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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황어, 바다로 나갈 시간이 오고 있다

강원도의 여행지 중 휴휴암이라는 곳이 있다. 하조대와 주문진 사이쯤에 위치한 휴휴암은 바다에 면한 큰 사찰이 지어져 있는 곳으로, 바다 쪽으로 넓게 누운 바위에 황어떼가 몰려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황어떼들은 휴휴암에서 방생한 물고기들로, 손가락 두어마디만한 치어부터 성인 팔뚝만큼이나 다 자란 성어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수백 수천 마리의 물고기 떼가 한뼘 깊이 바위 근처 얕은 물에서 퍼덕거리는 풍경은 자못 장관으로 보인다.

이 물고기들은 사람이 다가와도 피하지 않으며 낮이고 밤이고 그 근처를 벗어나지 않는다. 사찰에 들른 객들이 한 번씩 돈을 내고 공양이라며 물고기 밥을 한 국자씩 뿌리기 때문이다. 풍성한 먹이가 갖춰져 있는데다 위험한 외부의 적도 없다.

얕은 물에서 푸닥거리느냐 물위로 드러난 지느러미와 바닥의 돌에 긁힌 지느러미들이 자꾸 상해가지만 걱정이 없다. 내일은 내일의 먹이가 또 뿌려질테니 말이다. 그저 지금처럼만, 지금처럼만 하며 먹이를 받아먹는데 필요없는 부위들을 도태시켜가면 제 몸 하나 살찌우는건 쉬운 일이다.

휴휴암의 황어떼들을 보다보면 일부 국내 게임사들이 떠오른다. 이들은 현재의 수익을 최대화 하는 게 지상 목표로 개발과 서비스에 필요한 부서와 시간, 투자를 최소화한다. 미래에 대한 투자는 고려 대상의 말미에도 이름을 얹지 못한다. 투자 효율을 위해 문화 사업에서 가장 큰 무게를 차지하는 저작권을 무시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중국을 짝퉁 게임 천국이라고 비웃던 웃음이 이제 자신을 향해 돌아오고 있지만 자각은 없다.

지난 1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되면서 국산 게임 도용 피해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협정은 양측 모두에 해당하는 것이다. 게임을 그대로 가져가 자국 스토어에 떡하니 올리지 않더라도 시스템적인 부분과 UI, 게임 콘셉트, IP도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조건에 충분히 부합된다.

개발력으로는 이미 국내 개발사를 따라 잡았고 개발 속도로는 우리를 앞섰다고 평가받는 중국 게임 업계다. 지금은 게임화를 위한 IP가 부족해 국내 IP들을 거금에 사들이고 있지만 이를 소화하면 금세 자신만의 IP를 쏟아낼 태세다. 또한 FTA는 양국의 원활한 수출입을 위한 협정이니 국내 론칭도 원활해질 터다. 대륙급 물량 앞에서 국내에 저작권 관련 마찰이 없을리 만무하다.

얼마후 벌어질 것이 뻔한 이런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방어하려면 저작권이 우리에게 있음을 주장할 콘텐츠들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기존 RPG 시스템에서 이미지와 BM만을 바꿔 내놓을 셈인가.

새로운 시도와 노력 없이 기존의 것만을 담습하기만을 지속한다면 어느 날 막상 바다로 떠나려고 해도 지느러미가 모두 없어진 꼴이 되어있을 지도 모른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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