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 다룰 이야기는 블루홀의 '테라'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을 즐긴 이용자라면 한 번쯤은 접해 봤을 '테라 아머 모드'에는 어떤 사연이 얽혀있던 걸까요?


◆'스카이림' 모드가 뭔데?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The Elder Scrolls V: Skyrim)은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Bethesda Softworks)가 개발한 오픈 월드 게임인데요. 여러 시리즈가 발매되어온 역사 있는 시리즈인데다 높은 자유도로 인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멀티 플레이가 없는 게임임에도 오랫동안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모드'인데요. 개인 이용자들이 각자의 실력으로 개발해낸 다양한 모드를 통해 같은 게임임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모드의 인기는 굉장해서 글로벌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도 이용자가 만든 모드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마켓을 만들어줄 정도인데요. 물론 제대로된 저작권 관리가 되지 않은 모드도 많아 문제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로 탄생한 것이 바로 블루홀의 '테라'를 모티브로한 '테라 아머 모드'였습니다.

◆저작권 문제로 암암리에 유통되던 '모드'


대부분의 모드는 제작 용이성과 인기 때문에 다른 게임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단순히 콘셉트를 채택하는 게 아닌 실제 클라이언트 해체해 소스를 무단으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게임 내 그래픽을 바꿔주는 효과를 내 많은 이용자들이 찾는 '언팩'과 유사한 셈이죠. 그렇기에 많은 모드들이 비공개 커뮤니티 등을 통해 몰래몰래 유통되고 있었는데요.

한 개발자가 '테라'의 해외 유통사인 엔매스엔터테인먼트(En Masse Entertainment, 이하 엔메스)에 직접 연락을 취했습니다. '테라'를 모드 소스로 쓰게 해달라고 말이죠.


◆모드 제작자의 요청에 쿨한 수락


부탁 자체도 놀라운 일인데요. 다른 게임에서 사용할 용도로 '당신네 게임을 좀 쓰겠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게다가 계약서를 작성한 것도 아니고 수익이 생기는 일도 아니니 유통사 측에서는 이에 응할 이유가 없었죠.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엔매스가 이를 공식적으로 허락한 것입니다. 전혀 상관없는 게임을 돕는 셈인데, 굉장한 일이죠.

그래서인지 모드를 만든 모더도 감사의 말을 전한 뒤 해당 모드를 업로드하며 '테라'에서 만들어진 모드임을 강조했습니다.


◆스카이림에서 '테라'가 국민 갑옷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테라 아머 모드'는 아주 오랫동안 '스카이림'에서 활용됐는데요. 유통사 측의 허가를 얻고 모더가 힘을 낸 것인지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멋진 디자인의 '테라' 갑옷류를 높은 퀄리티로 구현한데다 보통 용량이 그다지 크지 않은 방어구 패키지 임에도 400MB에 달하는 용량을 차지할 정도로 수십 종류를 포함하고 있었죠.

여기에 유독 남성용 갑옷 모드를 구하기 힘든 '스카이림'에서 '테라 아머 모드'는 대부분 남녀 공용 아머로 구성돼 있는 것도 한몫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스카이림'에서 국민 갑옷의 위치에 오른 '테라 아머 모드'는 넥서스 모드 추산 추천수 4만3712, 다운로드 160만 회를 기록하는 유명 모드가 됐습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널리 공유되고 있는 만큼 이를 다 합치면 그 숫자는 더욱 높아질 것 같네요.

현재는 모더가 더 이상의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발표해 아쉬움을 사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출시된 다른 모드들과 비교해도 퀄리티에서 전혀 꿀리지 않기 때문에 현재도 많은 이용자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