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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하룻밤만에 계정 잠금? '라그나로크' 인증 대란

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데일리게임은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게.이.머'의 열 네 번째 시간은 2002년 7월 출시돼 현재까지 서비스 중인 PC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온라인'(이하 라그나로크)에 얽힌 사건을 다루려 합니다.

장기 서비스의 원동력인 좋은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운영으로 이용자들에게 큰 반발을 샀던 사건이 있었던 것인데요. 지금 이 사건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게.이.머] 하룻밤만에 계정 잠금? '라그나로크' 인증 대란

◆'라그나로크'는 어떤 게임?

'라그나로크'는 이명진 작가의 만화 '라그나로크'를 원작으로 삼아 개발된 PC온라인 게임입니다. SD 캐릭터를 2D로 구현한 특유의 귀여운 모델링이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이를 통해 국내 뿐만 아니라 동남아, 일본 등의 아시아권에서 서비스 1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좋은 인기를 유지하며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명진 작가의 '라그나로크'
이명진 작가의 '라그나로크'

또한 출시 후 한참 동안 월 정액 제도를 유지해 진입 장벽이 높았음에도 비교적 낮은 연령대의 이용자들이 게임을 주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라그나로크'는 장기간의 오픈 베타를 진행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2001년 11월부터 2002년 7월까지 무려 9개월간 오픈 베타를 진행해 많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경험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진행된 오픈 베타를 통해 형성된 커뮤니티가 장기 서비스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분석이 있을 정도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비밀번호 바꾸세요

[게.이.머] 하룻밤만에 계정 잠금? '라그나로크' 인증 대란

2006년 5월 30일 '라그나로크'를 서비스하는 그라비티는 정기 점검 이후 모든 이용자의 접속을 제한합니다. BS7799 인증 규격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BS7799 규격은 정보보안에 대한 인증이 필요한 조직들의 요청에 의해 1998년 국제 규격화된 정보보호관리 체계인데요. 비밀번호가 BS7799 규격을 따르게 되면서 이용자들은 기존 4~24 글자의 영문 또는 숫자였던 비밀번호를 6~24글자의 영문, 숫자 혼합의 비밀번호로 변경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이 것이 사전 공지 없이 정기점검 직후 진행됐다는 점인데요. 정기점검 이후 게임에 접속하려던 이용자들은 당황해하며 홈페이지를 찾았고 그라비티는 임시점검이 끝난 뒤 공지를 통해 BS7799 규격을 도입했으니 비밀번호를 변경하라고 알렸습니다.

이용자들은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이메일 인증을 받아야 접속이 가능했는데요. 많은 이용자들이 인증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휴면 이메일을 등록했거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이메일을 등록했던 이용자들은 메일 인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홈페이지 로그인까지 막아 두는 바람에 개인 정보를 수정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당시 '라그나로크'는 다른 게임에 비해 계정 거래 및 이양이 활발했기에 계정의 본 주인과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루 아침에 계정을 잃게 된 이용자들은 공식 홈페이지와 '라그나로크' 최대 커뮤니티였던 '라그나게이트'에 몰려가 불만을 표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늦은 후속 조치의 아쉬움

[게.이.머] 하룻밤만에 계정 잠금? '라그나로크' 인증 대란

이용자들의 불만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라비티 측은 며칠 뒤에서야 유선상으로도 개인 정보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일일이 전화를 통해 개인 정보를 변경한 뒤에 다시 인증을 실시해야만 했습니다. 이를 요청하는 이용자들의 수도 엄청났기에 점심시간의 경우엔 거의 통화가 힘들었고 겨우겨우 통화가 됐더라도 개인정보 수정 및 인증 메일을 받기 까지 대략 10여일이 걸렸습니다. 그 동안 게임 이용은 전혀 할 수 없었고요.

게다가 BS7799 규격에 맞는 계정들까지 통째로 비밀번호를 변경해야만 했기에 모든 이용자들이 갑작스러운 불편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라비티 측은 이를 이벤트라고 표현했는데요. 보도 자료를 통해 정해진 기간 내에 비밀 번호를 변경하는 모든 이용자들에게 6종의 레벨8 요리아이템 3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가 진행된다고 전한 것이죠.

아무런 잘못 없이 십여일간 게임을 전혀 이용할 수 없었던 이용자들은 그라비티의 이런 포장에 분통을 터트렸고 많은 이용자들이 실망해 게임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게.이.머] 하룻밤만에 계정 잠금? '라그나로크' 인증 대란


◆나한테 왜 그랬어요…추측만 난무

그라비티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모든 계정을 정지시킨 이유는 추측만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중에서도 당시 성행하던 계정 거래 및 주민번호 도용을 일소하기 위한 결단이라는 주장과 사용자 비밀번호가 통채로 유출당했기 때문이라는 두 가지 주장이 가장 지지를 받고 있는데요.

전자는 실제로 '라그나로크'가 계정을 생성한 주민번호의 성별에 따라 생성가능한 캐릭터의 성별도 고정되었기에 딱히 물품을 거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남자 캐릭터 혹은 여자 캐릭터를 플레이하기위해 주민번호를 도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BS7799 규격에 맞는 계정들까지 비밀번호를 바꾸게 한 것을 근거로 삼고 주장돼 지지를 받았고요.

이러한 다양한 추측이 뒤따랐지만 그라비티 측에서 이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어 진실은 어둠속으로 숨어든 상태입니다.

이유가 어찌됐건 이용자들이 준비할 시간적 여유없이 발표된 조치로 장기간 게임 이용에 불편을 준 만큼 현재도 좋지 않은 운영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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