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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확률 공개하면 매출이 줄까

"궁금한 것이요, 확률을 공개하면 정말 매출이 줄까요?"

9월 초 기자연구모임이 최성희 문화부 게임과장이랑 가진 간담회에서 나온 물음이다. 기자도 궁금한 것이 이것이다. 유저들이 자율규제를 믿지 못하고 비난이 속출하면서 법제화에 힘을 실어주는 요즘이다. 업체의 자율규제가 공허하게 들린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업체를 대표해 참석한 관계자는 말이 없었다. 힘 없는 협회를 탓할 것이 아니지만, 정말 규제로 인한 피해가 예상된다면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입법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생각됐다.

미래는 항상 불확실하고 그래서 불안하다. 셧다운제가 시행된다고 했을 때, 업체들이 그렇게 반대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노래가사처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셧다운제 실시 후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약 1조1600억원 위축됐다는 발표가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다르다. 단지 셧다운제 하나만으로 게임산업이 쪼그라든 건 아니다. 세계 시장이 모바일 트랜드로 바뀌어 갔지만 관련 법이 미비해 토양을 만들지 못했던 점, 최대 수출시장이었던 중국이 당국의 지원에 힘입어 국내 기업의 자리를 밀어낸 점,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게임에 대한 인식 등으로 인해 국내 게임산업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었다.

이 경제적 수치보다 문제가 됐던 것은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문화상품을 만드는 종사자들이 느끼는, 심정적인 문제가 컸다.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그런 자괴감 말이다.

그런데 확률형 아이템은 사정이 다르다.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확률을 알고 싶어하는 것이고, 업계는 이것이 비즈니스 모델이라 반대하는 실정이다. 그 이면에는 '희박한' 확률이 공개되면 매출이 행여 떨어질까 하는 우려가 있다. 1%도 안 되는 희귀 아이템을 뽑기 위해 현금을 '지를' 이용자가 얼마나 있을까 하는 걱정이다.

냉정히 생각해보자. 지금 모바일게임 매출구조에서 주요 매출은 상위 1%에 해당하는 '헤비유저'들로부터 나온다. 업체들은 알게 모르게 그들만을 위해 업데이트 방향을 잡기도 하는 등 VIP 고객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쓴다. 확률이 공개되면 그들이 결제를 하지 않을까?

답은 업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유저들은 세부적인 확률을 공개한 일본의 자율규제 수준이면 이렇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구간을 뭉뚱그려 정하거나 쓸모 없는 아이템을 포함시켜 확률을 발표하는 거이 아니라, 일본식으로 자율규제를 하면 어느 정도 납득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일본에 게임을 서비스한 국내 업체들이 알고 있다.

일본 유저들과 국내 유저들의 과금 형태가 일부 다를 수 있겠다만, 일본 자율규제 전후를 경험한 국내 기업들은 확률 공개로 인한 매출 증감에 대한 분명한 데이터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근거로 내세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묻고 싶다.

로또 1등 확률은 대략 800만분의 1이고, 한국서 번개 맞을 확률은 100만분의 1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로또를 사고 번개를 맞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동전의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지만 10번을 던져도 뒷면만 나올 수 있다. 말 그대로 확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영업비밀이라 말하며 공개를 못하기에 유저들은 '뭔가 구린 게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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