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사례는 국산 모바일 MMORPG ‘조선협객전M’ 시리즈다. 2021년 첫선을 보인 ‘조선협객전M’은 1590년대 조선을 배경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 야욕을 막는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유저는 조선 협객단의 일원이 되어 수련을 통해 성장하며 왜군과 맞서 싸우게 된다. 이 게임은 단순한 역사 고증을 넘어 판타지 요소를 결합한 역사 무협 세계관을 구축하며, 4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한 유저층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사의 매력을 방치형 장르에 접목한 인디 게임도 있다. 투캉프로젝트가 개발한 ‘난세표류기-한국사 방치형 RPG’는 대형 게임사들이 잘 다루지 않는 한국 역사라는 소재를 통해, 방치형 장르의 편의성과 역사적 몰입감을 동시에 구현했다. 특히 이 게임은 출시 당시보다 오히려 시간이 흐른 뒤 역주행 인기를 누리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난세표류기’가 흥행한 배경에는 투캉프로젝트의 꾸준한 행보가 있다. 이 인디 개발사는 2018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게임을 출시했으며, 모두 한국사 기반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직 한 길만을 걸어온 그들의 고집과 노하우가 게임 팬들에게 깊은 신뢰를 주는 셈이다.

대형 게임사 역시 한국사를 새로운 콘텐츠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자사의 글로벌 인기 MMORPG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에 조선 시대 서울을 재현한 신규 콘텐츠 ‘아침의 나라: 서울’을 업데이트했다. 광화문과 경복궁 등 실존 건축물을 기반으로 구현된 이 지역은 동해도·황해도에 이어 등장하며, 한국 전통 설화 4종(춘향전, 삼신전, 불가살전, 우투리전)까지 각색된 형태로 제공된다.
검은사막의 한국 전통문화 콘텐츠는 흥행뿐 아니라 K컬처의 글로벌 확산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서양 유저들에게는 생소한 조선시대 서울과 한국 설화가 신선한 세계관으로 다가가며, 게임 속 ‘아침의 나라’는 K-게임의 새로운 얼굴이 되고 있다.

한국사 소재 게임들이 이처럼 다양한 장르에서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판타지 일색의 게임 시장에서 유저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무관하지 않다. 게이머들에게 우리 역사 기반의 콘텐츠는 익숙하고 이해하기 쉬울 뿐 아니라, 게임 내 몰입감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여기에 애국심과 정체성을 자극하는 감성 요소까지 더해지며 콘텐츠로서의 생명력을 입증하고 있다.
판타지 세계를 벗어나, 현실과 맞닿은 역사의 매력을 담은 게임들이 지금 이 순간, 유저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한국사는 이제 단순한 교육 콘텐츠를 넘어, 게임이라는 무대에서 ‘흥행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안종훈 기자 (chrono@dailygame.co.kr)