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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 트롤, 트롤 안 한다 트롤···'트롤' 캐릭터의 기원

다양한 게임을 즐기다 보면 '이 캐릭터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라던가 '얘랑 얘는 좀 비슷한데?'하는 생각해본 적 많으시죠? 이 캐릭터들은 서로 베낀(?) 게 아니라 콘셉트가 겹치거나 모티브가 겹친 경우가 많습니다.

해서, 이런 게임 속 같은 콘셉트의 캐릭터들이 왜 그렇게 그려지고 배경 설화나 전설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전설의 고향'의 네 번째 시간에는 츄럴... 아니 '트롤' 캐릭터들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편집자 주>

◆트롤은 트롤이올진데 트롤은 아니옵고...

'트롤'은 게이머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단어죠. 뉴욕 타임즈는 트롤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기 쾌감을 위해, 관심받기 위해 각종 어그로를 끄는 행동을 하는 부류라고 정의했는데요. 남의 감정을 조종하기 위해 누군가를 비난하고 조롱하거나 일부러 헛소리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트롤링의 상징과도 같이 쓰이는 트롤 페이스 짤방
트롤링의 상징과도 같이 쓰이는 트롤 페이스 짤방

하지만 전설의 고향 시간에는 게임에 등장하는 '트롤' 캐릭터의 기원에 대해 살펴볼테니 이 트롤링은 다루지 않습니다.

여담이지만 트롤링 예방 학교도 있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트롤링 예방 학교도 있다고 합니다

◆시대가 흐르며 많은 모습으로 변해온 트롤

트롤은 시대가 변하며 설정도 함께 변해왔습니다. 처음엔 요정이었다가 괴물의 총칭이었다가 몬스터의 한 종류가 됐죠. 지금은 이용자가 선택 가능한 종족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트롤은 필자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판타지 종족인데요. 여러 게임에서 특징적으로 다뤄지는 개성적인 외형 및 특성이 굉장히 매력적이죠.

북구 신화에서의 트롤은 무서운 괴물의 총칭으로 특정한 괴물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었는데요. 귀신과 유사한 말로 쓰였습니다. '고(古) 에다'의 '무녀의 예언'에서는 라그나로크 당시 때에 태양을 삼키는 하늘의 큰 늑대 스켈(Scøll : 소음)을 가리켜 트롤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커먼 놈들이 아기로 변한다니
이런 시커먼 놈들이 아기로 변한다니

북유럽 신화에서는 요정 계열 중에서도 특히 강력한 요술을 부리며 심한 악행을 벌이는 나쁜 요정으로 묘사되는데요. 트롤의 대표적인 나쁜 짓은 아기 바꿔치기(체인질링)가 있습니다. 인간의 아기를 몰래 트롤의 아기와 바꿔치거나 자신이 아기로 변신하는데, 밖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집안 사람들만 있을 경우에는 엄청난 양의 식사를 하거나 마구 울어대거나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거나 하는 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아기로 변장한 트롤을 쫓아내는 방법은 트롤도 보지 못한 신기한 일을 해야 한다는데요. 그 예시가 달걀 껍질로 국끓이기, 돼지의 가죽, 털, 눈, 다리가 모두 들어간 푸딩을 만들어 먹이는 것 같은 일이랍니다.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일을 하면 이에 놀란 트롤이 자신이 트롤이라는 것을 자백하게 된다는데요. 혹은 달군 쇠를 들이대거나 죽이겠다고 협박해 겁을 주기도 한다는데... 만약 트롤이 아니라면 그 일을 당한 아이는... 좀 무섭네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의 신화에 따르면 요툰헤임에 살던 거인들이 신들과의 전쟁에서 참패한 뒤 저주를 받아 무능한 트롤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원래 요툰헤임은 거인의 나라를 뜻하는데 오늘날 노르웨이 중앙의 빙하를 안고 있는 고원도 이 이름으로 불립니다.

태초의 거인 이미르
태초의 거인 이미르

북유럽 신화에서 최초의 생명 중 하나로 나오는 거인 이미르의 겨드랑이에서 태어난 종족 서리거인(요툰)의 후예로서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일종의 거인족이죠. 영화 어벤져스에 등장한 로키와 서리거인을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토르의 천둥에 맞았던 기억 때문에 천둥이나 이와 비슷한 종소리 등을 싫어한다고도 합니다.

덴마크나 노르웨이 등의 유럽 국가 중에서는 아주 작은 인간 형태의 요정으로 그려지기도 하는데요. 긴 머리에 몸에 비해 큰 발, 긴 코를 가진 소인으로 묘사됩니다. 머리를 쓰다듬으면 행운을 나눠 준다거나 장난을 친다고 합니다.

[전설의 고향] 트롤, 트롤 안 한다 트롤···'트롤' 캐릭터의 기원

전래동화 속에서는 인간과 비교적 가까운 존재가 되는데요. 큰 바위 산, 동굴, 호수 등에서 살며 대머리에 흰자위가 안 보일 정도로 크고 동그란 눈동자를 가진 종족으로 묘사됩니다. 태양을 보면 돌로 변해 큰 바위 밑이나 나무 밑, 다리 밑 등에서 산다고 전해지기도 하죠.

못난 외모로 다리 밑의 트롤로 자주 묘사되는 심슨의 캐릭터 모 시즐렉
못난 외모로 다리 밑의 트롤로 자주 묘사되는 심슨의 캐릭터 모 시즐렉

이런 친근한 이미지를 더욱 강화한 사람이 바로 1910년대 스웨덴에서 활동한 동화 일러스트 작가인 존 바우어인데요. 그는 트롤을 털로 뒤덮이고 얼굴보다 큰 코를 지닌, 약간은 기괴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그렸습니다. 안온한 그의 그림덕에 많은 사람들이 트롤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됐죠.

◆여러 작품에서 수많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트롤

트롤은 노르웨이의 극작가인 헨리크 입센의 '페르 귄트'에 의해 널리 알려졌는데요. 이 작품은 몽상가인 페르 귄트가 세계 각지를 방랑하고 고향에 돌아와 아내인 솔베이지의 사랑을 깨달을 때까지를 묘사한 희곡입니다. 여러 마술을 부리는 존재로 등장한 트롤은 페르 귄트가 주변의 지저분한 것들을 보지 못하게 그의 눈을 뽑아버립니다.

페르 귄트에 등장하는 트롤
페르 귄트에 등장하는 트롤

이후 여러 작품들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트롤은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다뤄지는데요. 일반적으로 게임에 등장하는 질긴 피부에 긴 팔, 긴 어금니 등 흉픅한 외모로 그려지는 트롤은 TRPG 룰북인 '던전 앤 드래곤'의 영향이 큽니다.

이 룰북에서 트롤은 2.5미터의 싱장에 털이 없고 고무처럼 질긴 피부를 가진 식인 괴물로, 수족이 잘려도 가져다 대기만 하면 금새 붙어버리는 초인적인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죠.

던전앤드래곤 룰북
던전앤드래곤 룰북

이 재생 능력은 SF소설가인 폴 앤더슨의 1961년작 '세 개의 심장 세 마리의 사자'에서 묘사된 이미지가 기원입니다. 작 중에서 트롤은 녹색의 단단한 피부와 거대한 덩치, 엄청난 재생력을 가지고 있지만 불에 약한 괴물로 표현됩니다.

이후 이런 몬스터의 이미지는 J.R.R 톨킨의 '호빗'과 '반지의제왕'에 등장한 트롤로 더욱 굳어지는데요.이 작품에서 트롤들은 거대한 덩치와 큰 힘을 지녔지만 멍청하고 햇빛이 약점인 식인 괴물로 등장합니다. 재치있는 말에 속아넘어가거나 시비를 붙이는 등 우둔한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죠.

얀손이 그려낸 '무민 트롤'도 트롤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과의 합작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며 큰 인기를 얻은 이 무민은 하얀 하마같이 생긴 그들은 앞서 등장한 트롤들과는 달리 굉장히 온순한 존재죠. 하지만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작중의 무민은 굉장히 시니컬하고 또 풍자적입니다.

얘도 트롤이고 얘도 트롤입니다
얘도 트롤이고 얘도 트롤입니다

◆게임 속 트롤은? 아니 그 트롤 아니라니까

'워크래프트2'에서 투창 원거리 유닛으로 등장한 트롤은 푸른색의 피부에 거대한 송곳니, 길쭉한 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큰 키지만 구부정한 허리도 특징이죠. 이후 '워크래프트3'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다시 등장한 그들은 플레이 가능한 종족으로 완성됐습니다.

그들은 '부두교'를 믿으며 아제로스에서 가장 오래된 종족으로 중남미 문화를 모델로 아즈텍, 잉카 문화의 양식을 보여주죠. 앞서 다뤄진 트롤들과는 사뭇 다른데요. 그래도 재생력과 광폭화 등의 종족 특성이 트롤의 느낌을 살려주고 있기도 합니다.

트롤의 또다른 특징인 맨발! 요새는 신는다고
트롤의 또다른 특징인 맨발! 요새는 신는다고

그 외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의 '트런들'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신화에서 많은 고증을 거친 것으로 보이는데요. '요툰헤임'과도 같은 얼음 덩어리를 소환하는 스킬과 자신의 영역을 선언하고 질긴 재생력을 자랑하는 것이 전형적인 트롤로 보입니다.

이제 꽤 멋있어진 트런들의 신규 일러스트
이제 꽤 멋있어진 트런들의 신규 일러스트

'드래곤 퀘스트'에서는 육중한 몸에 추한 외모를 지닌 것으로 그려지는데요. 주 무기는 곤봉으로 단순 무식한 타격 공격을 펼칩니다. 특히 엄청난 HP와 공격력을 자랑하는데다 방어력을 무시하고 데미지를 입히는 '통한의 일격' 스킬까지 보유하고 있어 영 상대하기 까다롭죠.

이렇게 괴물에서 친숙한 모습으로 점차 변화해온 트롤. 가슴이 시킨다는 트롤 남캐처럼 그 독창적인 외형과 특성으로 요즘도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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