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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게임에서 인생을 배운다 '동물의숲'

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 다룰 이야기는 닌텐도의 명작 타이틀 '동물의숲'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경쟁 요소가 거의 없음에도 남녀노소 넓은 층의 사랑을 받았던 '동물의숲'이 게이머에게 준 감동과 교훈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게.이.머] 게임에서 인생을 배운다 '동물의숲'

◆'동물의숲'은 어떤 게임?

'동물의숲'은 2001년 4월14일 발표된 닌텐도의 가장 큰 게임 개발 부서인 '닌텐도 EAD'(Entertainment Analysis and Development, 엔터테인먼트 분석과 개발)팀이 만들어낸 타이틀인데요. 기본적으로 숲속에 사는 동물들과 교감하며 소통하고 여러 활동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집을 꾸며가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일본 발매 첫 주 동안에는 별 다른 반향이 없었으나 TV 광고를 통해 20대와 30대 여성 이용자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됐고, 초기 발매량인 20만 장이 모두 매진되는 등의 성과를 냈습니다.

이후 '동물의숲'은 시리즈를 연달아 발표하며 닌텐도의 대표작이 됐는데요. 2005년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로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이 출시되며 기기의 성능과 멀티플레이 기능으로 2007년 8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게임에 남은 어머니의 사랑

개발팀인 닌텐도 EAD의 본부장 테즈카 타카시가 별 생각 없이 던진 한 마디 "어머니가 플레이한 뒤에 아이가 플레이하면, 어머니가 한 일이 아이의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게임을 만들 수 없을까"에서 시작된 '동물의숲'. 이 한마디를 정확히 나타낸 일화가 있는데요.

수많은 닌텐도의 메인 타이틀을 만들어낸 닌텐도 EAD팀
수많은 닌텐도의 메인 타이틀을 만들어낸 닌텐도 EAD팀

'동물의숲'을 구매한 북미의 한 이용자는 한 달 정도를 플레이하고는 금세 질려 버렸고 이 게임을 어머니에게 추천하게 됐습니다. 평소에도 가족에게 비디오 게임을 권했던 그는 '동물의숲'의 경쟁 없고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어머니에게 딱이라고 생각했죠.

집을 설치한 뒤 어머니에게 게임기를 넘긴 그는 곧 게임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데다, 경화 합병증마저 있어 쇼핑이나 교회를 가는 일을 제외하곤 밖에 나가지 못하는 처지였기에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모험을 할 수 있는 '동물의숲'이 딱이었죠.

와이파이 기능으로 여러 곳에 놀러갈 수 있는 '동물의숲'
와이파이 기능으로 여러 곳에 놀러갈 수 있는 '동물의숲'

어머니는 게임 속 가장 첫 퀘스트인 집세 갚기를 금방 끝내고 모든 화석을 모으는 등 여러 콘텐츠를 즐겼습니다. 어머니는 아들들이 오래 전에 게임을 그만뒀음에도 게임을 줄곧 플레이했죠.

◆어머니가 게임 속에 남긴 것

몇 달이 지나 어머니의 건강 상태가 악화돼 '동물의숲'도 즐길 수 없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어머니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이용자는 한동안 '동물의숲'을 잊고 1년 반이 넘도록 다시 플레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동물의숲'을 켜고 마을에 다시 들어가게 된 이용자는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1년 반만에 찾은 마을 내 집 앞에는 잡초가 이곳 저곳에 자라고 있었고, 동물 주민들은 어머니와 제가 그동안 어딘가 떠났었던 게 아니었는지 물어보았죠.

우체통을 열어 보자…
우체통을 열어 보자…

이곳 저곳을 둘러보던 끝에 편지함을 열어본 그는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그곳엔 그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와 선물들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편지에는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널 생각하며 네가 좋아할만한 선물들을 보낸단다. 사랑하는 엄마가"

그가 플레이를 그만뒀음에도 그의 어머니는 항상 그를 생각하며 선물을 보내왔던 것이죠. 당시 그는 어머니가 게임에만 몰두해 있는 것을 보며 비아냥거렸지만, 지금와서야 어머니가 그에게 줄 선물을 얻기 위해 시간을 쏟았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했습니다.

이 일을 밝힌 북미의 한 이용자는 "거짓말 같은 일이지만, 제가 느낀 감정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며 "부모님이 계실 때 그들이 우릴 아끼는 것처럼 우리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겠다"고 말하며 글을 마쳤습니다.

◆화살은 돌아오는거야

이번엔 한 국내 이용자가 겪은 일인데요. 그는 예전 '동물의숲'을 플레이하며 마을 주민으로 새로 입주한 '트러플'이라는 캐릭터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딱히 잘못한 건 없지만 그냥 마을에 어울리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그래서 매일 잠자리채로 머리를 때린다던가 다른 이웃 동물들에게 '트러플'에 대한 나쁜 말을 하기도 하는 등 괴롭혔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러플'은 그 이용자가 좋다며 마을에서 버텼습니다.

괴롭혀도 소용이 없자 괜한 분풀이로 'GO AWAY'라는 편지를 써서 '트러플'에게 보내기까지 했는데요. '트러플'은 그 편지를 가지고 다니며 다른 캐릭터에게 "그가 준 편지야. 걔는 최고의 친구지!"하고 자랑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해당 이용자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 싶어 결국 게임을 접고 말았는데요.

약 3년 뒤 경품으로 닌텐도 DS를 받으면서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네가 3년 전에 한 일을 '트러플'은 기억하고 있다

[게.이.머] 게임에서 인생을 배운다 '동물의숲'

경품으로 닌텐도 DS를 받은 그는 동생과 함께 '동물의숲'을 즐기고자 했는데요. 기존에 하던 세이브는 동생이 갖고 자신은 새로운 팩을 추가 구입해 플레이했습니다.

3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으니 잡초가 무성해진 마을 속에 '트러플'은 이미 이사를 가고 없었는데요. 시스템 상 사람이 없으면 동물 주민들은 이사를 가기도 하고 또 가까이 있는 다른 이용자의 마을에 이사를 오기도 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게.이.머] 게임에서 인생을 배운다 '동물의숲'

어느날 그 이용자가 새롭게 시작한 게임에 한 이주민이 들어왔는데요. 놀랍게도 '트러플'이었습니다. 이용자는 놀랐지만 지난번 '트러플'을 괴롭혔던 것이 생각나 이번에는 잘 해줘야겠다고 생각해 선물도 주고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느정도 친해진 '트러플'이 자기도 줄 것이 있다고 그를 불렀는데요. 쭈뼛대며 간 그에게 '트러플'은 "내 친한 친구가 보내준 편지인데 볼래?"하며 한 편지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적힌 내용은 'GO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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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편지는 3년 전의 그가 '트러플'을 괴롭히며 보낸 바로 그 편지였던 것이죠. 깜짝 놀라기도 잠시. 그는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며, '트러플'이 자신의 마을을 떠나 다른 사람에게 그 편지를 보여주지 않도록 잘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트러플'은 짜여진 시스템에 따라 행동했을 터지만 자신이 보낸 편지를 다시 받아든 그의 놀란 마음이 전해지네요.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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