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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노장이 보여준 노하우의 중요성

삼성 갤럭시의 플레잉 코치인 송병구.
삼성 갤럭시의 플레잉 코치인 송병구.
설 연휴 직전에 스타크래프트2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 갤럭시의 플레잉 코치 송병구가 SK텔레콤 T1의 테란 에이스 이신형을 GSL 코드A에서 잡아낸 것. 누가 봐도 이신형이 송병구보다 실력이나 스타2에서 이룬 업적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상황이기에 이 소식은 연휴 내내 커뮤니티를 달궜다.

송병구는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존재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1세대는 아니지만 2005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햇수로도 12년째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송병구 이전에 e스포츠의 일가를 이룬 세대인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의 4대천왕은 진즉에 은퇴했고 동시대를 주름 잡았던 '택뱅리쌍' 중에 김택용과 이영호도 정규 선수 생활을 은퇴했다. 그나마 이제동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GSL 코드A에서 KT 이동녕에게 2대3으로 패하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경력으로 봤을 때 송병구는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다. 10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왔고 현재 팀에서의 역할도 플레잉 코치다. 자신을 위한 연습을 하기 보다는 후배들을 육성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6 시즌 프로리그가 시작되기 전 송병구가 감독으로 승격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굳이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송병구의 직함은 2016년에도 여전히 플레잉 코치였다. GSL 오프라인 예선을 통과했을 때까지만 해도 송병구에게 운이 따랐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이신형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송병구의 경기력은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신형을 상대할 때 송병구는 기존 선수들과는 다른 플레이를 선보였다. 공허의 유산으로 넘어오면서 새로 추가된 사도를 주로 쓰는 것이 테란을 상대하는 프로토스의 핵심이 됐지만 송병구는 분열기를 차원 분광기에 실어 드롭하는 방식으로 이신형을 괴롭혔다. 1, 2세트에서 이 전략으로 재미를 본 송병구는 3, 4세트를 이신형에게 내주면서 탈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5세트에서 장기전 끝에 이신형을 꺾으면서 송병구는 코드S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송병구가 다른 선수들과 달랐던 점은 다양한 작전을 구사했다는 사실이다. 사도 중심의 운영이 아니라 분열기를 활용해 이신형의 허를 찔렀고 5세트에서 힘싸움을 펼칠 때에도 폭풍함 중심의 운영이 아니라 거신을 통해 변수를 만들었다.

송병구의 새로운 해법은 해설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든 프로토스가 테란을 상대로 사도만을 고집할 때 분열기 드롭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택했고 장기전에서도 거신을 통해 이신형의 맹공을 모두 막아냈기 때문. 해설자들은 "스타1에서 보던 리버 드롭을 보는 것 같고 공허의 유산에서 유물이 될 뻔했던 거신을 다시 보니까 반갑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송병구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오래 플레이했던 선수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이신형을 제압했다. 리버와 흡사한 기능을 갖고 있는 분열기를 사용했고 자유의 날개, 군단의 심장에서 테란을 제압할 때 쓰던 거신으로 힘싸움을 치른 과정은 스타1과 스타2를 아우르는 복고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송병구는 스타1 시절부터 손이 느리기로 유명했다. 김택용보다 평균 APM이 100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송병구의 APM이 200을 넘어가면 탄성이 나올 정도였으니 피지컬 능력은 프로게이머 사이에서 최하급이나 다름 없다. 게다가 나이까지 들다 보니 손 빠르기를 올리는 것은 우리 나이로 30이 된 송병구에게 무리다.

송병구는 부족한 피지컬 능력을 심리전과 전략 등 두뇌 싸움으로 극복했다. 이신형이 예상하지 못한 초반 전략으로, 자기에게 친숙한 유닛으로 전세를 유리하게 풀어간 능력에서 노련미가 묻어났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신체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서 경험은 남고 노하우가 쌓인다. 송병구가 이신형전에서 보여준 교훈은 e스포츠에도 피지컬 뿐만 아니라 멘탈이 중요하며 경험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라 했다. 몸은 사라지겠지만 그 노하우만은 살아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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