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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흥행? 며느리도 몰라!

"이 게임, 뜰 거 같아요?”

취재를 하다 보면 종종 듣는 말입니다. 게임을 많이 봐 온 ‘기자’이니 게임 보는 안목이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답하는 건, ‘모른다’ 입니다. “그걸 알면 제가 퍼블리싱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라는 반문을 던지면서요.

한 분야에 오래 일을 하면 전문가가 되고, 전문가의 안목은 비교적 정확합니다. 눈 감고도 일을 해 내는 장인도 있고, 백발백중 예언가 수준의 시장 분석가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이란 분야는 예측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2005년으로 기억되는데요, 삼성전자가 제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오락실의 향수를 자극하겠다’며 내놓은 신작은 기자들에게 혹평을 받았습니다. 눈이 핑핑 돌아가는 3D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들이 수두룩하게 나오던 그때, 도트를 찍어 만든 2D게임이라뇨. 행사에 참석한 기자 대부분이 ‘이 게임 망했다’고 공공연하게 말 할 정도였습니다.

이 게임이 바로 ‘던전앤파이터’ 입니다. 전세계 2억 명이 즐기는 토종 대표게임이죠. 허민 네오플 전 사장을 청년재벌로 만들어준 이 ‘던파’는 이제 ‘던파류’라는 장르를 개척했을 정도입니다. 당시 기자들 ‘감’에 의하면 망했어야 하는 게임이 말입니다.

‘게임흥행 아무도 모른다’는 말에는 온라인게임의 속성이 숨어있습니다. 온라인게임은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완성시켜 나가는 제품이기 때문이죠. 출시 당시 ‘던파’는 혹평을 들었지만 꾸준한 업데이트로 부족한 면을 메워나갔고 완성형 게임이 됐습니다. 네오플 직원들도 기자들에게 쌓인 게 많았겠죠. ‘기자들에게 평점 1점을 받은 게임을 살린 것은 유저들’이란 광고 문구로 당시를 회고시켰을 정도니.

최근 한 업체의 기자간담회에서 날 선 질문이 오갔습니다. 요약하면‘이 게임은 흥행 가능성이 없다’는 말로 돌직구를 날렸습니다. 젊은 기자의 패기와 솔직함은 박수를 박수칠 만 하지만 과연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더군다나 본인 스스로 ‘난 게임에 대해 잘 모르지만’이라고 표현했다면, 그런 ‘단언’ 보다는 의견을 구하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요. 그 돌직구가 네오플 사례처럼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계기가 됐음 좋겠지만, 스스로의 부족함과 동료 기자들의 불편함을 초래했다면 자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게임흥행 아무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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