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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누가 그들을 등푸른 생선으로 만들었나

등푸른 생선이라고 하면 'DHA가 풍부하다'는 표시인 것 같지만 사실 생선의 등 푸름은 일종의 보호색에 가깝다. 새떼들이 하늘에서 내려다 볼 때 바다색과 비슷하게 보여 포착이 힘들도록 등을 푸르게 했고, 바닷속 포식자들이 올려다볼 때는 수면의 색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배 부분이 흰 빛이 나도록 진화한 것. 이는 청어나 고등어 같은 작은 생선들이 취하는 자기 보호 수단이다.

이 같은 등푸른 생선들을 뭍에서도 볼 수 있다. 바로 일부 게임사들이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실시 한달 째를 맞아 살펴본 게임사들의 확률 공개 실태는 등푸른 생선 그 자체다. 저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는 '이용자'의 눈을 피하고, 그들이 몸담고 있는 바닷속에서 그들을 주시하는 'K-iDEA'의 눈을 이리저리 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많은 게임사들이 이용자와 협회의 포착을 피해 확률을 공개하지 않고 잘 숨어 있다. 하지만 확률을 공개하고도 욕을 먹는 게임사들이 있다.

공개된 확률 수치의 높고 낮음에 따라, 혹은 묶음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 혹은 공개 방식에 대해 비난이 가해지고 있다. 확률을 공개하지 않은 게임사의 몫까지 비난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멀리서 보지 않고 수면 위에 앉아 가까이서 이 등푸른 생선들을 살펴보면 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태가 아닌 협회라는 그물이 쳐진 양식장 안에서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협회가 내건 조건들을 수긍하고 자율 규제에 나선, 그물 안에 스스로 입성한 게임사들이지만 애초에 협회가 내민 조건이라는 그물이 너무 헐거웠다. 얼기설기 엮인 그물은 군데군데 커다란 구멍들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게임사들은 협회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확률 공개의 본래 목적인 '게임 이용 및 아이템 구매 등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인 소비 유도, 건강한 게임문화 환경 조성'과는 동떨어진 결과물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즉 사실 가장 큰 문제는 확률 공개 방식들이 'K-iDEA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는 정확히 맞는다'는 것이다.

K-iDEA가 4월 30일 회원사에게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을 당시 예시로 든 것이 '구간별 획득 확률 최소-최대값 공개 방식'이다. 협회는 확률 공개 방법에 대해 '획득 가능한 아이템 목록을 전부 공개하되, 전체 아이템 목록 표기가 어려운 경우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이용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규정하며 게임업체의 자율권을 보장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업체들이 공개한 확률조차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런 상황에서 구간별 확률을 범위로 공개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말이 자율권 보장이지 사실상 책임 소재를 떠넘긴 것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

강력한 법적 규제의 도입 직전에 어렵게 온 자율 규제 정착의 기회다. 그런 만큼 협회는 법적 규제보다 더 튼튼하고 촘촘한 그물을 준비해 스스로를 엮어야 한다. 협회가 총대를 메고 회원사들의 동의를 얻어 진정성 있는 규제 정책을 유지·보수해 나가지 못한다면, 잠시 미뤄졌던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게임 업계를 관통해 치명상을 입힐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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