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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소프트맥스의 추억팔이

[기자석] 소프트맥스의 추억팔이
최근 몇년새 방송사를 관통한 키워드는 '추억팔이'였다. '응답하라' 시리즈나 '무한도전'의 '토토가' 등 대중의 향수를 자극하는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대박을 터트리며 한동안 대중들에게 회자됐다. 이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었던 것은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던 2030세대에게 '친근함' 그 자체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게임 중에서도 향수를 자극할만한, '추억팔이'가 될만한 것들이 꽤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하나를 꼽으라면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방대한 스토리와 수준 높은 일러스트,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높아진 완성도. 지금의 소프트맥스를 있게 한 작품이 바로 '창세기전' 시리즈다.

'창세기전4'를 개발하고 있는 소프트맥스가 최근 '되돌아 보는 창세기전'이라는 영상을 공개했다. 기존 '창세기전' 시리즈에 대한 특징, 과거작 개발진의 후일담 등이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영상 말미에는 뜬금없이 '당신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창세기전4'의 로고가 떠오른다. 으레 신작 게임 홍보 영상이라면 해당 게임의 특징이나 강점을 부각시키기 마련인데, '창세기전4'는 과거 시리즈를 주욱 나열하고는 로고만 하나 달랑 띄웠다.

'창세기전4'는 곧 2차 CBT에 돌입한다. 지난 1차 CBT에서 이용자들의 혹평이 이어졌던 만큼 소프트맥스의 부담감도 만만찮겠다만 과거 작품들을 꺼내 억지로 이용자들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느낌은 지우기 힘들다.

'창세기전4'는 1차 CBT에서 신청자가 10만 명이 몰렸다. 2001년 3월 출시된 '창세기전 파트2' 이후 14년만에 첫 선을 보이는 시리즈의 최신작이라는 점, '창세기전'이라는 이름의 향수 등이 맞물리면서 이용자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 게임이 신통찮았다. 최적화는 그렇다치더라도 그래픽, 전투 시스템, 타격감 등은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다. '창세기전4'는 6년째 개발 중인 게임이다. 그런데도 오죽했으면 '이거 모바일 게임인가요'라는 웃지못할 반응까지 나왔을까.

'창세기전' 시리즈가 국내 PC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명작임은 누구나 다 안다. 지금 소프트맥스가 주력해야 할 것은 '창세기전4'다. '창세기전4'가 2차 CBT를 앞두고 있음에도 이용자들의 관심은 냉담하다. 차라리 과거 작품들을 리메이크 해서 내놓는 게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의견까지 보인다.

'과거에 창세기전이 이러한 명작이었으니 최신작도 꼭 즐겨주시길 바란다'는 식의 추억팔이는 이용자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응답하라' 시리즈나 '토토가'가 인기를 끌었던 것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것을 넘어 그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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