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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검은사막, 무모하지만 의미있는 도전

“너무 어렵다.”, “될까?”,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요?”

지난 26일 ‘검은사막’ 프레스 체험행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 자리는 하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검은사막’ 플레이 버전이 처음으로 공개된 자리기도 하다. 뛰어난 그래픽과 방대한 콘텐츠에 놀란 것도 잠시, 게임을 해 본 기자들은 공통적으로 ‘어렵다’를 연발했다.

‘검은사막’의 조작방식은 특이했다. 손맛 좋기로 유명한 게임들을 만든 김대일 PD는 이 게임의 키보드 조작에 공을 들였고, 그 결과 타 게임에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독특하면서도 낯선 방식을 만들어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이후 정립화 된 키보드 조작체계에 반기를 든 것이지만, 역시나 익숙하지 않은 것은 낯설었다. 웬만한 게임이라면 이골이 난 기자들까지 ‘어렵다’를 연발할 정도니 할 말 다 했다.

아니나다를까,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 조작방식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을 듣던 김대일 PD는 순순히 ‘이 게임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다. 내부 평가에서도 지적 받은 문제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김 PD가 하고픈 말은 이후였다.

“불편함이 있다면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수정하겠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조작방식을 크게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대중적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고, 게임의 난이도를 낮추는 것이 게임의 완성도를 헤친다면 기꺼이 어려운 길로 갈 생각입니다.”

김 PD의 말은 울림이 있었다. 카카오톡 게임하기가 흥행하면서 너무나 익숙한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고 사장됐다. 더 오래 전에는 한 게임이 뜨면 동일장르의 카피게임들이 양상 됐다. 이들 모두 ‘대중적’이고 ‘익숙함’을 무기로 내세웠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없었다.

김 대표는 비록 대중의 첫 입맛에는 거슬리지 모르지만, 게임의 깊은 재미를 주기 위해서라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선을 그은 것이다. 전문가라 자부하는 기자들의 눈에는 무모해 보일 정도지만, 그 뚝심 하나만은 인정 받을만한 철학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출시된 지 16년이 넘은 ‘리니지’는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신규 이용자도 늘어났다. 게임기술이 무수하게 발전했고, 편해져서 자동사냥까지 다 지원하는 마당에 일일이 마우스 하나씩 클릭해줘야 하는 이 오래된 게임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게임 자체가 재미있다면 다소 불편한 점을 이용자들은 감안한다는 것이다. 조작은 게임흥행의 충분조건은 될 수 있지만 필수적이지 않다는 것이지 않을까. 마치 맛 집은 교통도 불편하고 시설도 좋지 않아도 언제나 손님이 북적이는 것처럼.

‘검은사막’이 보여줄 본연의 ‘맛’이 어떨까가 관건이겠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방대한 콘텐츠를 ‘제대로’ 쏟아낼 정도라니 기대는 된다. 유행을 쫓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김대일 PD와 ‘검은사막’이 한국 온라인 게임사에 어떤 발자취를 남길지 지켜볼 일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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