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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넥슨의 자기비판

"전체 매출의 60~70%를 해외에서 벌어들였지만, 국내에선 이렇다 할 신작 게임을 내놓지 못한 것 같습니다. 너무 외형적인 성장만 거둔 것은 아닐까요."

은둔형 경영자로 유명한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지난 27일 경기 판교 테크노벨리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4'에서 "황금기였던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넥슨은 외형적인 성장만 이뤘을 뿐, 달라진 것이 없다"며 "지난 10년 동안 단 한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았던 넥슨이지만 카트라이더나 마비노기 같은 게임을 내놓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넥슨, 앞으로의 사업전략과 각오보다는 통렬한 자기 비판이 돋보인 자리였다.

김 대표는 이날 '게임회사 CEO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박지원 넥슨코리아 대표, 정상원 넥슨코리아 부사장과 함게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주제는 역할이었지만, 대화 내용은 자기반성에 가까웠다.

김 대표는 박지원 대표에게 "앞으로 인수합병만 하고 개발은 안 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외형적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박 대표는 "상업적인 성공의 기준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기준이 다를 것이다"면서 "네오플, 게임하이, 엔도어즈 같은 회사를 인수하면서 외형적 성장을 이뤘지만, 신작 게임 프로젝트로 성공을 거두진 못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넥슨의 규모나 사이즈에 비해 모바일 사업은 부진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그러자 박 대표는 "트렌드만 쫓아가다보니 창의력이 약화된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창의적인 것들을 중심으로 넥슨다운 게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회답했다.

김 대표의 자기 비판은 게임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 안팎에 놓인 위기를 그대로 대변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그다. 그런 그가 넥슨과 게임업계에 놓인 위기상황을 직시하고 통렬한 자기 비판을 행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산업 매년 성장하는 데 반해 정부는 규제 이슈를 강화하고 있고, 국산 게임은 외산 게임에 밀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은 투자 비용이 적은 모바일게임 개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게임 개발은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기피하는 현상도 나온다. 새로 개발되는 게임 역시 창의성보다는 상업적인 면에 초점을 두고 나온다. 상장업체들은 매출 올리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작품이 없다. 이런 점에서 김 대표의 발언은 되새겨 볼 만하다.

특히 김 대표는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맏형이자, 국내 게임산업을 대변하는 넥슨의 실질적 최고경영자다. 맏형의 쓴소리는 업계에 귀감이 되기 마련이다. 김 대표의 발언은 국내 게임사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돌아보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지난 4월부로 개발 및 사업조직을 개편, 신설하면서 여러 조직으로 분산된 게임 개발 부문을 라이브본부와 신규개발본부로 나누고, 각 개발 조직에 배속되어 있는 게임 사업PM 인력과 퍼블리싱 게임 및 ‘피파온라인3'를 담당하고 있는 피파실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신규개발본부는 정상원 부사장이, 라이브본부는 강대현 본부장이 맡았다. 신임 CEO로는 박지원 대표를 공식 선임했다.

변화에 앞서 통렬한 자기 비판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자 노력하는 넥슨이다. 경영진이 한데 모여 회사를 비판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자리에서 넥슨 경영진들은 '돈슨'이라는 이미지도 벗어날 것이라 자신했다. 자기 비판 보다 좋은 것은 없다. 경영진이 바귀면 회사도 바뀐다 했다. 변화된 넥슨을 기대해본다.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 jshero@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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