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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PC방, '스타크래프트'의 파트너

지난 주말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로 부산이 들썩였습니다.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론칭 행사인 'GG 투게더' 레전드 매치에 임요환과 홍진호를 비롯한 왕년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총출동한다는 소식에 1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행사가 열린 부산 광안리 해변을 찾아 뜨거운 열기 속에서 '리마스터' 출시를 함께 축하했습니다.

이날 레전드 매치에 참가한 선수들은 입을 모아 "'스타크래프트'는 내 인생"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며 젊은 시절을 보냈던 팬들은 함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온라인 공간에서 추억을 나누기도 했죠.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GG 투게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포털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레전드 선수들은 '스타크래프트' 초창기 시절을 돌아보며 PC방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PC방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프로 대회에 데뷔한 선수들은 그 시절을 회상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블리자드 역시 PC방을 중요한 파트너로 언급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론칭 행사 참관을 위해 내한한 로버트 브라이든베커 블리자드 기술 전략 및 기획 부분 부사장은 기자간담회와 'GG 투게더' 환영사를 통해 "PC방은 오랜 파트너"라고 거듭 말했을 정도였죠.

하지만 PC방 업계는 블리자드의 PC방 정책에 대해 적지 않은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 대조적입니다. 지난달 11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은 성명서를 통해 패키지 구입자에게도 PC방 유료 과금을 우선하는 블리자드 정책에 대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해당 성명서에는 "PC방 업계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에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나가겠다"는 문구까지 포함됐는데요.

'GG 투게더' 행사가 열리기 불과 3일 전인 7월27일 인문협은 공식 사이트를 통해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PC방 과금 정책에 대한 추가 입장을 공개했습니다. 인문협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공식 입장을 확인하고자 공문을 발송했으나 회신결과는 '답변할 수 없다'였다"며 "블리자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로 제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PC방을 오랜 파트너로 여긴다는 블리자드와 블리자드를 공정위에 제소하겠다는 PC방. 그 온도차가 상당해보입니다.

다음 아고라에 블리자드 PC방 과금 정책에 반대하는 PC방 업주의 청원이 올라와 400명이 넘는 이들의 서명을 받기도 했는데요. 해당 청원을 올린 PC방 업주는 '리마스터' PC방 서비스에 가맹한 뒤에는 '부르드워' 이용자에게도 PC방 과금이 적용되는 부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르드워'의 경우 PC방 업주들이 이미 패키지를 구매한 게임이고 전면 무료로 전환된 게임인데 유독 PC방 접속자에게만 과금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죠.

블리자드가 PC방 업계와 마찰을 빚었던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를 비롯한 풀 프라이스 패키지(FPP) 게임의 PC방 유료 서비스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PC방 업계의 반발을 산 바 있습니다.

블리자드와 PC방 업계, 양측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리마스터'를 개발한 블리자드에서 상품의 가격을 책정한 것이고, 그 가격이 비싸다고 판단한다면 PC방 업주들이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죠. 블리자드는 '리마스터'에 가맹하지 않은 PC방에서 '부르드워'를 서비스하는 것을 막을 계획도 없습니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과금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요.

다만 PC방 업계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블리자드 핵심 관계자의 '파트너' 발언은 바람직해보이지는 않습니다. 블리자드가 PC방을 진정한 파트너로 여긴다면 언론과 대중 앞에서 PC방의 공로에 대해 립 서비스를 하기보다는 PC방과 업계와의 대화와 소통에 나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한편 블리자드는 PC방 업주의 다음 아고라 청원과 관련해 "'리마스터' 가맹 PC방의 경우 '부르드워'를 아예 서비스할 수 없기에 '부르드워' PC방 접속자에게 과금을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반박했습니다. '리마스터' 게임 도중 F5 키를 눌러 '부르드워' 그래픽으로 게임을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해당 경우도 '부르드워'가 아닌 '리마스터'를 플레이하는 것이다. '리마스터'는 그래픽 외에도 사운드와 한글화, 로컬 리더 보드 등 달라진 부분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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