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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피치 공주를 원하는 이용자

당신은 '슈퍼 마리오'를 즐길 때 쿠파에게 잡혀간 피치 공주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에 차 열성적으로 게임을 플레이 하는가? 그렇진 않을 터다. 대부분의 이용자는 게임의 목적인 피치 공주 구출 보다는 거북이를 밟아 없애거나, 꼬리를 흔들며 날아 다니는걸 즐기는 게 플레이의 주 목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피치 공주 구출'이 게임의 목적인 이들이 있다. 바로 열성적인 RPG 팬들이다. 이들은 플레이 과정의 재미도 물론 중요하지만 게임에 잘 드러나지 않는 텍스트적인 콘텐츠 즉 설정과 스토리에 큰 집착을 보인다.

이들이 원하는 건 결국 말이 되는 것, 스토리의 '당위성'이다. 명실상부한 세계 1위 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서사와도 같은 짜임새와 스케일모두를 갖춘 스토리를 꼽을 수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이용자들은 스스로를 '와우저'라고 칭하며 이 같은 다른 게임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길 즐기곤 했다.

그런데 얼마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게임 디렉터 제이 윌슨이 톰 칠튼으로 교체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는 '디아블로3' 전임 수석 디자이너 출신으로 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게임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었다.

주요 활동으로는 '디아블로3' 오리지널 버전을 주도하에 기획했고, 아즈사랴 스토리, 고대신과 티탄의 근원을 찾는 스토리, 에메랄드 드림과 자비우스 스토리, 살게라스 등의 스토리의 기획에 참여했고 스토리 외 콘텐츠로는 12단, 아이템 랜덤 옵션, 전쟁벼림 아이템, 보석 홈 등이 있다.

그런 블리자드의 핵심 디렉터라고 불릴만한 인물의 교체인데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이용자들의 박수가 울려퍼지고 있다. 박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타 부서에의 이동이니 이건 폭탄 돌리기"라고 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제이 윌슨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팀 탈퇴는 사실 확인이 되고 있지 않은 루머인데도 말이다. 왜일까?

이 같은 혹평은 그의 전적에서 비롯한다. '디아블로3'가 세계적으로 몇 1300만장에 달하는 판매부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외적으로 커다란 비평을 들었는데, 이용자들은 이걸 전부 그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기실 게임 자체가 구성과 스토리면 모두에서 비난 당했기 때문에 그 책임은 고스란히 수석 디자이너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기도 하다.

결국 제이 윌슨은 스스로 사임을 발표하고 다른 사내 미공개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후임으로 '디아블로3'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은 케빈 마틴스는 확장팩 '영혼을거두는자'를 발표하면서 오리지널 '디아블로3'의 오점들을 고쳐나가 오리지널과는 전혀 다른 게임으로 만들었고, 이것이 이용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3000만장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또한 확장팩 수석 디자이너인 조쉬 모스키에라도 호평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제이 윌슨의 평가가 더욱 나빠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제이 윌슨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합류했고 상기에 밝힌 것과 같은 메인 스토리에 대거 참여했다. 그 결과는 수치가 말해주고 있다.

2015년 8월 블리자드가 공개한 각 게임별 실적에 따르면 '디아블로3'는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3천만 장을 돌파했으며 하스스톤, 히어로즈오브더스톰, 데스티니 3개 게임의 총 누적 회원수는 7천만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드레노어의전쟁군주'는 사상 최저의 유료 가입자수를 기록하며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분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유료 이용자수는 560만 명으로 지난 2006년 550만 명을 기록한 이후 첫 500만 명 대 수치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확장팩 시리즈 중 역대 최저 수치다.

이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당시 체크된 710만 명에 비해 150만 명이 줄었으며 전성기인 지난 2010년 1천200만 명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감소한 성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여러 신규 콘텐츠들이 '와우저'들과의 성격에 맞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갑자기 근원을 찾겠다며 가장 큰 적대적 조직인 '불타는 군단'의 본거지로 뛰어든다거나, 피로 쓰여진 기나긴 반목의 역사가 있는 여러 종족들이 뜬금없이 대 화합을 주창한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몰입과 당위성 부여를 방해했다는 게 크다.

이용자들은 이 같은 현상도 제이 윌슨의 업적(?)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수십 수백명이 개발에 참여하는 게임에서 혼자서 그렇게까지 게임을 망칠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그만큼 이용자들의 실망감이 크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RPG는 역할 수행 게임이라는 뜻이다. 역할을 수행하려면 그 상황에 몰입해야 하고 그런 몰입감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서사와 같은 스토리다. 매일 같이 출시되는 수많은 양산형 RPG들도 나름의 스토리를 갖추고 있는 이유다. 하물며 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임에야 말할 것도 없다.

블리자드는 오는 9월로 예정된 '군단' 확장팩에서 지난 확장팩에서 영원에 봉인한 '일리단'을 도로 깨우고 신규 직업을 추가하는 등 강력한 카드를 연달아 꺼내 들었다. '떡밥'에 잔뜩 흥분한 이용자들은 벌써부터 설레발을 감추지 않고 있지만, 블리자드는 지금의 역대 최저 이용자 수치가 왜 기록 됐는지를 염두에서 떼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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