문화부 게임과 사무관들이 2년도 못 채우고 바뀌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성이 부족할 수 밖에 없고, 진흥책도 과거 나왔던 것을 답습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 보니, 문제가 터지면 막기 급급한 임기응변 전략이 난무하고 이 맥락 속에서 한국 게임산업은 힘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신년기획] 위정현 중앙대 교수 인터뷰, 새정부와 게임업계의 과제

◆게임 역기능, 순기능으로 덮어야

위정현 교수는 새 정부의 게임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청소년과 사행성 이슈가 게임산업 규제의 빌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고등학생 아이 있는 가정은 게임 때문에 전쟁 이예요. 이건 정치적 이슈로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문제예요. 청와대는 현행 16세 이하 셧다운제 연령을 더 낮추면 좋아할 걸요? 그럴수록 게임업계는 힘들어질 것이고요. 게임 때문에 청소년이 죽는다고 말하는 세상인데 수출, 한류 이런 논리로 대응이 되겠습니까”

위 교수는 게임업계도 감각적인 대응을 찾자고 했다. 부정적 이유를 긍정적 이슈로 덮어버리자는 것이다. 게임업계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들이 가장 바라는 게 뭘까요? 내 자식이 공부 잘하는 거 그거죠. 만약 게임을 했는데 성적이 올랐다고 생각해 봅시다. 부모들이 게임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요.”

위 교수는 게임이 충분히 교육교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2003년부터 지금까지 ‘G러닝’을 연구 중이다. 초기 중앙대 경영학과 수업 프로젝트로 시행된 G러닝은 2009년 문화부와 교과부 주도로 시범학교를 지정해 운영 중이다. 2010년 문화부와 교과부는 시범학교 수를 10개로 늘렸다. 같은 해 G러닝은 미국으로 2012년에는 베트남으로 수출됐다. G러닝의 효과가 입증된 순간이었다.

◆게임 과몰입 왜 생기는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 과몰입에 대해서도 위정현 교수의 입장은 단호했다. 단순히 게임문제가 아닌 사회적 현상이란 주장이다.

“게임에 과몰입된 아이들은 이유가 있어요. 결손가정, 사회적 약자의 아이들에게 게임을 못하게 하면 얘들이 뭘 할 수 있을까요? 태권도나 피아노 배우면 좋겠죠, 그런데 그럴 수 있는 사정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들에게는 단 돈 천원으로 갈 수 있는 PC방이 휴식처예요. 사회적 구조와 연관된 문제를 단순히 게임 탓으로 돌려서는 안되죠.”

위 교수는 이런 사회적 현상을 직시하지 않고 게임의 중독성을 낮추라는 등의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사회적인 구조를 해결하지 않는 한 청소년 문제는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임만 놓고 자꾸 말이 많은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봅시다. 15세 등급 영화인데 피가 튀고 사지가 절단돼요. 15세 ‘리니지’는 그런 거 없죠. PK가 문제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전체이용가 게임입니다. 게임업체들 안 억울 하겠습니까.”

[신년기획] 위정현 중앙대 교수 인터뷰, 새정부와 게임업계의 과제

◆ 정부는 동향, 업계는 지원, 학계는 논리 마련해야

위정현 교수는 정부와 업계, 학계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세계 동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업계는 정책을 제시하고 동향을 파악하는데 지원을 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학계는 논리를 만들고 언론을 통해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업체들은 열심히 앞만 보고 가죠. PVP와 RVR이 중심이 된 온라인게임 열심히 만들어왔는데 갑자기 LOL이 나와서 뒤통수 친 거죠. 모바일로의 플랫폼 변화를 미리 감지하는 것은 개별업체가 하기엔 한계가 있어요. 이런 건 정부에서 해야 하죠. 게임업체는 지원을 해야 해요. 정부정책이나 학자들이 체계적인 이론을 수립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라는 얘기죠. 더불어 이런 것을 발표할 수 있는 자리도 만들고요.”

위 교수는 수출논리와 매출논리가 오히려 정부규제의 빌미가 될 것으로 봤다. 게임업체가 성장하고는 있지만 상위 몇몇 업체의 이야기지, 중소기업들은 도산직전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체산업이 성장하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에 오히려 규제를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위정현 교수는 마지막으로 정부에 콘텐츠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라고 주문했다.

“현재 콘텐츠 산업의 기반은 글로벌입니다. 싸이를 봅시다. 이건 온라인게임 모델이죠. 유튜브에 올리자 전세계에서 접속해서 보고 확산됐지 않았습니까. 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정부가 간섭하면 영화 ‘라스트갓파더’ 같은 꼴만 나요. 정부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세계 동향과 각국의 정책에 대해서 파악하고 공유를 해야지, 산업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해선 안됩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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