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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게임하면 비만, 안하면 영양실조?

언론기관이 뉴스 보도에서 지켜야 할 원칙은 정확성과 객관성, 공정성이다. 이는 팩트를 전제로 하되 균형성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게임'만큼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사실관계를 떠나 마녀사냥식의 보도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도 모자라, 이제는 억지 논리까지 펼친다. 기가 차다 못해 어이가 없다.

"게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게임 하다가 지거나 결과가 안 좋으면 가벼운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폭력 게임의 경우에는 캐릭터가 죽는 설정이 많다 보니 이 스트레스가 다른 게임보다 큽니다. 그래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 많이 나오고 바로 이 호르몬이 식욕을 당기게 한다는 거죠."

폭력성 게임의 부작용과 비만과의 상관관계를 증명해 보이려는 기자의 멘트다. 28일 오전 KBS 2TV 아침뉴스타임에서는 '화제포착 폭력게임 부작용…살 찌고 혈압 올라'라는 보도가 전파를 탔다. 폭력게임을 즐기면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코르티솔 분비량이 증가하고 이로인해 군것질량이 늘어나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이 뉴스의 골자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게이머들은 기자의 억지 논리에 혀를 찼고,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해석하려는 움직임에 분개했다. 특히 근거 없는 사실을 인용해 보도한 것도 모자라 결과를 정해놓고 폭력 게임의 부작용을 논한 것 자체에 혀를 내둘렀다.

기자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일단 이 보도는 결과를 정해놓고 나온 보도다. 앵커와 기자의 멘트만 봐도 게임이 스트레스를 부르고, 오래할 수록 살이 찐다는 내용이다. 실험 자체도 억지가 따른다. 게임 이용자들이 탄산음료를 마시거나 만두, 컵라면 등을 먹는다는 것을 보고 '게임 중에는 현실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없어, 결국 먹을거리로 이를 해결한다'고 나왔다.

먹는 것도 죄가 되나보다. 만약 이들이 게임 이용 중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면 '게임 이용, 영양실조 부른다'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을 것 같다. 그만큼 억지가 따른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또 있다. KBS 아침뉴스타임 제작진은 해당 보도에 앞서 한 유명 게임 커뮤니티에 '게임 때문에 비만이 되신 사례자를 찾는다'고 알렸다. 게임과 비만에 대한 방송을 준비하면서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해서 운동부족으로 살이 좀 붙어서 통통해지신 분'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참여자에겐 모자이크 및 음성변조도 가능하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운동부족으로 살이 찐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해야한다는 전제가 붙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운동부족이면 운동부족이지, 왜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해서'라는 전제가 붙어야 했을까. 이들이 원하는 것은 폭력게임이 비만을 부른다는 결론이었다. 만약 영양실조에 대한 결론을 얻고 싶었다면,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해서 체중이 감소하신 분을 찾는다'는 내용이었을 것 같다.

게임과 비만에 대한 상관관계를 밝히기에 앞서, 최소한 폭력 게임을 하는 사람에 대한 표본조사를 통해 비만인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면 욕은 덜 먹었을 것이다. 억지 주장과 논리로 시청자를 자극하는 것은 기만에 가깝다. 시청자를 자극하는 보도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가늠키 어렵다. 그렇더라도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 jshero@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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