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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반쪽짜리 게임문화 토론회

지난 11일 ‘게임은 문화다’라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게임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기 위해 게임인들이 모여 강연 및 토론회를 연 것이다. 이 행사는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협회 등이 아닌 게임인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만든 행사라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대토론회’라는 주제와 무색하게 게임을 잘 알고, 익숙하며, 산업을 지지하는 패널들만 모인 점이다. 토론회가 아닌 우리끼리 모여, 우리가 잘 아는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웅변대회 비슷하게 돼 버린 점은 못내 아쉬웠다.

게임 중독법을 밀어붙이는 신의진 의원이 졸속으로 준비한 ‘중독법’ 공청회와 결과만 놓고 보면 같은 모양새가 됐다. 게임업계에서 ‘졸속이다’, ‘단합대회’라고 비난했던 그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 듯 해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주최측에서 균형 잡힌 토론회를 열기 위해 반대측 인사를 섭외하려고 노력한 점은 잘 안다. 중독법 공청회처럼 자신들의 뜻에 반하는 인사가 객관성을 무시한 비논리적인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중간에 말을 끊거나 윽박지르는 비상식적인 토론회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되려 ‘그럴 것이다’고 믿고 토론회 참석 자체를 거부한 여당이나 보건복지부 인사, 정신의학회 관계자들이 먼저 비판 받아야 마땅할 것이지만, 그 전에 원하는 방향대로 객관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는 토론회가 될 것이라 판단됐더라면 애당초 토론회란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 옳았다. 비록 일정에 쫓겨 포스터를 수정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게임업계의 진솔한 의견이 이러한 형식으로 인해 폄하되거나 오해 받는 것 자체가 싫다. 또한 우리측에만 좋게 이중잣대도 댈 수 없는 상황이다. 게임개발자연대, 게임인연대, 한국게임학회 등 게임관련 연관 단체들이 주최를 했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가 후원을 하면서 자칫 범 게임계의 모습처럼 비춰질까도 두렵다.

토론회를 준비한 취지와 그 과정의 순수함, 어쩔 수 없는 사정을 알기에 ‘잘못됐다’가 아니라 ‘아쉽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독법을 주장하는 반대측 인사를 조금만 더 시간을 들여 설득하고 토론회장으로 이끌었다면, 그래서 정말로 입장의 차이가 무엇이고 객관적 사실이 무엇인지 논쟁할 수 있었다면 제대로 된 담론이 장이 형성될 수 있었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외부의 부당한 대우에도 침묵하기만 했던 게임업계가 이번 중독법 사태로 인해 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번 토론회가 마지막이 아니라, 더 제대로 된 대화의 장을 더 자주, 많이 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정말로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타협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조금씩 알아갈 수 있다면 이 살벌하고 막막한 중독법의 그늘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게임업계가 합리적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토론회가 이어지길 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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