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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주년 기획] '명텐도'와 '바투', '전지전능 옴니아'까지! 9년 전을 돌아보다

데일리게임이 어느덧 9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데일리게임이 문을 열었던 2008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이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데요. 데일리게임 초창기 게임업계 상황을 돌이켜보는 것도 의미 혹은 재미있는 일일 것입니다. 데일리게임이 막 걸음마를 뗐던 시절의 일들을 지금부터 함께 하시죠.

◆전지전능 옴니아의 태동

먼저 스마트폰 이야기부터 해보도록 하죠. 지금이야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지만 데일리게임이 문을 열었던 9년 전인 2008년만 해도 스마트폰 보급률은 높지 않았습니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 자리를 잡기 전 시점이었고 애플 아이폰은 국내 정식 발매가 되기 전이었기 때문이죠. 해외판 아이폰이나 블랙베리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이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일반 피처폰을 사용하던 때였습니다.

T옴니아는 삼성전자가 SK텔레콤과 함께 야심차게 출시한 첫 스마트폰 모델이었습니다. PC 운영체제를 독점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었죠. 당시 피처폰 고급 모델보다 고사양의 제품이었던 탓에 출고가가 100만 원을 넘었지만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최적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탓도 있었지만 스마트폰 수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감압식이 장점이라고? 옴니아2의 실패

'전지전능 옴니아' 신화(?)가 등장한 것은 1년 뒤인 2009년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T옴니아 후속모델인 옴니아2 시리즈를 출시한 것이죠. 삼성은 애플 아이폰 3GS의 국내 출시를 의식한 듯 옴니아2의 우수성을 과할 정도로 강조한 홍보물을 배포하며 '흑역사'를 창조했습니다.

당시 삼성이 내세운 옴니아2의 장점은 다양했습니다만, 가장 큰 후폭풍을 몰고왔던 부분은 감압식 터치 입력방식이었습니다. 손가락이 화면에 닿기만 하면 작동하는 정전식 방식의 아이폰과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 '장갑을 끼고도' 터치를 입력할 수 있다며 감압식의 장점을 내세운 것이죠.

삼성전자가 아이폰 대항마로 야심차게 출시했던 옴니아2.
삼성전자가 아이폰 대항마로 야심차게 출시했던 옴니아2.

하지만 감압식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방식으로 판명 났습니다. 입력을 위해 손가락에 들어가는 힘이 정전식에 비해 더 크기 때문에 불편하고, 세밀한 터치 입력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삼성전자가 아이폰의 정전식 터치의 단점으로 꼽았던 장갑 착용 후 터치 입력 문제는 다양한 정전식 터치 지원 장갑이 출시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습니다.

결국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정전식 터치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갤럭시 시리즈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삼성전자지만 옴니아 시절을 돌이켜보면 아찔하기만 할 것 같습니다.

◆2008년 출시된 신작 게임 성적표는?

삼성전자 옴니아가 출시됐던 2008년만 해도 국내 게임시장은 온라인게임 위주로 흘러갔습니다. 굵직한 신작들은 대부분 온라인게임이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2008년 출시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입니다. '아이온'은 '리니지' 시리즈의 뒤를 잇는 엔씨소프트의 기대작이었는데요. 엔씨표 MMORPG 답게 많은 고정 팬들을 끌어모으는데 성공, 이후 엔씨의 핵심 타이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넷마블의 블록버스터 MMORPG '프리우스 온라인'도 2008년에 출시된 작품입니다. 귀엽고 깜찍한 요정과도 같은 '아니마' 시스템으로 게이머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프리우스 온라인'은 오픈 초기 많은 이용자를 불러모았으나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고, 2013년 12월17일 서비스가 종료됐습니다.

'프리우스 온라인'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아니마의 모습은 많은 남성 게이머의 뇌리에 남아있다.
'프리우스 온라인'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아니마의 모습은 많은 남성 게이머의 뇌리에 남아있다.

넥슨의 FPS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도 2008년에 출시됐습니다. 컴퓨터 AI 좀비들을 섬멸하는 '좀비 모드'로 인기를 모았던 게임이죠. 하지만 이후 다른 FPS 게임에도 유사 모드가 대거 도입되는 바람에 '좀비 모드 열풍'도 주춤했고, '카스온라인'이 대세 FPS 게임으로 자리잡지는 못했습니다. 넥슨은 2013년 이 게임의 후속작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2'를 출시하기도 했는데요. 1편과 2편 모두 현재까지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어학용 기기로 전락한 '명텐도' GP2X 위즈

데일리게임 창간 이듬해였던 2009년에는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유명해진 국산 휴대용 게임기 GP2X 위즈가 출시됐습니다. GP32를 만들었던 게임파크 출신 인력들이 설립한 게임파크홀딩스가 출시한 이 기종은 본래 이름보다 '명텐도'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는데요. 당시 일본의 휴대용 콘솔과 비교해도 하드웨어 스펙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하지만 문제는 소프트웨어에 있었습니다. 이렇다 할 서드 파티 타이틀도, 즐길 만한 자체 타이틀도 없었던 GP2X 위즈는 이전 GP32가 그랬듯이 에뮬레이션 머신에 머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잠시뿐이었고 대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던 것이죠.

'명텐도'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한때 화제의 중심에 올랐던 GP2X 위즈.
'명텐도'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한때 화제의 중심에 올랐던 GP2X 위즈.

하지만 이후 GP2X 위즈가 대량 판매되기도 했는데요. '깜빡이'라는 이름의 어학 소프트웨어 구동용 기기로 납품된 덕분이었죠. 게임파크홀딩스는 2010년 후속 기중인 카누(CAANOO)를 출시하기도 했으나 큰 성과는 없었고, 게임파크홀딩스는 2013년에 폐업했다는 후문입니다. 이후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산 휴대용 게임기의 명맥은 사실상 끊겼습니다.

◆참신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바투'

데일리게임 초창기 시절 바둑의 간소화 버전 보드게임인 '바투'가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OGN의 전신인 온게임넷의 자회사 이플레이온이 개발한 '바투'는 가로 세로 11줄의 축소된 바둑판에서 두는 간소한 바둑인데요. 전반적인 룰은 바둑과 비슷하지만 상대에게 보여주지 않고 한 수를 두는 '히든'과 이를 찾아내는 '스캔' 시스템이 바둑과 달랐습니다.

'바투' 국제대회 WBL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프로 바둑기사 최철한.
'바투' 국제대회 WBL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프로 바둑기사 최철한.

바둑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점은 '바투'의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바둑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쉽게 배울 수 있고 장기적으로 바둑 저변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온게임넷은 조훈현과 이창호를 비롯한 당대 최고 바둑 기사들을 초청해 '바투' 대회를 열었고 중국 시장 진출에도 적지 않은 공을 들였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바투'가 보다 쉬운 바둑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둑 급수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죠.

결국 '바투' 서비스는 오래 유지되지 못하고 종료됐습니다. '바투'가 아직까지 서비스되고 있다면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뿐만 아니라 '바투'로 한 판 승부를 벌였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네요.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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