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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화이트데이의 공포와 희망

예나 지금이나 밤늦은 시간, 학교는 무섭다. 성적과 입시에 짓눌린 우리네 교육현실이 이러한 공포를 만들어냈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학교에나 괴담은 있고 해를 거듭해 후배들에게 전해진다.14년 전 이러한 공포를 게임이란 장르로 실체화 한 작품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화이트데이'다.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사탕을 몰래 주기 위해 밤에 학교로 간 주인공은 정신이 이상한 수위 아저씨에게 미친듯이 쫓긴다. 그 과정에서 이 학교에 숨겨진 괴담과 마주하게 된다. 사탕 하나 주려고 학교 갔다가 인생 최악의 경험을 하게 된다. 왜 수위 아저씨가 무서웠는지 지금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실체가 없는 귀신보다 비정상인 사람이 더 무서운 존재라는 건 요즘와서 새삼 깨닫는다.

국내에 공포 게임이란 장르를 알린 '화이트데이'는 당시 판치는 불법복제 풍토에 희생양이 됐다. 그럼에도 손노리는 지속적으로 패치를 하며 게임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패키지 게임에서 패치란 개발과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하는 자기반성이자, 완벽을 추구하려는 개발사의 고집과도 같은 것이다. 이면에는 패치로 불법복제를 막아보겠다는 의도도 있었겠다만 알다시피 결실을 보지 못했다.

'화이트데이'는 '국산 호러게임의 정수'라는 타이틀만 남긴 채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영화처럼 게임에서도 공포장르에 대한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이것이 상업적인 성공을 담보해 주진 않았다.

14년이 지난 지금, 손노리 멤버들은 다시금 '화이트데이'를 되살렸다. RPG가 주도하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공포라는 마니악한 장르로 도전을 한다. 그것도 사장되다시피한 유료앱이란 사업모델로.

과거나 지금이나 '게임은 공짜'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예전엔 불법복제가 암초였다면, 지금은 부분유료화라는 바위가 있다. 모바일게임이 돈을 많이 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만, 솔직히 이 돈은 지속적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결제해 주는 상위 1%의 VVIP 덕분이다. 대다수는 공짜로 즐긴다.

출시되는 게임의 열에 아홉은 RPG장르다. 한 둘은 퍼즐이나 고포류 등 캐주얼이다. 'RPG를 뽑기 등의 부분유료화 모델로 만들 것' 이것이 국내서 모바일로 성공하는 공식이다.

이처럼 시장환경은 녹록치 않다. '화이트데이'의 상업적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참신을 넘어 무모한 도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업적인 성공이 힘들다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생각이 틀리길 기대한다. '화이트데이'가 시장서 반향을 일으키길 응원한다. 무모해보이는 도전이 경직된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기폭제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이원술 대표와 로이게임즈를 응원한다 '화이트데이'의 도전은 14년 전처럼 의미있게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이끌어 낼 수 있게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길 바란다. 적어도 후속작을 만들 수 있는 개발비는 벌었으면 좋겠다. 확률형 아이템을 탑재한 RPG만 있는 게임시장은 너무 재미없지 않는가.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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