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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전설] 연기처럼 다가오는 공포 '사일런트힐'(2)

게임은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출발해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 콘텐츠로 확고히 자리 매김 했습니다. 게임은 문화 콘텐츠를 넘어 2010년 기준 한 해 60조 원이 오가는 문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발전 과정은 수 많은 게임 제작사와 완성도와 작품성, 예술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데일리게임은 게임을 문화 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한 유명 게임 시리즈의 못다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조용한 마을 '사일런트힐', 인간의 나약함을 게임으로 완성하다

비평가와 게이머에게 최고의 시리즈로 평가받는 '사일런트힐2'
비평가와 게이머에게 최고의 시리즈로 평가받는 '사일런트힐2'


'사일런트힐'은 지난 시간에 설명한 것처럼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근원을 철저히 탐구해, 극대화한 연출이 특징인 게임입니다. 물론 이런 시도들은 '바이오하자드', '어둠속에나홀로' 등 공포를 주제로한 게임들과 통하는 면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사일런트힐'만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하기에는 빈약하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매료시키기 위해 '사일런트힐' 제작진은 게임의 주요 스토리 라인을 강화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평범한 주인공, 평범한 마을이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 이지요. 여기에 인간의 나약함을 강조하는 스토리를 더해 마치 걸작 호러 영화와 비견될 정도의 수준 높은 이야기를 게이머에게 제공했습니다.

특히 시리즈 2편의 경우 불치병에 걸린 아내를 성심 것 간병하던 남편이 결국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사건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요. 게임이 발매되자 주요 게임 매체들과 게이머들의 평가는 냉정했습니다. 전편의 특징을 이어받은 별 볼일 없는 후속작이라는 반응이었지요.

하지만 이런 평가는 곧 게임의 완성도를 칭송하는 목소리로 바뀌게 됩니다. 엔딩을 보고 2회차 플레이(게임을 클리어한 뒤 다시 시작하는 행위)에서 기존에는 억지스럽게 보였던 연출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고, 주인공의 아픈 기억을 알게 된 게이머가 집중도 높은 몰입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특징들이 알려지면서 전편을 재미있게 즐겼던 게이머들의 유입이 자연스럽게 늘어나, 결국 시리즈 2편은 전작과 상회하는 매출고를 올리게 됩니다.

◆사일런트힐, 평범한 어드벤쳐로 몰락하다


'사일런트힐'은 일본과 미국 등 콘솔 게임 강국에서 명작 반열에 오른 게임입니다. 앞서 설명한 시리즈 1편과 2편, 3편은 공포 게임의 새로운 정석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지요.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새로운 자극과 공포를 찾는 동물이기 때문에, '사일런트힐'을 개발한 코나미는 개발팀에 구성원을 지속적으로 교체하면서 신작을 내놓는 최악의 결단을 내놓게 됩니다.

'사일런트힐' 파생 상품 중 성공을 거둔 것은 영화가 유일하다
'사일런트힐' 파생 상품 중 성공을 거둔 것은 영화가 유일하다


특히 '사일런트힐'은 시리즈 4번째 작품인 '사일런트힐4'부터 핵심 개발자 였던 야마오카 아키라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고, 영상화를 통해 재미를 본 코나미가 신작 출시를 강행하면서 평범한 액션 장르로 탈 바꿈 하게 됩니다. '사일런트힐'의 근간이었던 시각-청각적 압박은 사라지고, 스토리 라인 역시 빈약해 져 버린 것이지요.

'사일런트힐'을 좋아하던 게이머들은 신작이 출시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지만 낮은 완성도를 가진 후속작들에게 실망감을 표했습니다. 이는 총 7편의 시리즈중 4편과 '오리진', '홈커밍', '섀터드 메모리즈' 등 후속작들이 1편부터 3편까지의 판매량에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기록으로 나타나게 되었는데요. 코나미는 애써 얻은 '사일런트힐'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만화, 소설,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했으나 모두 실패하는 등 악순환을 가져오게 됩니다.

◆'사일런트힐', 한국에서의 상황은?

'사일런트힐3'는 한국어 자막으로 출시돼 기존작 품보다 많은 판매량을 달성했다
'사일런트힐3'는 한국어 자막으로 출시돼 기존작 품보다 많은 판매량을 달성했다


매년 전설의 고향과 호러 영화로 무더운 여름밤을 보내는 한국에서 '사일런트힐'은 그다지 인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한국 콘솔 게임 시장의 규모가 작을뿐더러 '바이오하자드'를 모방한 게임이라는 것이 이유였지요.

당시 한국에서 콘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공략집을 동반하지 않으면 매우 어렵게 게임을 플레이해야 했습니다. 유명 게임의 경우 대사집을 포함한 한글 공략집이 발간되던 것도 이 때문이지요. 이런 대작을 제외한 일부 게임은 대사 번역 없이 단순히 게임을 깨기 위한 공략을 다룰 뿐이었습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사일런트 힐'의 주된 공포인 심리묘사를 게이머가 알아차리기 힘들었고, 결국 타 서바이벌 호러 게임과는 다른 심심한 액션 때문에 판매량이 좋지는 않은 편이었습니다.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모태가 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은 당시 일본을 기반으로 직수입되던 게임들이 주를 이룬 것도 문제였습니다. 가까운 일본에서 판매된 게임의 경우 발매일과 거의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었지만, '사일런트 힐'은 일본보다 미국에서 더 많이 팔린 특이한 게임으로 기록된 것 때문입니다.

이후 일본 콘텐츠에 대한 시장 개방이 이루어 지면서 '사일런트힐2'와 '사일런트힐3', '플레이스테이션2'가 정식 발매 되면서, 한국 내에서의 지명도는 올라갔게 됩니다. 특히, '사일런트힐3'는 훌륭한 수준을 자랑하는 자막 한글화 버전으로 발매돼 인기를 끌었지요. 하지만 코나미가 3편 이후 각종 수당 지급 문제와 팀 사일런스 해체, 후속작 제작을 외주로 돌리면서 완성도가 낮아져 한국내의 평가는 다시 낮아지게 됩니다.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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