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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인화 교수 "게임사전으로 게임=비속어 편견 깬다"

"게임과 게임어는 문화적 가치와 전파력에도 불구하고 비속어와 은어로 여겨져 정당한 언어로써의 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게이머를 공식적인 언어를 쓰는 인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28일 이화여대 SK텔레콤관에서 개최한 '게임사전 제작발표회'에서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이인화 교수가 한 말이다. 그는 여태까지 게임어가 공식적인 지식이 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역설했다.

혁신이 전파되고 되지 않는 차이는 언중에 대한 존중의 차이라는 게 이인화 교수의 설명이다. 아무도 게이머를 공식적인 언어를 쓰는 인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아이템', '득템' 등의 단어는 이미 오프라인에서도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인화 교수는 이것이 사이버 공간에서는 흔한 나이와 인종 성별을 초월한 인간 관계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로 봤다. 게임과 일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게임어를 공식적인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 편찬한 게임사전은 1304페이지 분량으로 개발, 플레이, 미학, 문화, 시대별 대표 게임선 등 관련 용어 중 사용 비율에 따라 2188개 표제어를 간추려 담아냈다.

특히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내용 감수를, 이재홍 한국게임학회 회장이 자문을 담당하고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이인화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와 한혜원 부교수가 책임 집필을 맡았다. 이렇게 집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인사가 총 62명이다.

이날 행사에는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이재성 전무,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이인화 교수와 한혜원 부교수가 직접 참석해 게임사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국내외를 아울러 첫 번째 게임 용어 사전의 출간인 만큼 정해진 Q&A 시간을 넘겨서까지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다음은 질의응답 전문이다.

왼쪽부터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이재성 전무, 이화여대 융합콘텐츠 학과 이인화 교수, 한혜원 부교수
왼쪽부터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이재성 전무, 이화여대 융합콘텐츠 학과 이인화 교수, 한혜원 부교수

사전 치고는 볼륨이 부족하지 않나.

이재성=게임 업계 관계자들처럼 게임을 따듯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아닐 경우 '게임사전이 왜이렇게 두꺼워?'하는 생각도 할 수 있다고 본다. 게임 업계의 10년에서 20년의 사이클을 봤을 때 엄선해서 뽑았다고 말할 수 있다.

왜 이화여대에서 발표회를 갖게 됐는지.

한혜원=본 학과에서는 10년 이상 다양한 산업과 전문 학술 인력이 게임 스토리텔링과 기획에 종사해왔다. 실제로 (책을 집필한) 많은 인원이 여성 게임 기획자와 개발자다. 하던 일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60명이 넘는 집필진은 모두 이화여대에서 석박사를 공부한 인재들이다. 열심히한 만큼 사회적으로 다양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사전이라는 느낌이 잘 나지 않는데.

이인화=사전에 게임학회와 많은 교류를 했다. 사전을 편집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회의를 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을 들었다. 결국 디지털텔링 학회와 같이 진행하게 됐다. 사전 편찬 협회의 첫 의견은 보고 읽을 수 있는 것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게임 업계 필수 지식으로 다 읽어야만 하는 책으로 만들기 위해 가독성을 높였다.

이재성=이전 사전 구성에 익숙해져 있다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게임 세대는 요약된 정보에 익숙하다. 게임 세대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것인데도 이를 설명하려면 큰 어려움을 느낀다. 해서 한줄 설명을 우선하고 상세한 설명이 후술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사전을 종이로만 제공할 것인지.

이재성= 엔씨소프트의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제작비가 지원돼 현재의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 6만8000원의 가격은 비영리 재단이 아니라면 이 가격은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 팔리는지 추이를 보고 결정할 일이라고 본다. (전자화를) 하기는 하겠지만 언제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본다.

게임 선정 기준을 알려준다면.

이인화=사실 아깝게 떨어진 게임이 많다. 일반인 공모에서 가장 문제를 삼은 것도 내가 하는 게임이 왜 들어가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게임의 세계는 망망대해와 같다. 게임 개발자의 기준, 게이머의 기준, 게임 문화의 기준이 모두 다르며 또 의미가 있다. 21년간의 것들을 기준화해 엄선한 것으로 당연히 문제 제기는 가능하다고 본다.

형평성의 문제가 있지 않나?

한혜원=제1기준은 수치였다. 말뭉치 등 모든 것을 데이터베이스화 했기 때문에 이 안에서 몇 번 언급이 됐는지를 체크했다. 두 번째는 전문가 집단의 감수를 통한 의견을 받았기 때문에 주관적 검수가 적용됐다.

세 번째는 아무래도 한국에서 게임사전이 발간되기 때문에 '젤다의전설' 등 외산 게임은 좀 의미가 덜하다고 봤다. 폐쇄적인 콘솔보다는 함께 더불어 즐기는 온라인 게임의 가상세계가 좀더 미래지향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분량의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

이인화='젤다의전설'은 누구나 아는 명작이다. 하지만 게임사전의 기준이 최근 5년에 보는 현상이었다. '젤다의전설'은 자료내에서 3만2000번 정도 등장했다. 물론 게임은 중요하지만 아는 분들만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게이머 중 '젤다의 전설' 출시 이후 태어난 분들도 많다.

게임사전에 용어들이 일상에서 어떻게 더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이인화='미래는 이미 와있다 다만 널리퍼지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게이머들은 인간 관계를 선취하고 있다는 것으로 본다. 게임을 하며 얻은 것은 우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게임을 하며 만난 동생들을 통해 새로 등장한 세대를 살아갈 수 있게 됐다. 그들의 고민과 열정을 공유하게 됐다. 현실 친구 이상의 게임 친구도 많다. 이런 친구 사이에 오가는 언어가 게임어다. 이미 오프라인에서도 쓰인다는 것은 사이버 공간에서 나이와 인종 성별을 초월한 인간 관계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본다.

한혜원=우리는 게임을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으로 나뉘어지는 시대에 살았지만, 본인의 아들만 해도 그런 기준은 무의미하다. 각 반의 친구들과 게임이 합쳐져 있기 때문에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그들에게)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것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고본다. 아이들이 서로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 어머님들은 그 중 반은 못알아듣는다. 이것은 게임 속 언어일 확률이 높다. 미래지향적으로 본다면 일상과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은 이미 진행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화여대 융합콘텐츠 학과 한혜원 부교수
이화여대 융합콘텐츠 학과 한혜원 부교수

사전이 온라인, 웹 등의 형태로 나왔다면 효율성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 사전 이용율을 어느 정도로 예측하고 있는지?

이재성=사전은 선행 주문 160건이 들어온 상태다.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은 수치다. 실용 효율만 본다면 동시 출간을 바라는 분도 있겠지만, 재단의 입장에서는 실용적인 점만 강조되는 우려도 있었다. 시기는 좀 고려해보겠다. 출판업에 대한 배려도 있다. 종이신문이 고민이 많듯 출판업도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다. 출판 인쇄물의 사전 특히 비영리재단이 출판한 사전은 출판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어령 장관이 감수를 하셨는데 이유가 있을지?

이인화=이어령 장관은 가장 훌륭한 사전 편집자다. 이전 편찬했던 문장 대백과사전만해도 90년대에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던 사전이다. 그 사전 집필력을 게임사전에 도입하려고 했다.

세계적으로 게임사전의 예가 있는지?

이인화=아마존에서 게임 딕셔너리(사전)를 검색하면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게임과 게임 문화를 포함한 사전은 세계 최초라고 본다. 일부러 그렇게 말하기는 뭐하지만 게임사전이라는 이름으로는 최초다.

이재성= 미국 아마존, 일본 라쿠텐구 사이트에 해당 국가의 단어로 게임사전을 검색해본 결과 현재 판매 중인 게임사전은 없다.

지속적인 보완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어떤 내용을 생각하고 있는지? 인물인가?

이인화=과연 '용개'를 넣을 것인지, '아키러스'를 넣을 것인지 크게 고민했다. 그런데 이 인물들을 넣기 시작하면 1만명 이상의 인물을 다 넣어야 하게 된다. 정확한 기준을 세우기도 힘들기에 결국 인물에 대한 기술을 모두 제외하게 됐다.

이재성=물꼬를 텄다고 보시면 된다. 사전은 객관적 연구가 담보 되어야한다. 좋은 프레임이 나타나고 좋은 기준이 나타나게 된다면 재단 측에서는 후속 작업에 대해 얼마든지 관심이 있다.

인증 절차가 없었기에 공신력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이인화= 국어 대사전도 인증을 받고 쓰고 있는게 아니다. 사전에 대해서는 인증 절차는 없는 것으로 안다. 국립국어원과 '온라인 가나다' 등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 공식 인증을 받아가려 생각해보고 있다.

한혜원= 국립국어원도 현재 신조어, 살아있는 언어를 조사하는 방법론을 탐구하는 중이다. 게임사전이 레퍼런스로 활용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바람의나라'와 '리니지' 분량 차이가 3배는 된다. 엔씨 측이 입김이 전혀 없었는지?

이인화= 전혀 그렇지 않다. 엔씨소프트재단에서 사전 편찬을 지원했지만 졸업생들은 넥슨에서 더 많이 일하고 있다. '리니지'는 아직도 플레이 하고 있지만 '바람의나라'는 현재 플레이어 수가 적다. 아는 사람끼리 하는 게임과는 가치 비교가 되기 힘들다는 것이지 그런 입김은 없었다.

이재성= 사실 좀 서운했다. 재단 측에서는 집필진 의견을 충분히 존중했다.

네이버 등의 포탈과의 제휴가 활용도를 높이지 않을지?

이재성= 활용 부분에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고전적 의미의 인쇄물 사전의 가능성을 보고자한다. 무료로 제공하면 사용이 많을 것이며 또한 포탈에서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소비가 일어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집필진 분들이 교수님을 제외하면 다 여성분이시다. 남성과 여성이 보는 게임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보는데.

이인화= 게이머는 90%가 남자지만 게임 연구자는 90%가 여성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게임학이 거의 매달 새로운 연구서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모두 꼼꼼하게 읽고 정리하는 것은 여성이 유리하지 않나하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남성이 많이 즐기는 게임이라고 남녀 비율을 반반으로 맞추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봤다.

이재성= 한국 스토리텔링 학회에 집필을 의뢰한 것이다. 학회 소속원들이 전원 여성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개정판에서 어느정도 반영하도록 하겠다.

표제어 선정에 사용된 커뮤니티가 온라인 게임 위주인 인벤이다. 비디오게임에 대한 비중이 낮을 것으로 보는데.

이재성= 사실 요청을 드렸는데, DB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윤혜성= 온라인게임 중심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외의 레퍼런스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게임 이용자가 사용하는 언어의 경우 일반어처럼 사어가 발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런 사어의 관리는 어떻게할 것이고 신조어는 또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이인화= 커브볼이란 말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학자가 선언했지만, 미디어에서는 사용한 경우가 있다. 과거에 쓰지 않는 말이라도 이후 차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다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된다. 좀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으로 본다.

이용자의 참여하는 집단 지성, 위키 같은 방식으로 공개할 생각은 없는지?

이재성= 실용적 측면에서는 좋겠지만 사전의 취지를 본다면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별개의 프로젝트로 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공모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1000명 이상의 이용자가 참여해 8000건 이상의 제안이 왔다. 집필진의 전문적 집필과 7.4 기가바이트의 데이터 분석 등도 큰 힘이 됐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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