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20년 서울생활, 강남이 어디예요?

지방출신인 A팀장은 서울로 올라온지 어언 20년이 다 돼 갑니다. 강남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죠. 그에게 강남은 그 어디보다 친숙한 곳입니다.

A팀장은 모일 저녁미팅을 강남 국기원 사거리 인근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B팀장이 약속장소를 잡고 문자를 보냈다고 하더군요. 약속장소는 처음 가보는 곳이지만, A팀장은 ‘강남’. ‘국기원 사거리’란 단어만 듣고 ‘대충 알겠다’고 회신했답니다.

약속 날 일찍 일을 끝낸 A팀장은 선릉역 인근에 있었습니다. 약속 시간까지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네요. 추웠던 날씨도 풀렸고 시간도 넉넉하고, 또 걷는 게 건강에 좋다는 생각이 든 A팀장, 약속 장소까지 걸어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음악을 흥얼거리며 길을 걷던 A팀장은 예상보다 빨리 약속장소 인근에 도착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충 이 근처겠지 싶어’ 주변을 살피던 A팀장은 B팀장이 말한 ‘그곳’이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고 합니다. ‘어라, 이상하다 이 근처가 맞는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A팀장은 그래도 시간이 많으니 더 가보기로 합니다.

걷다 보니 강남역이 나왔답니다. 국기원 사거리는 역삼역과 강남역 사이에 있는 곳이니, 지나쳤다고 생각했습니다. A팀장은 되돌아 갔답니다. 어라, 가다보니 또 역삼역이 나오네요? 날은 어둑해지고, A팀장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이상하다, 분명 여기가 맞는데… 왜 국기원 사거리라는 표지가 없는거지?, 혹시 도로명 주소로 바꾸면서 표지판을 뗐나?’는 생각과 함께요.

A팀장은 자존심을 꺾고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켰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답니다. 있는 위치가 ‘선릉’으로 표기 됐거던요. A팀장은 당시 ‘아 강남 인근에 데이터망이 많고 와이브로가 아니기에 인식을 제대로 못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답니다. 네이버맵, 구글맵에 이어 티맵까지 작동시킨 A팀장. 결과가 한결 같은 걸 보고 ‘역시, 데이터 폭주야’라고 믿었습니다.

1시간 가까이를 길에서 허비한 A팀장은 자포자기 심정에 지나가는 행인에게 ‘여기 국기원 사거리가 어디예요?’라고 물었습니다. ‘한참 더 가셔야 된다’는 말을 듣고 멍해진 A팀장.

알고 보니 A팀장이 역삼역이라 생각했던 곳은 선릉역 1번 출구였고, 강남역이라 생각했던 곳은 역삼역이었던 것이죠.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국기원 사거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날이 어두워 지하철 역만 봤지, 역 이름을 지나친 것도 문제였고 ‘강남 파이낸셜 빌딩’ 이름만 보고 ‘아 강남이구나’라고 착각한 것도 문제였죠.

결국 약속시간에 늦은 A팀장. 20여년 서울생활 했다고, 강남지리 익숙하다고 말해왔던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웠다고 하네요. 자신에 대한 과신은 금물, 아는 길도 물어가는 게 빠르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답니다.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