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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WoW, 그늘숲의 지배자? 저레벨 학살자?

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데일리게임은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게.이.머'의 스물 네 번째 시간에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에서 감초 역할(?)을 담당했던 PVP 플레이어들을 다뤄볼 예정입니다. 사실 당했던 이용자들에게 이들은 감초라고 하기엔 달기보다는 쓰디쓴 기억으로 남았을텐데요.

전 서버에 걸쳐 분포했던 이들은 지금도 이들을 기억하는 이용자들이 있을 정도로 강렬한 활동을 했습니다. 그만큼 억울하고 분했던 것일 텐데요. 본 기자도 가시 덤불 골짜기에서 쪽지퀘를 하며 겪었던 피비린내 나는 추억이 있습니다.

[게.이.머] WoW, 그늘숲의 지배자? 저레벨 학살자?

◆서버의 명물? 저레벨에겐 저승사자

'WoW'는 기본적인 콘셉트가 진영간 대립이기 때문에 얼라이언스와 호드 양 진영을 선택한 이용자들은 일부 안전지대를 제외한 필드 전체에서 다양한 갈등을 빚어왔는데요.

출시 초반인 'WoW' 오리지날 시절, 두 진영 이용자들이 같이 퀘스트를 하게 되는 몇몇 지역에서는 상대 진영과의 마찰이 격화돼 정상적인 플레이가 힘들기도 할 정도였는데요.

이로 인해 서버를 옮기거나 캐릭터를 삭제하고 반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이용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증언을 바탕으로 복원한 그의 장비 착용 스크린샷
증언을 바탕으로 복원한 그의 장비 착용 스크린샷

이 시기 듀로탄 서버에 등장한 한 이용자가 있었는데요. 그의 아이디는 '써크라인'. 호드 진영의 타우렌 종족으로 드루이드 직업을 선택한 이용자였습니다.

당시 이용자들은 오리지날 만 레벨인 60레벨을 달성하면 보통 만 레벨 콘텐츠인 레이드를 통해 아이템을 업그레이드 하기 바빴는데요. 이 이용자는 달랐습니다. 60레벨을 달성한 뒤 그가 달려간 곳은 '그늘숲'이었습니다.

그늘숲은 얼라이언스 저레벨 사냥터 중 하나였는데요. 초반 시작 지점 중 하나인 엘윈 숲의 바로 아래이며 'WoW' 오리지날 최대의 분쟁 지역인 '가시덤불 골짜기'의 위에 위치한 곳입니다.

더욱이 이 지역은 호드 진영의 안전지대가 없는데도 상호 PVP가 가능한 분쟁 지역이었기에 호드 이용자에게 다소 불리한 지역이었는데요. 반면 얼라이언스 이용자들은 더욱 안심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던 지역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늘숲은 맵 이름에서 말해주듯 맵 전역이 그늘속 처럼 어두운 지역이었는데요. '써크라인'이 선택한 드루이드 캐릭터는 '은신' 스킬이 있는데다, 이동속도도 빨라 기습에 최적화돼 있었습니다.

◆한 지역에서 1년을 활동…NPC 아니야?

그는 그저 저레벨 이용자를 학살하는 수준이 아니라 부활한 이용자를 몰래 따라가 반복해서 PVP를 하는 실로 변태적일 정도의 괴롭힘을 선사했는데요.

그늘숲에서 그가 발견된 최초 시점과 마지막으로 발견된 날을 어림잡아보면 거의 1년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어떤 이용자들은 "첫 번째 캐릭터의 만 레벨 달성 당시 봤던 '써크라인'이 부 캐릭터 육성하러 갔더니 똑같이 있더라", "사실상 NPC 아니냐", "캐릭터 3개를 만 레벨 달성했는데 매번 똑같은 지역에서 똑같은 장비로 있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주 활동 무대
그의 주 활동 무대

'써크라인'의 주 활동 무대는 그늘숲의 까마귀언덕 묘지였는데요. 당시엔 까마귀언덕 묘지에서 죽을 경우 멀리 있는 다크샤이어 무덤으로 이동했는데, 다시 부활하려면 사망한 위치까지 다시 달려와야하기 때문에 굉장한 스트레스였습니다.

거의 저항이 불가능한 만 레벨이 와서 PK 하는 것도 짜증나는데 부활을 위해 먼 길을 달려가야 하고, 기껏 살아나면 금세 달려와 다시 죽기 일쑤였으니 말이죠.

이 때문에 얼라이언스 만 레벨 이용자들은 그늘숲을 순찰 돌면서 써크라인으로 부터 저 레벨 이용자를 보호하는 자경단을 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써크라인'은 드루이드의 은신과 추적 기술을 통해 유유히 빠져나가며 저 레벨들을 암살했죠.

드루이드는 표범으로 변신하면 은신한 채로 맵에 이용자를 표시할 수 있는 인간형 추적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이에 더해 이동 속도도 빨랐기 때문에 아직 탈것을 얻지 못한 저 레벨 이용자들은 설사 시체를 찾아 부활했더라도 도망이 쉽지 않았습니다.

드루이드의 표범 폼 변신 모습
드루이드의 표범 폼 변신 모습

'써크라인'에게 학살 당한 얼라이언스 이용자가 한 커뮤니티에 항의글을 남기자 답글로 "네 저는 당신을 기만하고 있는겁니다"라는 말로 더욱 도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WoW' 커뮤니티의 듀로탄 서버 게시판에서 그를 이야기하는 수많은 게시글들은 정신병 아니냐는 욕설부터 애원까지 다양했는데요. '써크라인'은 그런 게시글에 찾아와 위 처럼 본인이라고 밝히며 댓글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도발도 했지만 위로도 하고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가끔은 PVP로 죽인 이용자가 부활하지 않으면 게시판에 와서는 "'A' 이용자님 부활 쿨타임 되셨을텐데 부활 안하시나요?" 이런식의 말까지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정말 화도 나고 무섭기도 했을 것 같네요.

◆잠시 쉬기도 했지만 'I'll Be Back'

이렇게 1년여 동안 걸친 꾸준한 저레벨 학살로 상대 진영을 괴롭힌 그는 얼라이언스 진영에서는 '그늘숲의 악몽', '그늘숲의 그림자' 등으로 불리웠는데요. 반대로 호드 진영에서는 '그늘숲의 지배자'라며 칭송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그외의 활동은 거의 없던 '서크라인'이었지만 몇 번 정도 활동을 멈춘 적이 있었는데요.

블리자드는 이따금 캐릭터 생성 제한 조치를 하기도 합니다
블리자드는 이따금 캐릭터 생성 제한 조치를 하기도 합니다

바로 듀로탄 서버의 인구가 많아져 블리자드가 캐릭터 생성 제한 조치를 걸었을 때였습니다. 이로 인해 얼마간 얼라이언스 진영에 저 레벨 이용자 유입이 줄어들자 활동을 잠시 멈춘 것이죠.

하지만 그도 잠시. 이내 듀로탄 서버의 캐릭터 생성 제한 조치가 해제되자 서버 게시판에 찾아와 "저 다시 계정넣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다시 시작될 저레벨 대학살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활동이 유명세를 타자 다른 서버에서도 그와 비슷한 활동을 하는 이용자들이 많아졌는데요. 이런 이용자들이 점차 많아지고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결국 블리자드가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게임 내 콘텐츠 그대로를 즐긴 것이기 때문에 이용자 제제가 아닌 얼라이언스 진영의 부활 무덤을 한 개 더 생성하는 수준이었지만 말이죠.

◆서버 이동 후 활동 뜸해져

활동을 지속하던 '써크라인'은 듀로탄 서버에서 쿨티라스 서버로 이전이 가능해지자 덜컥 서버 이전을 신청해 듀로탄 서버를 떠났습니다. 쿨티라스 서버에서는 에스엠파이브라는 아이디로 변경해 똑같은 일을 했죠. 그 뒤 카르가스 서버로 대규모 서버 이전된 이후 똑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언이 조금 있었으나 그 뒤론 소문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즈음 군대를 간게 아니냐는 등 추측만 무성할 뿐입니다.

'Lsy'도 만만찮은 활동을 했다
'Lsy'도 만만찮은 활동을 했다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저레벨 학살자들도 굉장히 많은데요. 1년 반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그늘숲에서만 활동하다 전장 패치 이후 전장 세트 아이템만 맞춘 후 다시 그늘숲으로 돌아가 학살을 지속한 아즈샤라 서버의 호드 'Lsy', 노르간논 서버 호드 진영의 하늘천딱지, 떡줄생각, 유호정시리즈, 하얀송아지 등 많은 이용자들이 그와 비슷한 활동을 했습니다.

얼라이언스 진영도 유명한 저레벨 학살자들이 있었는데요. 알렉스트라자 서버의 지옥불반도 지배자라는 별칭의 인간 대머리 남자 마법사 '핵펭귄', 가로나 서버의 얼라이언스 마법사 이신영, 드루이드 four, 노르간논 서버 얼라이언스 진영의 intotherain, 일등신랑감 등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했던 입장에서 떠올려보면 당시에는 키보드 몇 개를 부쉈을지 모를 정도로 분노했는데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같이 게임을 즐긴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또 하나의 추억거리가 되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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