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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스타워즈: 포스아레나'가 잠잠한 이유

'스타워즈'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IP(지식재산권) 중 하나로 꼽힌다. 1977년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이 개봉한 이후 40년 동안 다양한 시리즈가 나오면서 수많은 골수팬이 생겨났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로그원: 스타워즈스토리'는 1월19일 기준 전 세계에서 1조1830억 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이 영화가 국내에서 동원한 관객수는 약 100만명 수준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 있는 '스타워즈' 마니아가 딱 100만명이라는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

그래서일까. 넷마블게임즈가 올해 초 내놓은 '스타워즈: 포스아레나'는 국내 시장에서 흥행에 참패했다. 국내 1등 모바일 퍼블리셔로 군림하고 있는 넷마블, 상당한 개발력과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는 넷마블몬스터, 세계적인 IP인 '스타워즈'가 만났지만 국내 이용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지는 못한 모습이다. 결과만이 전부가 아니지만, 일단 이 게임의 2일 국내 성적은 구글플레이 매출 217위다.

[분석] '스타워즈: 포스아레나'가 잠잠한 이유

방준혁 의장은 지난 3회 NTP에서 "'스타워즈: 포스아레나'는 미국 시장 성적을 봐야한다. 국내에서는 마케팅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스타워즈'를 보고 자란 미국 시장의 게이머들을 주 타깃으로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미국 시장에서도 '스타워즈: 포스아레나'의 성적은 썩 좋지 않다. 1월 12일 글로벌 출시된 '이 게임은 미국 시장, 애플 앱스토어 게임 부문 기준 매출 41위가 최고 기록이다. 지금은 129위까지 내려앉았다.

앱순위 분석 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다른 지역 또한 사정이 다르진 않다. 매출 기준으로 일본에서는 145위가 최고 기록이고, 스웨덴에서는 34위로 선전하는 듯 했지만 역시 하위권에서만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싱가폴에서도 내림세가 지속되면서 200위권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 그나마 캐나다에서 50위권에 들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스타워즈: 포스아레나 글로벌 시장 매출 추이(자료=앱애니).
스타워즈: 포스아레나 글로벌 시장 매출 추이(자료=앱애니).

그렇다면 '스타워즈: 포스아레나'가 못 만든 게임이라서 성적이 좋지 않을까? 아니다. 게임성은 괜찮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래픽과 다양한 특수효과, 원작에 등장하는 다양한 전장들, 듣기만 해도 스타워즈임을 알 수 있는 사운드까지, 딱히 흠잡을 곳이 없다.

일단 첫 번째 문제는 사람이 많이 없다. 이 게임은 실시간 대전 게임이다. 큐를 돌려도 상대할 사람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AI와 대전하는 연습실이 있긴 하지만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이용자가 아니라면 들어갈 일은 없다.

밸런스 문제가 있었던 서비스 초반에는 제국군 보다 반란군이 더 강했다. 그래서 더 많은 이용자들이 반란군 진영으로 큐를 돌렸고, 그만큼 시간이 오래걸렸다. 제국군으로 매칭을 시작하면 거의 바로 게임이 잡혔다. 밸런스 패치가 된 지금이야 매칭 시간 문제는 개선됐지만, 2대2 대전은 또 얘기가 다르다. 2대2 대전은 대기 시간이 분 단위로 넘어간다.

매칭 시간이 3분 9초를 넘어가고 있다.
매칭 시간이 3분 9초를 넘어가고 있다.

이 게임은 모바일 게임이다. 게임을 하기 위해 PC를 켜고 앞에 앉아 왼손은 키보드, 오른손은 마우스에 두는 게 아니란 소리다.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는 말은, 이용자가 원할 때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매칭 시간이 분 단위로 넘어가면 게임 자체가 하기 싫어지는 게 인지상정.

무과금 이용자들이 넘기 힘든 허들도 곳곳에 보인다. 게임을 할수록 유닛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크래딧(게임 재화)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그러나 플레이를 통해 수급되는 크래딧 양은 쥐꼬리만 하다. 높은 티어로 올라갈수록 과금이 필수가 되는데, 여기에 거부감을 갖는 이용자들이 꽤나 많다.

다양한 유닛 카드가 나오는 팩을 획득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카드팩를 까는데 드는 시간이 상당하다. 가장 낮은 등급인 브론즈팩이 3시간이다. 이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프리미엄 부스터'를 구매해야 한다. 이건 또 기간제 아이템이다.

미션을 통해 카드나 재화를 습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미션의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이용자들의 지적도 있다. 대다수의 게임들이 간단한 미션을 완료하면 보상을 지급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또 미션에는 특정 레벨을 달성해야 하는 임무도 존재하는데 과금을 하거나, 그게 아니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이거나. 둘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도 무과금 이용자나 초보 이용자들이 게임을 포기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하기 싫은 미션이라도 보상을 위해서는 해야 한다(..)
하기 싫은 미션이라도 보상을 위해서는 해야 한다(..)

또 길드가 있지만 거의 유명무실하다. 길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채팅, 친선전, 팀전 모집 정도다. 길드원들에 대한 정보도 매우 제한적이다. 심지어 길드원들이 어떤 조합을 사용하는지 조차 볼 수 없다. '클래시로얄'처럼 길드원들에게 카드를 지원받는 형태의 콘텐츠가 없다는 것도 허들을 높인다.

어떤 게임이든 무과금 이용자들이 이용자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첫 번째로 꼽았던 매칭 시간 문제점은 무과금 이용자들이 게임을 이탈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잠깐 '클래시로얄' 얘기를 해보면, 슈퍼셀은 지난해 3월 이 게임을 글로벌 출시한 이후 두 달 만에 보상을 크게 늘리는 패치를 진행했다. 높은 등급의 카드가 더 많이 들어있는 상자의 획득 확률을 높이고, 상위 단계에 도달할수록 클랜원들에게 더 많은 카드를 지원할 수 있게 했다.

'클래시로얄'은 이용자층이 역삼각형인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무과금 이용자들이 밑에 깔리고 과금 이용자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일반적인 피라미드 구조의 반대라는 소리다. 그래서 '클래시로얄'은 전혀 과금을 하지 않았음에도 '전설 아레나'에 도달한 이용자들이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이 게임은 전 세계에서 수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슈퍼셀은 이용자들 스스로 지갑을 열게 만든다.

'스타워즈: 포스아레나'는 처음부터 상위 티어로 가기 위한 여정이 너무 험난한 느낌이다. 승리하면 얻는 점수 보다 패배했을 때 깎이는 점수가 더 많다는 건 그저 단순한 이유다. 이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가 꽤나 많아 보인다.

어쨌든 '스타워즈: 포스아레나'의 게임성 자체는 호평을 받고 있고, 또 영화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새로운 마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대박을 터트리는 '마블퓨처파이트' 처럼.

넷마블이 이용자 의견을 충실히 듣고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달라질 '스타워즈: 포스아레나'를 기대해보자.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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