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로스 왕국의 궁정.
“그러니까 경의 말인즉……. 제국에서 스피어 산맥의 출입을 통제할 것이며, 그 일을 위해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칼로스 왕국에 기사단을 파견할 거라는 말씀이오?”
“그렇습니다”
“제국에서 사람이 살수도 없는 스피어 산맥을 점령하기라도 할 것처럼 들리는 구려?”
윌리엄 남작이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답했다.
“하하! 그렇지 않습니다. 전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이 거주할 수도 없는 스피어 산맥을 왜 점령 하겠습니까? 스피어 산맥은 전략적 요충지인지라 출입을 통제하려는 것 뿐입니다”
“흥! 우리 왕국이 스피어 산맥에 터를 잡은 지 수백 년인데, 스피어 산맥이 전략적 요충지라는 소리는 금시초문(今時初聞)이오”
“제국이 북방의 이민족을 퇴치하고 남방의 왕국들을 규합 하는 와중에 새롭게 떠오른 문제입니다. 남부의 패잔병들이 스피어 산맥으로 숨어들고 있다는 첩보가 있어서 출입을 통제 하려는 것입니다. 스피어 산맥을 중심으로 반역행위를 하면 그 주변의 왕국들까지도 피해를 보게 될 테니까요”
“그 말씀은 상당히 어폐가 있소. 스피어 산맥은 사람이 거주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통행조차 불가능한 곳이오. 그런데 무슨 근거로 패잔병들이 그곳에서 활동 할 것이라고 주장 하는 것이오?”
“제국의 첩보기관에서 경고를 한 것인지라, 그에 관해서는 자세한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끙!”
아르미안 2세가 침음성을 터뜨렸다.
결국 비밀이라는 소리다.
‘잔소리 말고 제국에 머리를 숙이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인데……’
아무리 제국의 위세가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아르미안 2세로써는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었다.

“전하, 윌리엄 남작의 말은, 실로 말도 안되는 소리이옵니다. 적국의 패잔병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타국에 기사단을 주둔시키겠다니요? 우리 왕국의 역사에 그런 일은 없었사옵니다. 모두가 우리 왕국을 집어 삼키기 위한 제국의 얄팍한 수작이옵니다”
순간 윌리엄 남작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제국에서 칼로스를 점령 하려고 했다면 선전포고를 했을 것입니다. 이그너스 폐하의 진심을 왜곡하지 마십시오”
“왜곡이라고 했소? 지금 경이 와서 하는 말이 선전포고가 아니면 뭐요? 우리가 거절한다고 하면 제국의 기사단이 곱게 물러 날 거요?”
“그건 아니지요. 제국은 전시상황이니 국왕 전하께서 꼭 협조를 해 주셔야 합니다”
“만약 전하께서 거절 하신다면?”
“그때를 대비해서 기사단이 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감히!”
자이로 백작이 부들부들 떨었다.
거절 할 때를 대비해서 기사단이 온다는 말은 무력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소리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르미안 2세가 한숨과 함께 손을 휘저었다.
“하아! 두 분 모두 그만 하시오. 그리고 윌리엄 남작이라고 했소? 제국의 뜻을 충분히 알았으니 그만 물러가시오”
윌리엄 남작이 형식적인 미소와 함께 허리를 숙여 보였다.
“전하의 현명하신 결정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저는 이만 기사단을 마중 하러 떠나겠습니다”
“……”
아르미안 2세는 관자놀이를 손으로 꾹꾹 누르기만 했다.
“백작께서도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윌리엄 남작은 자이로 백작에게 목례를 해보이고는 만찬장을 떠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