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A사가 만든 온라인게임 음성 서비스를 녹음하는 날이었습니다. 게임을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음성 메뉴얼을 제작하기로 한거죠. 그런데 큰일났습니다. 펑크가 났습니다. 원래 오기로 한 성우로부터 급한 개인 사정이 발생해 녹음을 하기 힘들 것 같다는 연락을 받은거죠. B씨와 A사 일동은 '멘붕'에 빠집니다. 녹음 스케줄은 무조건 그날 완료해야만 하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드라마가 대박이 터지면서 대타로 참여한 B급 배우가 스타로 발돋움하는 사례.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우리의 B씨. 펑크낸 성우의 빈 자리를 채우게 됩니다. B씨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잘 알고 있는 동료들이 그를 적극 추천한거죠. 그렇게 B씨는 태어나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성우라는 일을 해보게 됩니다.
꽤 많은 분량의 대본을 읽어내린 B씨. 처음에는 버벅거렸지만 점차 목소리의 떨림이 잦아듭니다. 프로 성우 못지 않은 목소리로 좌중을 휘어 잡았다고도 합니다. 막판에는 신들린 듯한 연기력까지 보여줬다고 하는군요.
무사히 녹음을 마친 B씨와 동료들. B씨는 무척이나 두근거렸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자신의 목소리를 일반인들에게 알릴 생각을 하니 무척 설레였겠죠.
힘들여 녹음한 음성 메뉴얼이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되던 그날을 B씨는 다신 잊지못할 하루로 기억할 겁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듣지 못할 욕이란 욕을 그날 다 들었기 때문이죠. 댓글에는 온갖 악플이 가득했더랍니다. "회사가 돈이 없어 '듣보잡'을 썼냐는 둥", "목소리가 저게 뭐냐는 둥"의 반응이 수십페이지를 채우고도 남았다나요. B씨가 너무 순수했죠.
B씨는 "유명 연예인이 된 기분"이라며 애써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B씨의 목소리가 궁금하시다구요? 지금 바로 A사 온라인게임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