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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How To 사과

A: "내가 잘못했어."

B: "오빠가 뭘 잘못한 건지나 알아?"

A: "그냥 다 내가 잘못했어."

이후 B의 답변은 어떨까.

"저는 그제 아침 늦게 일어났음에도 서두르지 않는 바람에 오늘 지각을 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혼내시느냐고 다른 학우들을 가르쳐야할 귀중한 시간을 뺏은 것도 제 잘못입니다. 그 뒤 선생님께서 넓은 아량으로 훈계만 하셨는데도 반성하지도 않도 또 오늘 지각한 것도 다 제 잘못입니다."

이 반성문을 보는 선생님의 생각은 또 어떨까.

이런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로 귀결되는 중고교 시절 억지로 써내는 반성문과도 같은 사과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건의 해결은 커녕 듣는 사람의 어이만을 실종시키는 사과들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사과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나 사과를 해야할 당위성을 느끼지 못할 때 혹은 사과하기 싫을 때 나타난다.

사실상 위의 조건들은 모두 연결되있는 경우가 많다. 사과하기 싫으니 당위성을 느끼기 힘들고 또 당위성과 인과관계를 연결시키지 못하니 이해가 부족하다.

이런 사과는 듣는 이와의 관계 개선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결국 더 큰 사과를 요구하게 만들어서로의 시간과 정신을 좀먹는 행위다.

하지만 이보다 더 질이 안 좋은 사과가 있다. 사과해야할 본질은 빼놓고 '사과'라는 행위를 요식화해 '나 사과했다!'고 말할 거리를 만드는 사과다. 얼마전 '이터널클래시' 일베 논란에 대해 개발사 벌키트리가 올린 첫 사과가 바로 그러했다.

첫 사과문에 등장한 '오해, 우연' 두 단어의 합주를 통해 이용자들의 비판의 소리를 '걱정, 우려'로 스스로 걸러듣는 모습은 사과를 표해야할 단체가 결단코 취해서는 안될 자세다.

사과는 한쪽의 선언도 스스로 완성하는 것도 아니다. 사과는 할 사람과 받을 사람이 분명이 존재하는 상호소통적인 대화다. 그런 것을 스스로 포장하고 스스로 과한 자기화를 거쳐 입장 변호부터 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니 이용자들이 크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해보이기도 한다.

사과문이란 '이 사건이 어떻게 해서 일어난 사건이며 이후 어떻게 해결해 나가겠다'가 담겨 있어야 한다. '죄송합니다', '사죄드립니다'라는 말로 도배할 필요도 없다. 논란이 된 첫 사과문은 이렇게 알려야할 내용에 대한 고찰 없이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한 첫 단계 정도로 생각한 결과로 보인다.

이전 서울삼성병원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발표한 사과문이 모범 사례로 꼽힌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제 자신 참담한 심정, 저희가 끝까지 책임진다"며 정확하게 문제의 원인과 잘못을 특정하고 이후 대책까지 상세하게 밝혀 크게 화제가 됐다.

이런 책임 회피 없는 공식 사과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2014년 1월 제너럴모터스 최고경영자(CEO) 메리 바라는 자동차 점화스위치 불량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해 차량 3000만대 규모의 리콜 조치를 받았다. 게다가 늦장 대응이라는 비난까지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는 청문회에서 "전적으로 우리의 잘못이다. 마음 속이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하며 재발 방지 및 추후 대책을 상세히 밝혔다. 이 사과는 모범적인 CEO 사과로 주목받았고 많은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 제너럴모터스는 3000만대라는 엄청난 액수의 리콜 위기를 금세 극복하고 1년 뒤 출범 후 누적 생산 5억대 돌파의 진기록을 세우는 기업으로 다시 우뚝 섰다.

이렇듯 이런 이슈에서 보일 수 있는 최선의 자세는 논란을 없었던 것, 곧 지나갈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잘못과 피해를 잘 개선하고 복구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논란을 일으켰거나 이를 책임져야할 입장에서 가장 지향해야할 자세는 노력하는 모습 자체로 사과하며 이 사과가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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